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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4일 13시 59분 KST | 업데이트됨 2016년 04월 20일 12시 33분 KST

3146명이 감금된 형제복지원 사건, 진상규명 이뤄지나

한겨레신문
형제복지원은 군대식 조직이었다. 수용자들은 소대에서 집단생활을 했고 소대마다 소대장이 있었다. 소대 안에는 양쪽으로 2층 침대가 있었고 사람이 많을 때는 바닥에서 자기도 했다. 엄격한 위계질서 속에서 폭력은 일상화됐다. 사진은 1987년 초 형제복지원의 내부 모습이다. 김용원 변호사 제공

영화 ‘노예12년’에 등장하는 흑인들은 백인들에게 짐승처럼 다뤄진다. 쉴 틈 없이 노동해야 하고 먹고 자고 섹스하는 것마저 그들의 소유였다. 1840년대 미국에서는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흑인 납치 사건이 만연하며 12년간 감금당한 사건을 영화화 했다.

170년 전 사건이 스크린으로 재현되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불과 27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이 보다 더 참혹한 일이 발생했다.

1987년 전국 최대 부랑인 수용시설인 부산 형제복지원(수용인원 3146명)에서 직원의 구타로 수용자 1명이 숨지고 35명이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검찰 조사 결과 복지원이 부랑아를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역이나 길거리에서 주민등록이 없는 사람을 끌고 가서 불법 감금하고 강제노역을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저항하면 굶기고 구타하거나 심지어 살해해 암매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12년 동안 무려 531명이 사망했다. 여기데 더해 지난 21일 형제복지원 사건의 사망자 38명이 추가 확인되면서 사망자 숫자는 향후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부산직할시공원묘지관리소(현 영락공원 사업단)의 매장처리부에서 기재된 형제복지원 무연고 시신 명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부분 “굶어 죽거나 맞아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일부 주검은 300만∼500만원에 의과대학의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갔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앞두고 전두환 정부가 대대적인 부랑인 단속에 나선 게 사건의 배경이었다.

지난 22일 방송된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은 '형제복지원'의 끔찍한 실체를 입체적으로 보여줬다.

이 같은 사실은 당시 아홉 살에 형제복지원에 들어가 열두 살 때까지 생활한 한종선 씨의 증언을 통해서도 입증됐다. 한 씨는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와의 인터뷰에서 "그 안에서 겪었던 고문은 그냥 아무것도 안 먹이고 무릎 꿇리고 손발 묶어놓고 그리고 잠도 안 재운다"며 "겨울 같은 경우에는 손발 묶어놓고 세면장에서 그냥 사정없이 맨몸에 찬물 계속 끼얹는다"며 물고문을 받았음을 증언했다.

한씨는 "9살 10살짜리 애들한테도 찬물을 끼얹었다"며 "지금도 한여름에 더워도 찬물로 샤워를 못한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박 원장이 징역 2년6개월 형을 선고 받은 소식을 듣고 "박 원장이 사형을 선고 받았어야 했다"면서 "저희들은 아무 죄도 없이 끌려가고 잡혀간 거 아닌가. 심지어 죄 없이 10년 넘게 산 분도 있다. 박 원장이 2년 6개월 살고 나왔다고 하는데 누가 믿겠는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형제복지원은 1975년 부산시와 부랑인일시보호사업 위탁계약을 맺고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으며 국내 최대 부랑인 수용 시설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부랑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끌려갔고 이들은 형제복지원 안에서 폭력과 폭언, 감금, 성폭행 등의 인권유린을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형제복지원은 군대 같은 시설이었으며 수용자들은 노예와 다름없었다고 피해자들은 진술했다. 과도한 노역, 폭력, 구타, 성폭행, 영양부실 식단 배급 등으로 12년간 수 백 명이 사망했다. 사망자 시신은 암매장 되거나, 의대 해부실습용으로 300~500만 원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당시 울산지청 소속 수사 담당검사였던 김용원 변호사가 1986년 12월 형제복지원의 실체를 알고 수사에 들어갔지만 `보이지 않는 손'의 방해를 받아 제대로 수사를 하지 못했다.

이들의 실상이 알려진 것은 1987년 3월 22일에 일어난 35명의 집단탈출 사건 뒤였다. 하지만 이들이 울산경찰서에 실상을 알리자 경찰은 도리어 이들을 붙잡으려 했다고 한다. 결국 서울의 한 방송사에 제보를 한 뒤에야 실상이 밝혀졌다.

하지만 수사를 받은 박인근 씨는 7번의 재판 끝에 1989년 2년 6개월의 형만 살고 출감했다. 형제복지원에서 발생한 범행은 정당한 행위로 인정받았고, 외환 관리법 위반 혐의만 인정되어 나온 형량이다. 당시 가벼운 형량을 준 판사는 김용준 판사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이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목한 인물이기도 하다.

