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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4일 13시 48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3월 14일 19시 52분 KST

'노란봉투'의 기적, 쌍용차 노조를 살린다

아름다운재단

아름다운 재단은 쌍용자동차 파업을 이유로 노동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47억원의 손해배상·가압류 해결을 위한 '노란봉투' 모금액이 33일만에 2차 목표액인 9억4천만원을 넘었다고 14일 밝혔다.

이 기적은 한 시민의 한 통의 편지에서 시작됐다. 지난 연말, 시사주간지 ‘시사IN’의 이숙이 편집국장 앞으로 쌍용차 노조의 47억원 손해배상 판결 기사를 보고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시사IN 독자 배춘환씨가 “작지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하고 싶다”며 4만7000원을 봉투에 넣어 보내온 것이다. 이숙이 국장은 시사IN 신년호를 통해 이 사연을 소개하며 “그저 눈물만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1월29일 쌍용자동차와 경찰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노조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정리해고에 맞서 2009년 공장 점거를 주도한 노조 간부와 가담자 140명에게 쌍용차 측이 청구한 150억원 중 33억1140만원을, 경찰이 청구한 14억6168만원 중 13억7000여 만원을 인정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노조에게 너무나도 가혹한 47억원의 배상 판결에 시민들의 힘이 조직적으로 뭉쳐졌다. 독자들은 쌍용차 노조의 사연을 듣고 편지봉투에 4만7000원을 넣어 보냈고, 이후 문의가 쇄도 했다. 이처럼 화제가 되자 시사IN은 지난 1월 아름다운재단과 손을 잡고 ‘노란봉투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지금까지 '노란봉투' 캠페인에는 가수 이효리, 만화가 강풀, 노엄 촘스키 MIT대 교수 등 국내외 유명 인사와 시민 1만7757명이 참여했다. 미국에서 유학 중인 우주인 이소연 씨는 50달러를 보내왔고, 한 기자는 국가인권위원회·한국기자협회에서 받은 인권보도상 상금을 100만원을 보탰다. 배우 김부선, 임순례 영화감독, 프로레슬러 김남훈, 임경선 칼럼니스트 등도 참여했다.

2009년 촛불집회에서 공연하던 중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피해를 봤다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 한 시민악대는 지난해 승소로 받은 손해배상금 1천128만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재단은 오는 4월 30일까지 추가로 2만9천여명의 시민의 참여를 끌어내는 걸 목표로 캠페인을 이어가기로 했다.

재단 관계자는 "시민들은 돌잔치·결혼·입학식 등을 기념하면서 노란봉투를 보내기도 했고 야근 수당이나 연말 정산 환급액을 기부하는 직장인도 있었다"며 "노란봉투가 한때의 열풍에 그치지 않도록 끝까지 함께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쌍용차 노동자들은 부당 정리해고가 시행된 뒤 24명이 목숨을 끊고, 무려 5년간의 노숙농성, 171일간의 철탑 고공농성, 1년7개월에 걸친 천막농성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해 왔다. 이처럼 노동자들의 삶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고, 인생은 지난했다. 2013년 1월, 한겨레신문에 실린 한 기사다.

쌍용차 공장서 직원 자살기도

“돈을 빌리고 또 빌리며 살아도 쌀독에 쌀이 떨어져 아이들에게 라면 먹인 게 한두번이 아니었답니다. 정치권의 (쌍용차) 부실매각만 없었어도, 정부에서 제대로 지원만 했어도, 정리해고된 동료들의 투쟁방향만 올발랐어도….”

2009년 2646명이나 되는 노동자의 구조조정으로 공장 점거 파업과 잇단 자살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쌍용자동차 경기도 평택공장에서, 이번에는 그나마 일터에 남았던 40대 노동자가 자살을 기도했다. 그는 유서에서 고된 노동자의 처지를 고백한 뒤 정치권과 정부, 노동계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지난 8일 밤 10시10분께 쌍용차 평택공장 조립2팀(체어맨과 로디우스 생산라인) 생산라인에서 류아무개(49)씨가 목을 맨 것을 동료가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중태다. 현장에서 A4 6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

류씨는 유서에서 “3천억원씩 흑자 나는 회사를 부실매각하고, 회사 담보나 받아서 부실화시키고, 급기야는 떠나가는 사태, 이 모든 것은 현장 사람들이 잘못한 게 아닌데 지금도 구조조정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정치권과 해고 동료들이 안타깝고 원망스럽다”고 썼다. 이어 “우리 회사는 정리해고라는 특단의 아픔을 겪었지만 제대로 된 지원은커녕 아직도 정상화에 발목을 잡는 것은 정치권과 노동계”라고 적었다.

그는 “꼭 정년을 채우려 했는데 여기까지인 것 같다. 무잔업 3년은 너무도 길고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23년 동안 쌍용차에서 일한 류씨는 현직 노동자들이 주축인 ‘기업노조’ 소속 노조원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간부는 “일터에 남았든 쫓겨났든, 쌍용차 노동자는 누구나 엄청난 아픔을 겪고 있음이 다시 한번 드러난 것이다. 이제라도 특단의 조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쌍용차 사태’ 이후 지금까지 해고노동자나 가족 등 모두 2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숨졌다.

평택/김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