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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11일 03시 21분 KST

카타르 이주노동자 ‘노예 삶'...죽음의 월드컵 공사

AFP
국제 인권·노동단체는 카타르 이주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한다.

‘카팔라’ 족쇄에 묶인 이주노동자

2010년 233명, 2011년 239명, 2012년 237명, 2013년 241명, 2014년 2월 현재 37명…….

카타르 도하 주재 인도대사관이 지난 2월 공개한 카타르 내 인도인 사망자 숫자다. 인도대사관은 카타르에 거주하는 인도인이 30만 명에 이르는 점을 고려할 때 사망 규모는 ‘통상적 수준’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 인권·노동단체는 이주노동자의 ‘죽음의 행렬’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말한다.

카타르 내 인도인의 절대다수는 젊고 건강한 남성 이주노동자들이다. <가디언>은 카타르 통계청 자료 등을 인용해 2010년을 기준으로 15살 이상의 카타르 이주노동자 가운데 남성이 89%이고, 전체 이주노동자 중 15~44살 연령대의 청장년층이 85%라고 전했다.

2010년 12월 월드컵 개최권을 따낸 전후로 카타르 정부는 경기장과 인프라 공사 등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무더기로 쏟아냈다. 그리고 4년 남짓한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체로 젊고 건장한 인도 노동자 1000명 가량이 숨졌다. 카타르에서 일하던 네팔 노동자도 2012년과 2013년에만 380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노동조합연맹(ITUC) 등은 이들 사망자 가운데 대다수를 건설 노동자로 추정한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인골탑’ 아래서 열린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카타르 인구 190만 명 추정

국적자 25만명…1인당 GDP 9만 달러

나머지 대부분 저임금 이주노동자

카타르 인구는 2001년만 해도 60만 명에 불과했는데, 10여 년 만에 3배 이상 불어났다. 2000년대 들어 자원개발·건설 사업 규모를 늘린데다 월드컵을 유치한 뒤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들을 추진하면서 이주노동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카타르 통계청은 2013년 인구를 190만 명으로 추정했는데, 이 가운데 카타르 국적자는 15%도 안 되는 25만 명 수준이다. 160만 명 이상이 외국인이고, 거의 대부분이 이주노동자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 국적자 한 명당 거의 5~6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있는 셈”이라고 전했다.

이주노동자는 주로 남아시아 빈곤국 출신인데 인도, 파키스탄, 네팔, 이란, 필리핀, 이집트, 스리랑카 등의 순으로 많다.

2012년 6월18일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건설 노동자들이 점심 시간에 공사장 한켠에서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2년 월드컵이 열리는 도하의 대규모 시설 공사 현장에는 수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투입되는데 노동조건이 열악해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 도하/로이터 뉴스1

문제는 이주노동자 절대다수가 ‘카팔라 시스템’(후원자 제도)이라는 중동 지역 특유의 족쇄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카팔라는 건설·가사도우미 등 비숙련 이주노동자에게 주로 적용하는 제도로, 노동자의 지위를 사실상 고용주의 ‘노예’ 신분으로 떨어뜨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카타르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레바논·아랍에미리트·바레인 등 페르시아만 연안 국가들에서 뿌리내리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카타르가 최악이라는 평을 듣는다. 예컨대 이주노동자가 되려면 반드시 카타르 국적자인 고용주가 스폰서가 돼야 한다. 일단 입국하면 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일터를 바꿀 수 없다. 심지어 고용주의 허가 없이는 출국도 불가능하다.

게다가 카타르 고용주를 연결해주는 인력중개업체에 3~6개월 치 월급을 뜯기는 조건으로 빚을 지고 오는 사례도 흔하다. 이러다 보니 거짓 계약조건에 속아서 입국했거나 고용주가 계약조건을 지키지 않아도 되돌아갈 길마저 막혀 있는 경우도 많다.

2010년 ‘2022월드컵’ 따낸 뒤 경기장 등 초대형 건설 쏟아내

사막 기후 건설현장 노동환경 참혹 4년 새 인도 노동자만 1000명 숨져

<뉴욕타임스>는 “테레사 단테스라는 29살의 필리핀 여성은 입국 전에 가사도우미로 매달 400달러를 받고 식사와 방도 따로 준다고 해서 계약서에 서명했지만, 막상 입국해 보니 고용주는 250달러밖에 주지 않았다”며 “식사도 하루에 한 끼 집주인 가족이 먹다 남은 것을 줬고, 계약과 달리 고용주의 장모와 여동생 집까지 청소할 것을 요구받았다”고 전했다.

건설 노동자들은 6월만 넘으면 녹아내릴 듯 뜨거운 사막 기후 속에서 건설 현장에 투입되지만 노동환경은 참혹하다. 카타르 노동법상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은 안되고, 기온이 최고 50℃까지 치솟는 여름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3시 사이에는 일을 시키는 게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은 이런 보호를 거의 받지 못한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주노동자들이 50℃를 오르내리는 한낮에도 쉬지 못하면서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고 있고, 안전모 같은 기본 보호장비조차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허다하다고 전했다.

건설 노동자의 임금은 한 달에 150~450달러에 불과하지만, 이마저도 체불되거나 아예 떼먹히는 사례도 많다. 노동자 기숙사에 에어컨은 없거나 대부분 고장 나 있고, 전기나 수돗물조차 들어오지 않는 열악한 곳들도 발견됐다. 이러다 보니 젊고 건강한 노동자도 건강이 악화하면서 툭하면 추락 사고를 맞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팔라 족쇄에 묶인 노동자들은 저항할 길이 없다.

중동 ‘카팔라’ 시스템 족쇄로

고용주 허락 없인 취업·출국 금지

임금체불 등 인권유린도 다반사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최근 이주노동자의 떼죽음에 대한 국제사회의 논란이 커지자 카타르 정부도 제도 개선 뜻을 밝히긴 했다. 하지만 카타르의 노동인권 의식은 워낙 낮다.

카타르에 노동법이 생긴 건 2000년대 중반의 일이고, 최저임금제도도 없다. <뉴욕타임스>는 카타르대학의 연구 결과를 인용해 “계약서를 쓴 노동자의 4분의 1도 계약서 내용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했고, 275달러 미만의 월급을 받는 노동자의 42%는 계약서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부유한 소수의 카타르 국적자가 저임금으로 이주노동자들을 노예처럼 고용하고 편히 사는 데 익숙해진 국민 의식도 심각한 걸림돌이다. 카타르의 1인당 총생산(GDP)은 2011년 기준으로 9만 8900달러다. 하지만 이주노동자 대부분이 저소득층인 점을 고려하면 카타르 국적자의 1인당 총생산은 69만 달러에 이른다.

카타르인 가구의 95%는 가사도우미를 고용하고, 절반 이상이 두 명 이상의 가사도우미를 둔다. 카타르인 10명 가운데 9명은 카팔라 시스템이 약화되는 걸 원치 않는다. 카타르 노동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카타르 시스템은 변화해야 한다”면서도 “개혁은 천천히 가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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