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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29일 03시 1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29일 03시 15분 KST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여야 '김기춘 줄다리기'

연합뉴스
세월호사고 유족 대책위원회 대표들이 28일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증인채택 절차놓고 시비

속내는 김기춘 채택 여부

철저한 조사 내세우면서도

향후 정국주도권 ‘집착’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성역없는 진상조사’를 요구하며 국회에서 뜬 눈으로 밤을 세웠는데도, 여야는 27일에도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계획서 채택에도 합의하지 못하는 한심한 모습을 연출했다. 겉으로는 철저한 조사를 내세우면서도, 여야가 6.4 지방선거를 포함한 향후 정국 주도권에 집착하고 있는 탓이다.

핵심 쟁점은 증인 채택 문제다. 이 중에서도 증인으로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명시하느냐 여부를 놓고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야당은 과거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국정조사 때처럼 특위를 구성해놓고도 증인 채택 공방을 벌이다 시간만 낭비했던 사례를 강조하고 있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 만큼은 철저하게 진상을 따져야 한다. 증인 선정 처럼 중요한 사항은 미리 국정조사 계획서에 명시해야만 특위가 정상적으로 굴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선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도 “새누리당은 협상에서 김기춘 비서실장의 이름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한국의 또 하나의 성역인 ‘김기춘 대원군’의 존재가 확인되는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여당은 지금껏 국정조사 증인은 조사 계획서 채택 후에 이뤄졌던 만큼, 특위가 가동되면 그때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태도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국정감사 및 국정조사에 관한 법 제3조4항에 증인은 회의를 통하게 정하도록 돼 있다”며 “(야당과 협상을) 법을 위반하면서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대표가 언급한 조항은 ‘조사계획서에 조사 목적, 조사 범위, 조사 방법, 기간 및 소요경비 등을 기재한다’는 취지여서, ‘증인 명시=법 위반’으로 단정하긴 쉽지 않다. 조사 범위에 증인이나 조사대상 기관이 포함된다는 해석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여당의 이같은 반대는 대외적인 이유와 달리 김기춘 실장의 증인 채택에 대한 청와대의 반대가 심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여권과 청와대에선 ‘국정조사에 김 실장이 출석하면 야당이 참사 원인 규명보다 청와대와 김 실장에 대한 정치 공세에만 치중할 것’이라는 의견을 가진 이들이 많다. 청와대도 국정조사가 청와대 성토장이 되는 걸 경계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야당이 비서실장이 안나오면 조사를 못하겠다고까지 하는 건 너무 나간 공세”라며 “사건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야당이 정치적 성과를 챙기는 것에 집착하는 걸 국민들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가 선례로 삼고 있는 2004년 ‘김선일 국정조사’(이라크 내 테러 집단에 의한 한국인 피살사건 관련 진상조사를 위한 국정조사) 때의 계획서를 보면, 증인 및 참고인과 관련해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의결한다”고 명시한 뒤, 서류제출을 하거나 검증을 해야 할 기관으로 외교통상부, 법무부, 국가정보원, 청와대(국가안보·외교·국방보좌관) 등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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