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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7일 02시 58분 KST

'살인적 임대료'...미국 맨해튼서 서점이 사라진다

AFP

'맨해튼은 문학·출판의 중심' 명성은 옛말

살인적인 임대료 때문에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서점이 사라지고 있다.

이에 따라 '맨해튼은 미국 출판·문학의 중심'이라는 명성이 이제는 옛말이 됐다고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맨해튼 남쪽에서 '맥낼리 잭슨'이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는 새라 맥낼리는 맨해튼에서 목이 좋기로 유명한 부유한 지역 '어퍼 웨스트 사이드'에 최근 2번째 서점을 낼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내 계획을 접어야 했다. 어마어마한 임대료 때문이다.

그는 "(서점을 내기에도 비좁은) 아주 조그만 공간을 빌리는데도 월 임대료가 4만달러(4천300만원)가 넘어 완전히 낙담했다"고 말했다.

맨해튼의 살인적 임대료로 이미 자영업자들이 주로 하는 피자가게, 화원 등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최근 들어선 그 여파가 서점·출판계에까지 확연하게 몰아닥치고 있다.

이에 따라 맨해튼이 미국 문학과 출판, 서점을 대표하는 지역이라는 말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됐다.

맥낼리의 서점외에도 이미 중견 서점인 리졸리 서점은 현재 위치한 맨해튼 57번가에서 떠나야 할 처지가 됐다. 앞서 뱅크스트리트서점도 지난해 12월 살인적 임대료와 판매 부진으로 인한 손실로 2015년 2월에 끝나는 현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며 이전계획을 발표했다.

뉴요커들의 사랑을 받았던 독립서점 콜리세움, 셰익스피어앤컴퍼니 등도 문을 닫은 지 오래다.

2000년대 들어 자영업자들의 독립서점을 몰아내고 맨해튼을 장악한 대형서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미국내 대형 유명서점 반즈앤노블도 맨해튼내 5곳의 점포를 폐쇄했다. 모두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때문이다. 심지어 반즈앤노블은 지난 1월 18번가에 있는 간판매장까지 문을 닫아야 했다.

대형서점 체인인 보더스 역시 2011년 파산위기를 맞아 맨해튼내 대형매장 5곳을 닫았다.

미국 노동부 등 연방정부의 자료를 보면 맨해튼내 서점은 2000년 150개에서 2012년 106곳으로 30% 가까이 줄었다. 같은 기간 서점 관련 종사자는 46%나 감소했다.

맨해튼 32번가 한인타운에서 음식점을 하는 한 교포는 "한인타운내에서 아주 작은 점포를 내려해도 월임대표가 5만달러 내외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는 "심지어 건물 주인이 장사가 잘되는 매장에 손님이 얼마나 드는지를 눈여겨봤다가 수시로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성화를 한다는 얘기마저 있다"고 귀띔했다.

이와 관련, 유엔 한국대표부 확장으로 지난달 맨해튼 중심가로 독립한 뉴욕 총영사관도 엄청난 임대료때문에 한국무역협회가 소유한 빌딩에 '염가로' 세들었다. 25명의 외교관이 근무하는 총영사관이 불과 2개층을 빌려쓰는데 지불하는 월 임대료는 16만달러(1억7천200만원)에 달한다.

총영사관 관계자는 "그나마 한국법인인 무역협회가 소유한 건물이어서 파격적으로 싸게 들어갔는데도 이 정도"라며 "뉴욕 총영사관 규모를 감안할 때 독립청사를 매입하는게 오히려 국가예산을 아낄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