심지어 박씨는 전두환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상하기도 했다.

당시 참혹했던 상황은 책 ‘살아남은 아이’에서도 볼 수 있다. 프레시안은 10차례에 걸쳐 형제복지원 사건을 자세하게 다뤘다.

때리는 이유는 갖다 붙이면 다 이유가 되었다. 밥 먹으면서 떠들었거나 세면을 빨리 끝내지 못했거나 빨리 대답을 하지 않았거나, 모든 것이 이유가 되었다. 중대장, 소대장, 서무 선도부 등의 군대식 호칭과 위계에서 폭력은 늘 자연스러운 것이었고, 성폭력도 존재했다.

(중략)

이런 식으로 집단화하고 특정 정체화하는 분리와 구분은 격리와 배제와 그리 멀지 않다. 과거 소록도에 한센병을 앓는 사람들을 강제 수용하여 사회로부터 격리한 국가의 합리적 폭력이 가능했던 것처럼 말이다. 특정 집단을 시설에 모아서 관리한다면 국가는 더 이상 정책을 생산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도 없으며, 장애인이든 부랑인이든 탈가정 청소년이든 술에 취한 사람이든 간에 그/녀들과 일일이 만나 항의나 요청을 받지 않아도 된다. 시설에 있으면 인력과 재정을 추가로 쓰지 않아도 된다.

마! 우리 아버지는 인권 없나?

어? 우리 아버지는 인권 없나?

아직도 이들은 당당하기만 하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이 사건을 심층 취재하기 위해 박 원장에게 인터뷰(13분부터)를 시도하다 그의 아들에게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형제복지원을 운영중인 박 원장의 아들은 인터뷰를 시도하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야, 우리 아버지는 인권 없나? 어? 우리 아버지는 인권 없나?"라고 말하며 멱살을 잡는 등 난폭한 행동을 보였다.

박인근씨 재산은?

형제복지원은 형제복지지원재단으로 개명해 3남인 목사 박천광씨가 운영중

부산 기장 장애인 아동시설 실로암의집- 형제복지지원재단 소속

김해 신영 중,고등학교(대안학교 /딸이 운영, 박인근은 이사장)

빅월드 스포츠 센터(사하)

사상 해수온천 사업부

피부 과학연구소(사상구) 운영

‘형제복지원’은 사회복지법인 ‘형제복지지원재단’으로 개명했으며, 매년 정부로부터 약 10억 원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서 박인근 씨는 지난 2011년까지 이사로 활동했고, 현재는 박인근 씨의 3남 박천광 씨가 운영하고 있다.

박인근 씨는 현재 부산 기장 장애인 아동시설 ‘실로암의 집’, ‘대안학교 복지원’, ‘빅월드 스포츠 센터’, ‘사상 해수욕장 사업부’, ‘피부 과학연구소’를 운영 중이며, ‘부산 신영중고등학교’와 기숙시설인 ‘샘터학교’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신영중고등학교 원장은 그의 딸이 담당하고 있다.

박씨는 현재 실로암교회 장로로 있으며, 부산지역 기독교신문 ‘교회복음신문’의 대표이사직도 맡고 있다. 그동안 모든 재산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무담보로 대출받은 금액만 400억원이 넘는다. 이들이 굴리는 자금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해주는 사례다.

대학로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룬 연극 ‘해피투게더’를 연출하는 이수인씨는 “이 공연을 맡기 전까지는 박인근 원장이 그렇게까지 잘 살고 있는 줄은 몰랐다”며 “이야기를 듣고 나니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박 원장에 대한 분노 때문에 연출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안 제정해서 박원장 처벌 가능할까

네티즌들의 식지 않는 공분에 정부와 정치권은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특별법 제정과 진상조사위원회 구성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24일 형제복지원 사태의 진상을 규명키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진 의원은 25일 오전 9시45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자 생활지원 등에 관한 법률(형제복지원법)' 대표발의 소식을 알릴 계획이다.

형제복지원법에는 국무총리 산하에 형제복지원피해사건진상규명위원회를 2년간 설치해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사실을 확인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법안에는 피해자 배상과 생활지원·의료지원 관련 내용도 포함됐다.

과연 ‘형제복지원’ 사건은 다시 세상 위에 모습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을까.

생존자 한종선씨는 “사이코패스가 되지 않기 위해” 책을 썼다며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가니 사건이 지금 현재에도 일어나고 있다. 형제복지원 사건부터 바로잡아 다시는 이런 일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제대로 된 법치국가라면 피해자가 겪고 있는 고통의 반만이라도 가해자가 죄를 씻을 수 있도록 벌을 내려야 하는 것 아닌가?” (2013.02.09 한겨레신문 정은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