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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5월 07일 14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16일 13시 55분 KST

인도네시아, 성폭행 피해 여성 ‘불륜'으로 공개 태형

Shutterstock / Lisa S.

성폭행은 피해자에게 평생 씻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 그런데 세계에는 성폭행을 당한 여성을 처벌하는 국가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에는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섬 아체 주에 사는 한 여성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집으로 들이닥친 8명의 남자들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 이 여성이 당시 유부남과 함께 있었는데, 이슬람 율법을 어기고 간통을 했다는 이유로 남자들이 ‘집단 처벌’에 나섰다는 것.

자카르타글로브에 따르면, 아체 주의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감독하는 샤리아 경찰은 이 여성을 공개 태형에 처하겠다고 밝혔다. 라티프 서장은 이 여성이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이 간통죄에 대한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경찰은 성폭행범 중 13세 소년 등 3명을 체포하고 나머지 5명을 뒤쫓고 있다. 라티프 서장은 “성폭행범들도 샤리아와 형법에 따라 엄한 처벌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권단체 ‘실종·폭력 희생자 위원회(Kontras)’ 데스티카 레스타리 아체 사무소장은 이에 대해 “율법 위반을 이유로 여성을 성폭행한 것은 야만적 행위”라며 “피해 여성을 당국이 율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여성폭력방지위원회(Komnas Perempuan)는 “당국은 이 사건을 이슬람 율법 위반이 아니라 여성에 대한 성폭력 사건으로 다뤄야 한다”며 “이 여성은 처벌이 아니라 치유가 필요한 성폭력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5월7일)

샤리프 히다야툴라(Syarif Hidayatullah) 국립이슬람대학의 이스마일 하사니 교수는 “아체 주의 법은 불분명한 세 가지 서로 다른 시스템이 혼재돼 있다”며 “관습법에 따르면 이 여성은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처벌을 감수해야 하지만, 국법(national law)에 따르면 이 여성은 보호가 필요한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이슬람 근본주의 율법을 채택한 국가에서 이와 비슷한 일은 심심치 않게 벌어져왔다.

몰디브에서는 혼전 성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15세 여성이 태형 선고를 받았다.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은 ‘이성과 함께 차 안에 있었다’는 이유로 집단 성폭행을 당한 여성에게 태형을 선고했다. 리비아에선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가족이 성폭행 피해자를 살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인도의 한 고위 정치인은 성폭행 피해자를 가해자와 함께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인도네시아의 대법관 후보는 “성폭행범과 피해자는 함께 즐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샤리아를 시행하는 아체 주에서 음주와 도박은 금지된다. 모든 여성은 의무적으로 두건을 착용해야 하며, 결혼하지 않은 남녀가 공공장소에서 애정표현을 하는 것도 금지된다. 이 때문에 여성과 소수파 종교, 성소수자에 대한 인권침해 논란이 이어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