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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30일 11시 09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5월 12일 11시 00분 KST

블로그도 규제하겠다는 러시아의 패기

AP

러시아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보려는 모양이다. 놀랍다고 해야 할까, 어리석다고 해야 할까.

29일(현지시각), 러시아 상원은 방문자 수가 하루 3000명을 넘는 블로그와 웹사이트를 강력히 규제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것도 ‘압도적인 표차’였다.

이 법안은 곧 푸틴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이르면 8월에 발효될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 그 내용을 자세히 전했다.

하루 페이지뷰가 3000건이 넘는 블로거들은 신원을 공개해야 하고, 포스팅 내용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해야 하고, 극단적인 주장이나 시민들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내용을 퍼뜨려서는 안 되며 선거 전 침묵을 규정한 법을 따라야 한다. 인권활동가들은 블로거들은 그런 내용을 따를 준비가 안 돼 있다고 밝혔다. 이 법을 어길 경우, 벌금형에 처해지고 블로그가 폐쇄당할 수 있다. (WSJ, 4월29일)

휴 윌리엄슨 ‘휴먼라이츠워치(Human Rights Watch)’ 유럽중앙아시아 디렉터는 “오늘날 러시아에서 인터넷은 표현의 자유의 마지막 보루”라며 “이 가혹한 법률은 분명 인터넷을 정부의 통제에 두려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유명 블로거인 안톤 노시크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새로운 법안은 자유로운 정보 교환과 의견 표현을 제한하려는 것”이라며 “그들은 정부가 (독재체재인) ‘영광스러웠던 과거’로 돌아가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러시아 정부는 왜 인터넷을 통제하려고 할까.

가디언은 이미 지난 2010년 “온라인상에서의 분노가 확산되면서 정부나 주류 언론이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반정부 인사들이 블로그를 플랫폼 삼아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다시 말해, 인터넷을 통제해 비판 의견을 억누르겠다는 이야기다.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러시아 정부의 시도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야당 성향의 뉴스사이트 세 곳을 폐쇄하고, 정부 비판적 의견을 표출해 온 유명 블로그를 차단했다. 법원의 판결 없이도 수사당국이 즉각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도록 허용한 법이 2월에 통과된 직후였다.

러시아 의회는 최근 소셜미디어 웹사이트의 경우,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최소 6개월 동안 보관해야 한다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수사에 활용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지난 24일 상트페테부르크에서 열린 미디어 포럼에 참석해 아예 ‘인터넷’ 자체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프로젝트라고 비난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인터넷 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러시아 상원 의회는 최근 러시아 정부가 통제하는 별도의 인터넷을 구축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이 법안은 새로 만들어질 인터넷을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대신, 러시아 동화책과 만화 캐릭터인 ‘체브리시카(Cheburashka)’로 명명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불행하게도, 세계에는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정부가 여전히 적지 않다. 국경없는기자회(RSF) 발표에 따르면, 최근 카자흐스탄 정부는 법원의 허가 없이도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터키 정부는 반정부 시위로 몸살을 겪고 있던 지난 달, 트위터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 사이트의 접속을 차단했다. 중국 역시 오랫동안 인터넷 검열과 폐쇄 정책을 유지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

따지고 보면 멀리 갈 것도 없다. 법원의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는 건 우리나라에서도 늘 있는 일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매주 비공개 회의를 열어 수 천 건의 사이트에 대한 차단 조치를 결정하고 있다.

‘괴담’을 유포한 혐의로 사문화된 법 조항을 적용해 2009년 논객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것도 우리나라 정부다. 북한 관련 게시글을 ‘리트윗’한 혐의로 박정근씨가 구속됐고, 훗날 위헌 판결이 내려진 ‘인터넷 실명제’가 5년 동안이나 유지됐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우리나라의 순위는 2008년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나라를 불문하고, 권력자들은 인터넷을 통제하려는 달콤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운 모양이다. 그러나 언젠가 풍선은 터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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