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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6일 02시 50분 KST

기독교인이 본 ‘노아',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지난 20일 개봉한 ‘노아’(대런 아로노프스티 감독)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인간 노아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블록버스터다.
Noah
지난 20일 개봉한 ‘노아’(대런 아로노프스티 감독)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인간 노아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블록버스터다.

(이 글은 기독교인 관점에서 본 영화평을 기자가 재구성한 내용으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사실 영화 ‘노아’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느꼈다. 어린 시절부터 내가 배워왔던 성경 속 인물 노아는 어디가고 그와는 완전히 다른, 맹목적인 신념에 매달리는 미치광이 노인 한 명이 영화 내내 주변 인물들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어 낯섬을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개봉한 ‘노아’(대런 아로노프스티 감독)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은 인간 노아와 그의 가족들의 이야기를 그린 블록버스터다. 인류를 멸망시켜버린 거대한 홍수에서 살아남는 한 가족의 갈등과 화해, 선과 악에 대한 인간의 고뇌, 신이 준 사명과 가족으로서의 의무·애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한 사람의 삶을 담았다.

기독교인이 본 ‘노아’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성경 속에서는 신으로부터 ‘의인’이라 인정을 받고 ‘당세에 완전한 자’라고 일컬어졌던 인물이 영화에서는 인간을 멸망시키겠다는 신의 의지를 맹목적이게 받들고 그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가족이든 아니든, 누가 됐건 살인까지도 쉽게 행할 정도의 비인격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일단은 가능한 상상이라고 생각한다.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어린 시절 노아의 이야기를 보고 영감을 받아 작품을 썼고, 그 연장선상에서 완성된 이야기가 ‘노아’다. 노아의 과묵하고 외골수적인 성격이나 가족들과의 갈등, 초능력을 발휘하는 할아버지 므두셀라, 인간에게 지혜를 주러 내려왔다가 하늘로 돌아가지 못하는 벌을 받은 기괴한(?) 외양의 타락천사들의 존재까지 영화라는 틀 안에서 이해할 수 있었고, 또 ‘노아’라는 이야기가 펼쳐진 배경이 고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그들이 그런 성격을 갖고,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 해도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를 보는 데 가장 큰 불편함을 줬던 노아의 비정상적인 성격과 그것이 말해주는 영화의 주제의식 역시 작품 말미 노아의 첫째 며느리 일라(엠마 왓슨 분)의 대사를 통해 그 불편함의 이유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듯 느껴졌다.

미치광이 노인 한 명이 민폐 끼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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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것은 신과 그가 벌이려 했던 사건에 대한 해석이었다. 영화 속 노아는 인간을 멸망하겠다는 신의 의지를 따르기 위해 충실히 자신의 일을 행한다. 노아에 의하면 인간을 멸망하겠다는 신의 의지는 노아와 그의 가족에게도 해당된다. 단지 그들은 신이 만든 동물과 식물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된 충실한 쓸모 있는 ‘관리자’일 뿐이다. 그 일이 끝나면 자손을 낳아 번성하기 보다는 죽기를 선택하려 한다. 다 신의 뜻이라는 미명 아래서다.

물론 이 영화는 신에 초점을 맞춘 영화가 아니기에 신의 실체를 세세하게 그려내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신의 일방적인 그것도 꿈을 통해 알려준 게시를 자신의 뜻대로 해석해 실행하는 노아의 모습은 결국 신을 비인격적이고 권위적이기만 한 존재로 그리게 된다. 창세기에서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한 자'라고 설명된다. 기독교에서 말하는 동행은 '인격적인 관계'를 뜻하고 그것은 곧 마음을 주고받는 소통이 가능한 관계라 이야기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노아는 영화 '노아'에서 그려지는 것처럼 맹목적이기만 한 사람이 아닐 가능성이 더 크다.

실제로 성경에서 신은 노아에게 방주를 얼만큼의 크기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까지 하나하나 말로 설명한다. 노아는 '하나님과 동행하는 자'였던 만큼 자세하게 설명하는 신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적어도 거기에 설득되고 인간적으로 생각해도 수긍할 만한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이다.

더불어 노아의 이야기에서 드러나는 신의 의지는 인류의 멸망이 아니라 구원이다. 신의 입장에서 볼 때 홍수로 싹 쓸어버릴만큼 인간과 그들이 만든 문화는 악했지만, 그는 그것으로 끝을 내지 않고 노아의 가족을 남겨두면서 인간에게 또 한 번의 희망을 품었다. 실제 노아 이야기가 나오는 창세기 본문에서도 신은 어떻게 죽일 것인가만큼 어떻게 살릴것인가를 설명했다.

'노아'는 아름다운 판타지 영화다. 성경에서 모티브를 땄다고 해서 꼭 성경의 관점으로 해석돼야 하는 건 아니라 생각한다. 기독교인들이라면 이 점을 유념해서 보면 되겠고, 비기독교인이라면 영화가 이야기하는 고민들을 함께 고민해보고 원작에서 설명하는 노아가 어땠는지를 한번쯤 알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