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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15일 13시 27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4월 15일 17시 20분 KST

남재준 국정원장 사과, 4분 낭독으로 끝

한겨레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15일 간첩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사과했다.

남 국정원장은 이날 서울 내곡동 국정원 청사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중국 화교 유가강(유우성) 간첩 사건과 관련해 증거 서류 조작 의혹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을 머리 숙여 깊이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국민 생명과 국가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으로 임무 완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다”면서 “일부 직원이 증거 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한 책임을 통감한다”고도 했다.

남 국정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수사 관행을 점검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해 나가겠다”면서 “낡은 수사와 절차 혁신을 위해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강도 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남 국정원장의 사과는 제대로 된 사과는 아니었다.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아’, ‘뼈를 깎는 개혁’ ‘강도 높은 쇄신책’ 등 강한 표현을 썼지만 이날 ‘행사’는 일방적인 사과문 낭독과 함께 3~4분 만에 끝났다. 질의응답도 없었다.

사과문을 살펴보면 이번 사건에 대한 남 원장의 인식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정원 직원이 증거 조작 혐의로 기소된 사건임에도 남 원장은 이를 ‘의혹’으로 표현했다. 죄가 아니라면 사과할 이유가 없고 법을 어겼다면 책임을 져야 한다. 남 국정원장의 표현대로 ‘의혹’이라면 사과할 일은 아니다.

남재준 국정원장이 취임한 뒤 1년 동안 국정원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국정원 직원이 지난번 대선 때 야당 후보에 불리한 댓글을 단 사실이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또 국정원은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나라를 뒤흔들었다. 이번에는 증거를 조작했다.

국정원이 국가 안보를 위해 하는 일은 드러나지 않는다. ‘음지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국정원은 여러 차례 ‘양지’에서 나라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럼에도 진지한 반성조차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번에도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면죄부를 줬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열린 국무회의 공개 발언에서 "어제 검찰 수사결과가 발표됐다. 유감스럽게도 국정원의 잘못된 관행과 철저하지 못한 관리체계에 허점이 드러나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돼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이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정원은 뼈를 깎는 환골탈태의 노력을 해야할 것"이라고 국정원의 개혁을 촉구했다. 지난번 댓글 사건에 이어 또 다시 '셀프 개혁'을 주문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8월 15일 광복절을 맞아 독립유공자와 유족을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면서 일본에 대해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을 깨닫고 과거사 문제를 풀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했었다.

하지만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남 국정원장은 물론이고 박 대통령 자신도 '과거를 직시하고 반성할 진정한 용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정원은 또 다시 뉴스의 중심에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다음은 이날 남재준 국정원장이 발표한 사과문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최근 중국화교 유가강 간첩사건과 관련하여 증거서류 조작 혐의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것을 머리숙여 사과드립니다.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으로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왔으나, 일부 직원들이 증거위조로 기소되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원장으로서 참담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있습니다.

국정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그동안의 수사 관행을 다시 한 번 점검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완전히 뿌리뽑아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뼈를 깎는 개혁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이를 위해, 시대 상황과 정보환경의 변화에 부응하지 못한 낡은 수사관행과 절차의 혁신을 위해 TF를 구성해서 강도높은 쇄신책을 마련하겠습니다.

과학화된 수사 기법을 발전시키고,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해 국정원 본연의 업무인 대공 수사능력을 한층 더 강화하겠습니다.

또한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에 의한 엄격한 자기통제 시스템을 구축하여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습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가 안보는 국민들의 안위와 직결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입니다.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환경이 매우 엄중합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NLL 도발, 4차 핵실험 위협이 이어지고 있고 다량의 무인기에 의해 우리 방공망이 뚫린 엄중한 시기에 국가 안보의 중추기관인 국정원이 이렇게 흔들리게 되어 참으로 비통한 마음입니다.

국민 여러분의 질타와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앞으로 국민이 신뢰하고 의지할 수 있는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 위중한 시기에 국정원이 환골탈태해서 새로운 기틀을 마련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기회를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심려를 끼쳐드린 것을 다시 한 번 사과드리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정원장으로서 책임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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