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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9일 07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3월 20일 10시 03분 KST

오보카타와 황우석

평범한 세포를 약산성 용액에 잠깐 담그기만 함으로써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는 ‘만능세포’를 개발했다며 과학계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일본 여성 과학자의 논문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과학적 성과에 눈이 멀어 논문을 조작했던 2005년 황우석 사태의 판박이다. 언론을 주로 이용한 점에서 둘의 유사성도 발견된다.

혁신적 만능세포로 평가 받았던 ‘STAP(자극야기 다능성 획득) 세포’를 개발한 인물은 올해 서른이 된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여성 과학자 오보카타 하루코다.

그가 일본을 비롯해 전세계 과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그가 주도한 만능세포 연구가 영국의 과학잡지 ‘네이처’에 게재된 1월 말부터다.

하지만 논문 발표 직후인 2월 중순부터 오보카타 논문 사진에 대한 의문이 잇따라 제기됐으며, 논문 공동저자로 참여했던 연구자 중 한 명이 논문 조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공동저자들에게 철회를 요구하며 집중 조사가 시작됐다.

14일(현지시각) 이화학연구소는 기자회견을 열고 만능세포 논문에 대한 중간 조사를 발표하며 오보카타 논문에 사용된 복수의 이미지가 3년 전 그가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했던 이미지와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하면서 사용된 복수의 이미지가 3년 전 그가 박사학위 논문에 사용했던 이미지와 동일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발표했다.

오보카타가 고의적으로 동일 이미지를 사용했는지 여부는 추가 조사에서 밝혀질 예정이다. 해당 논문이 완전히 철회되려면 공동연구자 14명 전원의 동의가 필요한 만큼 공식 철회 여부를 아직은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일부 참여 연구자는 철회 의지를 밝혔지만 또 다른 공동 연구자들은 STAP 세포를 직접 만든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황우석 때도 오보카타 때도 결국 과학잡지(황우석 때는 사이언스지)가 이 두 과학자의 ‘가짜’ 성과를 증명해주는 역할을 해준 셈이 돼 버렸다.

과학자, 언론 플레이로 세상을 농락하다

오보카타와 황우석의 공통점은 과학적 성과와 별개로 언론 플레이로 세상의 주목을 받는 다는 점이다. 황 교수는 자신의 연구성과를 학계에 보고해 인정받는 방식보다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복제 송아지 출산 장면이나 인간 황우석을 조명하며 그를 ‘국민 과학자' 반열로 이미지 형상화를 시켰다.

특히 황우석 논문조작 사태가 벌어졌을 때, 황 교수는 서울대병원에 입원한 뒤 수염도 자르지 않고 초췌해진 자신의 모습을 언론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국민 과학자'를 욕보인 MBC ‘PD수첩’에 돌팔매질을 하도록 유도했다.

이번 일본판 황우석 사태를 야기한 오보카타 역시 자의반 타의반으로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아왔다. 과학동아데일리팀 최새미 기자는 ‘만능세포, ‘추녀’가 만들었어도 주목했을까’라는 기사에서 “STAP세포가 발표된 올해 1월 30일부터 지금까지, 이 사건을 다루었던 기사를 보면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며 “언론 보도 대부분이 연구성과 보다는 오보카타 박사의 ‘외모’를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중략)

‘천재 생물학자’가 ‘미녀인데다가 몸매도 수준급’이라고 표현되기까지 했다. 또 연구성과와는 상관없는 ‘할머니 앞치마를 입고 실험한다’든지 ‘정장을 입고 출근한다’는 특이한 생활 습관까지 주목했다. 심지어는 논문 철회 입장이 나온 시점에서도 ‘미녀 과학자’가 ‘사기꾼’이었다는 조롱반 안타까움반의 내용이 보도의 대부분을 이뤘다.

문제는 이런 내용이 기사의 제목과 내용들로 실제 연구는 온데간데 없어져버린다는 것이다.

