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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9일 06시 51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7월 08일 13시 18분 KST

[Cover Story] 수족관 돌고래의 '슬픈 진실'

한국일보

친구들은 망망대해 누비는데… 고작 몇m 크기 침대서 평생을 사는 꼴

지난달 19일 울산 남구에서 울산 남구청 관계자, 서울동물원과 한화 아쿠아플라넷의 돌고래 전문가들이 모여 '큰돌고래 번식협의회'를 열었을 때만 해도 임신 11개월 째인 장생포 고래생태체험관의 큰돌고래 장꽃분의 출산은 축복이고 경사였다. 하지만 이달 7일 태어난 새끼 돌고래 장생이 3일만에 짧은 생을 마감하면서 "수족관 출산은 환영할 일이 아니다"는 슬픈 진실이 알려졌다. 수족관에서 탄생한 돌고래가 살아남는 것은 10마리나 20마리 중 한 마리에 불과하고(자연상태 생존율은 50%), 성체가 돼도 수명이 10분의 1에 그친다는 사실에 경악한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돌고래에게 수족관 생활이란 무엇이기에 그럴까.

사람이 평생 침대에서 사는 꼴

국내 수족관들은 나름대로 멸종위기종인 돌고래를 위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고래체험관을 운영하는 울산 남구는 장생포 앞바다 물을 최신식 여과기를 거쳐 매일 40톤씩 공급하고, 전문가를 고용해 매일 돌고래 건강을 체크하는 등 돌고래 건강과 복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돌고래의 타고난 습성을 살펴보면 수족관이라는 환경 자체가 그들에겐 재앙이다. 자연상태의 돌고래는 하루 100㎞ 이상을 움직이며 살아있는 물고기 12㎏ 정도(성년 돌고래 기준)를 먹어 치운다. 사회성도 뛰어나 100~1,000마리가 무리를 이뤄 생활한다.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다른 돌고래를 만지며 친밀감을 표시하고, 나이가 들어 죽어가는 동료를 수면 위로 들어올려 숨쉬게 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고작 몇 m 크기의 수족관은 감옥과도 같다. 수족관 돌고래들이 쇼가 없는 동안 먹고 자는 내실의 크기가 제주 퍼시픽랜드는 가로 세로 5m, 4m 서울동물원은 12m, 5m에 불과하다. 이 곳에 보통 3, 4마리가 함께 머문다. 인간의 하루 행동반경을 10㎞ 정도로 잡는다면 평생 침대 안에만 머물게 하는 셈이다.

좁은 수족관은 청각이 예민한 돌고래에게 또 다른 스트레스다. 돌고래는 음파를 사용해 물체를 인식하고 의사소통을 하는데, 수족관에서는 자기가 낸 소리가 불과 몇 미터 앞의 콘크리트 벽에 부딪혀 되돌아오기 때문에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외딴 방에서 혼자 소리지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새크라멘토대학 연구진이 2006년 발표한 '수족관 동물의 스트레스 요인'에 따르면 수족관 안의 음악, 관람객의 웅성거림, 환풍기나 정수시설의 소음 모두 돌고래에게 스트레스로 작용했다.

더욱이 수족관에선 사냥도 하지 않고 사람이 주는 죽은 물고기를 먹으며, 돌고래들 사이의 사회적 관계도 단절돼 있다. 실내 수족관은 햇빛을 통해 합성되는 비타민D 부족으로 면역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자연수명의 10분의 1, 강박행동도

수족관 속 돌고래의 높은 폐사율은 이처럼 타고난 본능을 박탈한 결과인 셈이다. 동물자유연대가 2005~2012년 제주 퍼시픽랜드 수족관에서 태어난 돌고래의 평균 수명을 조사한 결과 자연상태 30~40년의 10분의 1 수준인 평균 4.32년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동안 퍼시픽랜드에서는 모두 6마리가 태어났지만 2008년에 태어난 똘이(암컷)를 제외하고는 모두 얼마 지나지 않아 폐사했다.

지능과 사회성이 높다는 점에서 사람과 통하는 면이 많은 돌고래는 수족관에 갇히면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한국일보가 동물자유연대로부터 입수한 2012년 고래체험관 동영상에는 큰돌고래 한 마리가 10분 동안 7차례나 물 밖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담겨 있다.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행동생태연구실 장수진 연구원은 "조련사가 고래쇼나 몸무게 측정 등의 관리를 위해 가르치는 랜딩(landing)이라는 행동인데 몸에 큰 무리를 주기 때문에 자연상태에서는 보이지 않는 행동"이라며 "스트레스가 심하거나 사람에게 관심을 끌려고 할 때 이 같은 행동이 강박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이권 이화여대 에코학과 교수는 "자연상태에서 누렸던 사회 생활과 사냥, 장난에서 오는 즐거움이 수족관에서는 모두 사라진다"며 "운동량이 떨어지고 스트레스를 받아 조기 폐사와 강박행동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갖가지 스트레스에 처방전은 항생제

돌고래들은 약물에도 노출된다. 동물자유연대는 수족관에서는 돌고래 배설물이나 물이끼를 소독하기 위해 수족관 물에 염소를 첨가하는데, 이는 돌고래의 피부를 벗겨지게 하고 시력을 상실하게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수족관들은 '응급 처방'으로 항생제 투약에 의존한다. 한국일보가 지난해 5월 29일~6월 6일 울산 고래체험관의 사육일지를 입수해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돌고래 4마리에게 매일 비타민과 면역강화제를 투약했고, 피부병이 발병한 1마리에게는 항생제를 과다하게 투약했다. 심지어 병이 없는 돌고래에게도 항생제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수족관에서는 먹이 종류가 한정돼(고등어 임연수어 전갱이 등) 영양분이 부족하고 운동 부족으로 면역력이 낮다"며 "이 때문에 보충제와 항생제를 먹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울산 남구는 "질병과 건강상태를 고려해 비타민과 항생제를 먹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단체들은 수족관에 대한 관리감독과 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돌고래 보호단체 핫핑크돌핀스의 황현진 대표는 "제주 퍼시픽랜드에서는 국제적 멸종위기종(CITIES)인 남방큰돌고래를 무단 포획해 돌고래쇼를 시켰지만 단 한번도 관리감독이 이루어진 적이 없다"며 "2012년부터 1년 동안 남방큰돌고래 11마리 중 7마리가 폐사했지만 그 원인조차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 수족관 관리 감독에 대한 법규는 없다, 국회에는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수족관 관리 기준 마련을 골자로 대표발의한 동물원법이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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