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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21일 14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3월 21일 21시 58분 KST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은 미국 복음주의 교회의 만행?

PAUL RICHARDS / AFP
우간다의 퍼스트레이디 자넷 무세비니

우간다의 퍼스트레이디 자넷 무세비니가 지난 3월 20일 교회에서 설교하던 중 아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을 지지했다. 그녀의 놀라울 정도로 논리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리는 반드시 하느님의 말을 따르고 복종해야 합니다. 우리를 이끌어주시는 하느님께 감사해야 합니다. 저는 소들이 동성애를 하는 걸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인간에게 동성애를 허락해야 하는겁니까"

이게 무슨 소가 웃을 소리냐고? 그녀가 우간다의 퍼스트레이디고, 또 요웨리 무세비니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걸 생각해 본다면 놀랄 일은 아니다. 아프리카의 작은 국가 우간다는 LGBT(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의 지옥이다.

동성애자를 색출해서 교수형에 처하자는 기사를 1면에 실은 우간다 타블로이드 신문 '롤링 스톤'

지난해 우간다의 타블로이드 신문 '롤링 스톤(미국 잡지 롤링스톤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은 '우간다 최고 호모 사진 유출, 100명'이라는 혐오스러운 제목의 기사를 1면으로 내세우며 "동성애자들을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사가 나오자마자 우간다 전역에서 반 동성애 테러가 일어났고, 우간다 LGBT 인권운동가가 집에서 살해당하기도 했다.

지금 우간다 정권은 이 같은 반인권 행위를 막을 생각이 없다. 요웨이 무세비니 대통령은 올해 2월 우간다의 반 동성애 법안에 최종적으로 서명했다. 이 법안에 따르면 동성 성인 간의 합의에 이루어지는 성관계로도 무기징역을 선고할 수 있다. 심지어 이 법안은 동성애 인권운동 자체를 불법으로 간주한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진 요웨이 무세비니 우간다 대통령

독실한 성공회교도 요웨이 무세비니 대통령은 지난 1986년부터 30여 년 간 권좌에 올라있는 독재자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반동성애법안에 서명하면 연간 4억 달러(한화로 4천300억 원)에 달하는 원조를 끊겠다고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통과시켰다. 우간다는 1인당 국민총생산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미국의 원조를 포기하고 만든 이 법의 별명은 '4억 달러 법안'이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역시 지난 2월 25일 우간다의 반동성애법 철회를 촉구했다. 하지만 퍼스레이디가 "소도 동성애를 하지 않으니 인간도 동성애를 할 수 없다"고 설교를 할 정도의 논리적 사고방식을 갖춘 나라에 유엔의 촉구와 미국의 원조가 딱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진 않는다.

미국 대통령이 원조 철회까지 부르짖으며 우간다에 경고를 보냈지만, 버락 오바마는 이 사실을 잊은 것 같다. 사실 지금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을 함께 창조하고 밀어붙인 주체는 바로, 미국의 복음주의자(Evangelical) 교회들이다.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안은 미국 유학생 출신인 데이빗 바하티 의원이 발의했다. 많은 서구 언론들은 이번 법안을 발의하고 지지한 세력이 현지에 선교 중인 보수 성향의 미 복음주의자들이라고 이미 오래전부터 지적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는 내정간섭을 하지말라'는 피켓을 들고 있는 우간다의 기독교도

복음주의는 성경의 가르침을 글자 그대로 엄격하게 해석하고 따르는, 가장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인 기독교의 갈래다. 사업화된 거대 교회를 가진 경우가 많으며, 제3세계로의 극렬한 선교활동을 통해 세력을 넓혀 나간다. 미국식 복음주의가 가장 강력하게 자리 잡은 대표적인 나라가 한국이다.

반동성애법을 발의한 데이빗 바하티 의원 역시 미국 유학 시절 미국 내 복음주의 종파인 The Family,(The Fellowship이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졌다)의 영향을 깊게 받았다. 이 종파는 특히 아프리카 국가들에 공격적으로 선교활동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샌프란시스코 '포그 시티 저널'의 랄프 스톤에 따르면 "The Family 같은 미국내 보수 복음주의 단체들은 우간다를 기독교 신권정치(神權政治)의 실험 모델로 여겨왔다"고 한다.

우간다의 동성애자 인권 유린을 부추긴 혐의로 미국 법정에 고소당한 복음주의 목사 스콧 라이블리

동성애 인권 다큐멘타리를 만드는 우간다 감독 마리카 조할리 워랄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미국내 복음주의자들은 미국 내 동성애 인권 논쟁에서 자신들이 완전히 패배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우간다 같은 다른 국가들을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GLAAD(미국 미디어 속 LGBT의 이미지를 감시하고 증진시키기 위한 비정부 기구)의 로즈 머레이 디렉터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우간다의 반동성애법이 "현재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악의 인권 유린"이라며 "이 말도 안 되는 불의를 만들어낸 책임은 미국 복음주의 교회에 있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GM 자동차도 리콜되는 판국이니, 2014년 미국의 최고 수출품목은 '제3세계 인권 유린에 앞장서는 복음주의 교회'로 지정하는 것이 어떨까? 참고로, 많은 한국의 복음주의 교회들도 우간다로 매년 선교사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