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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16일 10시 54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16일 11시 19분 KST

아베, 전쟁할 수 있는 일본 만든다

AFP

일본이 ‘전쟁할 수 있는 나라’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15일 오후 총리 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헌법의 해석을 변경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행 헌법 해석으로는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 위한 법 정비를 마무리 짓는 게 충분하지 않아 ‘안전보장의 법적 기반 재구축에 관한 간담회’(이하 안보간담회)의 보고서에 담긴 제언을 받아들여 앞으로 헌법의 해석 변경을 위한 논의를 시작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집단적 자위권, 헌법 개정 대신 각의 의결로 추진

어려운 절차를 거쳐야 하는 헌법 개정 대신 헌법 해석을 변경한다는 각의 결정만으로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게 아베 총리의 속셈으로 보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5일 총리관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그림판까지 동원해 집단 자위권 행사의 당위성을 주장하고 있다.

집단적 자위권은 밀접한 관계에 있는 국가가 공격을 받을 경우 무력으로 개입하는 권리를 말한다. 1945년 발효된 유엔헌장 51조에 의해 국가의 고유권리로 인정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1946년 제정된 ‘평화헌법’에 따라 이를 행사할 수 없다는 헌법 해석을 견지해왔다.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 한반도를 포함해 세계 어디에서든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는 ‘국제 분쟁을 해결하는 수단으로 무력의 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일본 헌법 9조를 위반하는 게 된다.

일본은 오래전에 집단적 자위권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일본은 이를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1972년 다나카 가쿠에이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을 “일본이 직접 공격을 당하지 않더라도 일본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에 대한 무력 공격에 실력으로 저지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일본은 이를 행사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린 뒤 이를 꾸준히 유지해왔다. (한겨레신문 5월 16일 치 12면 길윤형 도쿄 특파원 보도)

이런 원칙은 헌법 제정 때 이미 확립되어 있었다.

1946년 6월 26일 요시다 당시 수상은 자위권에 의한 전쟁도 포기하는 것이냐는 한 의원의 질문에 “이 조문의 규정은 직접 자위권을 부정하고 있지는 아니하지만 제2항에서 일체의 군비와 국가의 교전권을 인정하지 아니한 결과, 자위권 발동으로서의 전쟁이나 교전권을 포기한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법제처 동향/연구보고서 ‘일본 헌법 제9조 전쟁포기조항의 해석개헌과 명문개헌)

하지만 아베 총리는 현재의 헌법 해석으로는 일본 국민의 생명과 생활을 지키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헌법 해석 변경의 이유로 들었다. 그는 총리의 자문기구인 ‘안전보장 법적기반 재구축 간담회(이하 안보간담회)’ 보고서를 근거로 제시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안보간담회 보고서의 핵심은 타국을 지키기 위해 무력을 행사하는 집단 자위권은 헌법 9조가 허용하는 ‘필요 최소한도의 자위권’ 범위에 포함된다는 내용이다.

이는 국제법에 따라 일본도 집단 자위권이 있지만 이를 행사하지 않는다는 역대 정부의 헌법 해석을 뒤엎은 것이다.

한반도 유사시 일본 군사력 개입 가능

안보간담회 보고서에는 군사력을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사례까지 적시했다. 공해 상에 있는 미국 함선이 공격받았을 때 이에 대한 반격, 미국으로 발사된 미사일의 요격, 미국이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의 대미 지원, 주변국에서 유사 사태 발생 시 외국 선박에 대한 검색 등이다.

이는 우리와 북한 또는 미국과 북한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졌을 경우에 일본이 군사개입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본이 이런 방향으로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되면 이는 우리의 안보 전략 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관련해 아베 총리는 “자위대가 외국 영토에서 전쟁하는 일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일본의 과거 ‘죄상’을 기억하는 주변국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집단 자위권 행사 용인 방침을 밝힌 15일 일본 시민들이 도쿄 총리관저 근처에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일본의 이 같은 움직임을 강력히 비난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에 앞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이 나오자 “평화적 발전의 길을 견지하고 역사를 직시하고 반성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미국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15일 집단 자위권을 허용하고 있는 것이냐를 둘러싼 일본 내부의 논의를 환영하고 지지한다고 밝혔다. 물론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전적으로 일본 정부와 국민의 몫이라고 발언을 삼갔지만, 이는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들의 반발을 우려한 수위 조절로 보인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지지하는 이유는 자국의 대중국, 대북한 전략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김준형 교수는 16일 뉴스Y와의 인터뷰에서 “미일동맹이 계속 강화되면서 일본의 군사적 제한이 미국의 전체 전략에 장애물이 됐다”며 “중국이 부상하고 북한 핵위기가 생기면서, 미국이 재정압박을 받고 약화된 가운데서 중국이 커지니까 일본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이를 승인하게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조금 애매하다. 정부는 같은 날 외교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일본 내 방위 안보 논의가 일본의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고 투명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지역의 안정과 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며 “과거사로부터 기인하는 주변국의 의구심과 우려를 불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오는 6월까지 이 문제를 매듭짓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본 내 반대 여론이 없진 않지만 `아베의 진격’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걸림돌은 단 하나. 연립 내각을 구성하고 있는 공명당의 태도다.

16일 치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각의 의결은 각료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데 현재 공명당 소속 장관 1명만이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공명당이 연립정권을 깨면서까지 반대를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고 조선일보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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