생각해보자, 우리가 STAP세포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지만, ‘약산성 용액에 담그면 만들어지는 만능세포’라는 것, 논문이 철회된 지금까지도 무엇이 어떻게 조작돼 문제시 됐는지를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오히려 (오보카타) 하루코 박사가 앞치마를 입고 연구하는 모습이나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만 더 떠오르지 않나.

줄기세포 논문조작 이후에도 황우석 교수는 재기를 꿈꾸며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그리고 재기를 바라는 언론의 욕망과 황 교수의 이해가 맞아 떨어져 여전히 언론을 통해 자신의 연구성과를 공개하고 있다.

황우석의 재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된 것은 지난 1월말에 네이처와 사이언스가 그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시작됐다. 황 박사가 민간 후원자와 경기도의 지원으로 서울에 설립한 사설 연구원에서 활발하게 애완견 복제 사업을 하고 있고, 매머드와 같은 멸종동물이나 코요테와 같은 멸종위기종의 복원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수십 편의 학술논문을 발표했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주임교수는 디지털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대법원 판결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거의 같은 내용을 함께 내용을 보도한 것은 네이처나 사이언스의 품격에 어울리지 않은 것이었다”며 “자칫하면 세계 과학계가 황우석의 재기에 동의하는 것처럼 오해를 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런 우려 때문인지 네이처는 곧바로 `황우석의 재기를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자신들의 의도를 명백하게 밝혔다. 그의 근황을 소개한 것은 세계 과학계가 황우석이 최근에 이룩한 과학적 성과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과학자가 자신의 명예회복을 위한 시도에서 상당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드문 사례'에 대한 저널리스트적 관심 때문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특히 황우석이 사소한 윤리적ㆍ기술적 실수에 대한 내부고발자의 잘못된 문제 제기에 희생되었고, 황우석 사태로 세계를 선도하던 한국의 복제 줄기세포 연구가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는 우리 사회 일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반박하고 있다.

황우석은 결코 훌륭한 과학자가 아니었고, 1990년대의 복제소도 과학적 근거보다는 정치적 인맥에 의해 과장된 것이었으며, 인간 복제에 대해서 아무 것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황우석 사태로 한국 과학계가 기술적ㆍ과학적으로 잃어버린 것은 없었고, 오히려 싹트고 있는 한국의 생명공학 연구를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서게 만들었음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황우석은 아직도 현재진행인 이슈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황 박사가 서울대 총장을 상대로 낸 파면처분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파면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지난 2심 법원은 “논문의 신뢰 훼손은 근본적으로 공동연구를 수행한 미즈메디 연구소 연구원들의 조작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징계 사유에는 해당하나 파면은 지나치다”고 황 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2004년 및 2005년 논문의 신뢰가 훼손된 주된 책임은 광범위한 실험 데이터 조작을 직접 지시한 황 박사에게 있다”며 “일부 연구원들의 개인적인 조작 행위를 고려하더라도 허위논문을 발표한 책임을 가볍게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엄한 징계를 하지 않을 경우 과학계와 서울대에 대한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우리는 2005년 황우석 사태에서 무엇을 배웠고, 또 무엇을 망각했는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제보한 류영준 강원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난 5일 사람매거진 ‘나들’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내부고발자로서 지난 8년간 그의 삶은 어땠을까? 그는 자신에 대해 “한 사람이 튀어서 조직을 위험하게 하면 안 된다는 전체주의 교육의 세례자”라면서도 “제보한 걸 단 한 번도 후회한 적 없다. 10살 소년의 수술을 막은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중략)

누구나 잊고 싶은 기억이 있다. 상처를 후벼파는 기억이란 참으로 고통스럽다. 아픈 기억을 꺼내 성찰할 수 있어야 경험은 공유되고 보편화된다. 손가락 하나를 펴서 남을 비판할 때 나머지 손가락 가운데 적어도 세 손가락은 나를 향한다. 그가 전하는 말이다. “황우석 사건은 과거 한국이 정치·경제·사회뿐만 아니라 과학에서도 ‘생존과 발전’이라는 절대 목표에 복종하면서 벌어진 비윤리적 행태였다. 젊은 과학자들은 기성세대의 잘못을 더 이상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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