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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10일 07시 15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10일 07시 23분 KST

푸틴 크림반도에서 '승전 기념행사' 참관

AFP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드리트리 메드베테프 총리(왼쪽 두번째)가 9일(현지시각)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 군사퍼레이드를 참관하고 있다.

붉은광장 군사퍼레이드 참석…우크라 사태 와중 군사력 과시

우크라 "고의적 도발 행위", "우크라 동부 유혈충돌 20여명 사망"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개최된 2차 대전 승전 69주년 기념 군사퍼레이드에 참석한 뒤 곧바로 세바스토폴로 이동해 현지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러시아의 대규모 승전 기념행사와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방의 강력한 제재와 압박에 직면한 러시아가 어떤 외부 도전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됐다.

푸틴, 크림 승전 기념행사 참관 = 푸틴 대통령은 크림 반도 세바스토폴에서 이날 오후 4시부터 이루어진 흑해함대의 해상 퍼레이드와 공군의 공중 퍼레이드를 참관했다.

흑해함대 사열을 겸한 해상 퍼레이드에는 흑해함대 기함(旗艦)인 순양함 '모스크바'를 비롯해 10척의 함정들이 참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사열함에 올라 10척의 함정 앞을 지나며 일일이 승전 69주년을 기념하는 인사말을 건넸다. 뒤이어 펼쳐진 공중 퍼레이드에선 세바스토폴이 독일 나치군의 점령에서 해방된 지 70주년을 기념해 수호이(Su)와 미그(MiG) 전투기, 장거리 핵폭격기 등 70대의 각종 군용기가 흑해 상공을 수놓은 에어쇼가 펼쳐졌다.

러시아 흑해함대의 모항이 있는 세바스토폴은 2차 대전 초기인 1941년 10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250일 동안 소련군과 독일 나치군 간에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 곳이다. 양측에서 4만 명이 넘는 전사자가 발생한 접전 끝에 결국 크림은 나치의 수중에 들어갔고 1944년에야 소련군의 크림반도 탈환과 함께 해방됐다.

러시아는 지난 3월 우크라이나로부터의 분리·독립을 선언한 뒤 러시아 편입을 요청한 크림을 병합했다.

푸틴 대통령은 뒤이어 세바스토폴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현지 주민들에게 러시아 귀속을 지지한데 대해 사의를 표했다. 푸틴은 "여러분이 수많은 세월이 흐르는 동안 조국에 대한 애정을 지켜온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며 "어머니-조국도 여러분에게 큰 품을 열고 원래의 집으로 '친딸과 아들들'을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를 존중할 것도 요구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국가와 민족, 그들의 합법적 권리와 이익을 존중한다"면서 "동시에 다른 나라도 역사적 정의 회복과 주체적 결정권에 대한 우리의 합법적 권리를 존중해 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콘서트 참석자들은 '러시아'를 외치며 푸틴의 연설에 화답했다.

붉은광장 군사퍼레이드에도 참석 = 푸틴 대통령은 크림 방문에 앞서 이날 오전 2차 대전 승전일을 기념해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펼쳐진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를 참관했다.

러시아는 이날 퍼레이드에서 1만1천명의 병력과 핵미사일, 전략폭격기 등 최신 무기들을 총동원해 막강한 군사력을 과시했다.

푸틴 대통령은 2차대전 참전용사들과 군인들을 대상으로 행한 기념 연설에서 애국심을 특별히 강조하며 러시아의 국익에 대한 도전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붉은광장의 퍼레이드는 사관학교 생도, 공수부대·해병대·내무군 산하 부대 군인들의 행진으로 시작했다.

뒤이어 첨단 군사장비와 무기가 위용을 드러냈다. 러시아가 자랑하는 사거리 400km의 첨단 방공미사일 S-400, 최신형 '토르-M2U'를 비롯한 각종 곡사 미사일시스템에 이어 러시아 핵전력의 중추인 '토폴-M'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자태를 과시하며 광장을 가로질렀다.

퍼레이드는 수호이(Su)와 미그(MiG) 전투기, 투폴레프(Tu)-95 전략 폭격기, 공중 급유기 등 69대의 군용기들이 붉은광장 상공의 하늘을 수놓으며 비행하는 것으로 약 1시간 만에 끝났다.'

우크라이나·서방 푸틴 크림 방문 비난 = 우크라이나와 서방은 즉각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을 비난하고 나섰다.

아르세니 야체뉵 우크라이나 총리는 "크림은 우크라이나의 영토"라며 "푸틴 대통령은 도발을 위해 크림을 방문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크림 병합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크림을 여전히 우크라이나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정부에 의해) 승인받지 않은 푸틴 대통령의 크림 방문에 강하게 항의한다"며 "그러한 도발은 러시아가 고의로 우크라-러시아 관계의 긴장을 한층 더 고조시키려 하고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백악관도 이날 푸틴 대통령이 크림 반도를 전격 방문한 데 대해 우크라이나 사태를 악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실의 로라 매그너슨은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크림 병합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이런 방문은 긴장을 부채질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발트3국에 속하는 에스토니아 탈린 대학에서 연설하면서 "나토는 크림을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간주한다"며 "우크라이나가 푸틴을 크림으로 초청하지 않았다면 그의 방문은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나토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중단했다며 기구 회원국들도 그렇게 하길 조언한다고 말했다.

우크라 동부 또 유혈사태 =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 제2도시 마리우폴에선 이날 또다시 유혈충돌이 일어나 최대 20여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매체들은 이날 마리우폴 시내의 경찰청 건물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군과 친(親)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교전을 벌이며 충돌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아르센 아바코프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마리우폴 경찰청사 교전에서 약 20명의 테러리스트(분리주의 민병대원)를 사살하고 4명을 포로로 붙잡았다"면서 "경찰 측에선 1명이 숨지고 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아바코프 장관은 분리주의 민병대 약 60명이 정부군이 장악 중이던 경찰청을 공격하는 과정에서 교전이 벌어졌으며 공격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무기를 버리고 도심으로 도주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도네츠크주의 분리주의 세력이 자체 선포한 '도네츠크인민공화국' 공보실 관계자는 "정부군이 장갑차에서 총격을 가하면서 일반 주민 10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선 분리주의 세력이 오는 11일 주민투표 강행을 발표하고 정부군이 이를 저지하기 위한 공세를 펼치면서 대규모 유혈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정부는 오는 14일 각 지역 및 정치·사회 단체 대표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대화를 원탁회의 형식으로 개최할 계획이라고 아르세니 야체뉵 총리가 이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