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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4월 01일 02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16일 14시 02분 KST

'친서민' 이민자의 딸 '안 이달고', 파리 첫 여성 시장에 당선

한국일보

'이달고' 55.4%로 당선

지방에선 국민전선 돌풍… 집권 사회당 주요도시서 패

올랑드 정부 중간평가 쓴맛

프랑스 수도 파리가 선택한 첫 여성 시장은 '공주님'이 아니라 '스페인 이민자의 딸'이었다. 중도좌파 사회당 후보 안 이달고(54)는 30일(현지시간) 치러진 파리시장 결선에서 정치명문가 출신의 중도우파 대중운동연합 후보 나탈리 코쉬스코 모리제(40)를 누르고 당선됐다.

전국 3만6,000여개 선거구에서 시장 및 시의원을 뽑은 이날 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 사회당은 그러나 기존에 보유한 시장 자리를 줄줄이 우파에 내주며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에 승리를 내줬다. 여성 당수 마린 르펜(46)이 이끄는 극우정당 국민전선은 최대 15곳에서 당선자를 내며 내달 유럽의회 선거 전망을 밝혔다.

가난한 이민자 딸에서 파리시장으로

개표 결과 이달고가 소속된 사회당은 파리에서 55.4%를 득표, 44.5%에 그친 모리제의 대중운동연합을 눌렀다. 이달고는 일주일 전 1차투표 땐 모리제에 1%포인트 뒤졌지만 결선 진출이 좌절된 녹색당과 연합해 여유 있게 승리했다.

프랑스 지방선거는 정당의 시의원 후보 명부에 투표하는 형식이지만 이긴 정당의 명부상 제1후보가 시장이 되는 터라 시장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표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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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여, 해봅시다'를 선거구호로 내건 이달고의 승리 요인으론 서민친화적 공약이 먼저 꼽힌다.

2001년 당선된 베르트랑 들라노 현 파리시장을 도와 13년째 부시장으로 재임하며 무인자전거 대여 시스템 '벨리브' 도입, 센 강변의 인공백사장 조성 등으로 호평을 받은 그는 선거 기간 중 공공임대주택 및 유치원 증설, 녹지 확장 등을 약속했다. 시 재정을 인프라에 과감히 투자하면 교외 인구가 유입돼 세수가 늘어날 것이란 선순환론에 근거한 공약이었다.

모리제는 이에 공무원 수를 줄여 관광산업 투자를 확대한다는 친시장적 공약으로 맞섰지만 장기불황으로 삶이 팍팍해진 파리시민들은 이달고의 손을 들어줬다. 단번에 2017년 대선의 유력 후보로 부상한 이달고는 "나는 파리의 첫 여성 시장이며 그 도전이 뜻하는 바를 잘 알고 있다"며 당선소감을 밝혔다.

두 후보의 판이한 이력 탓에 계층 갈등에 기반한 선거구도가 짜인 것도 이달고에겐 호재였다. 스페인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두 살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 리옹으로 이주해 넉넉지 않은 성장기를 보냈다.

반면 주미 대사를 지낸 할아버지, 현직 시장인 아버지를 둔 모리제는 30대 중반에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정부에서 교통환경장관으로 입각하며 우파 정치샛별로 부상했다. 모리제는 그러나 통근시간이면 '지옥철'로 변하는 파리 지하철을 "매력적인 장소"라고 했다가 물정 모른다는 빈축을 샀고 "현실과 동떨어져 사는 특권층"이라는 이달고의 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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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르펜, 고개 숙인 올랑드

르펜의 기쁨도 이달고에 못잖았다. 30일 밤 내무부의 잠정집계에 따르면 국민전선은 득표율 6.62%로 대중운동연합(45.91%)과 사회당(40.57%)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2008년 지방선거에서 1% 미만의 득표율로 한 명의 시장도 배출하지 못했던 국민전선은 1차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당선을 확정지은 북부 에낭보몽을 포함해 14~15곳의 시장을 거느리게 됐다.

르펜은 사회당-대중운동연합이 의석을 독점했던 양당체제가 무너졌다며 "세 번째 정치세력이 태어났다"며 기염을 통했다. 국민전선은 그러나 1차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아비뇽을 놓치고 포르바크, 페르피냥 등 역점을 기울인 대도시에서 패하는 등 보수 성향이 강한 남부 지역 너머로 세를 확장하는 데에는 한계를 보였다.

사회당은 침울했다. 집권 2년을 맞은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로 여겨지던 이번 선거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 툴루즈를 대중운동연합에 뺏기는 등 인구 9,000명이 넘는 주요 도시 155곳의 시장직을 야당에 넘겨줬다. 10%대의 높은 실업률, 제로에 가까운 저성장률 등 심각한 경제난 탓에 집권당의 선거 패배는 예견됐던 결과다.

야속하게도 이날 지난해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3%를 기록해 목표치인 3.6%를 훨씬 상회한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올랑드의 지지율은 최근 20% 밑으로 추락하며 '5공화국(1958년 샤를 드 골 집권 이후 헌정체제) 이래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이라는 오명이 계속되고 있다. 60%대 초반의 낮은 투표율도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장 마크 애로 총리는 "정부와 집권당의 패배이며 그 메시지는 분명하다"며 올랑드 대통령이 개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총리까지 교체하는 대대적 개각이 될 것이라는 중론 속에 대중적 인기가 높은 마뉘엘 발스 내무장관이 차기 총리로 거론되고 있다.

올랑드의 첫 동거녀 세골렌 루아얄 전 사회당 대표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루아얄의 입각에 반대해온 올랑드의 두 번째 동거녀 발레리 트레에르바일레가 올랑드와 여배우의 밀회 사건으로 대통령궁을 떠났기 때문이라는 것이 하마평의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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