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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4일 13시 35분 KST

미국 석유회사 셰브론과 싸우는 아마존 사람들

한겨레
아마존 밀림의 웅덩이에 찌꺼기 기름이 고여 있다. 1964~1992년 에콰도르에서 원유를 시추한 텍사코는 아마존 밀림에 구덩이를 파고 정화 처리를 하지 않은 폐유를 무단 투기해 흙과 강물을 더럽혔다.

‘검은 아마존’의 주범 셰브론…푼돈으로 배상 끝내려 소송전

그는 물었다. 엄청난 양의 독성물질을 ‘고의로’ 버려 환경을 오염시키고 국민들을 병들게 한 기업을 우리나라 대통령은 비판할 자격도 없냐고. 왜 ‘버락 오바마’는 되고 ‘라파엘 코레아’는 안 되느냐고.

13일 서울 종로구 주한 에콰도르 대사관에서 90분 동안 지구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분노의 목소리를 들었다. 에콰도르 외무장관의 보좌관으로서 ‘셰브론·텍사코 소송’을 맡고 있는 셀린 메네세스와의 화상 인터뷰였다.

에콰도르 외교장관의 보좌관으로서 ‘셰브론·텍사코 소송’을 맡고 있는 셀린느 메네세스의 모습이다.

메네세스는 4일 미국 뉴욕지방법원이 셰브론은 에콰도르 법원의 판결에 따른 배상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고 판결한 것은 에콰도르의 사법정의를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뉴욕지방법원은 석유 채굴 과정에서 환경을 파괴한 셰브론에 소송을 제기한 아마존 원주민 쪽 변호사들이 에콰도르 재판 과정에서 부정을 저질렀다며 에콰도르 법원 판결을 무력화시켰다.

메네세스는 “이 재판은 미국 영토에서 미국 법으로 미국 시민들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에콰도르 법원의 배상 판결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짚었다. 아울러 “애초에 재판을 미국이 아니라 에콰도르에서 하게 해달라고 한 쪽도 셰브론이었다”며 “셰브론은 당시 에콰도르 법원의 판단을 모두 따르겠다고 해놓고는 자기네한테 불리한 판결이 나오자 이를 부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물은 같은 물인데

자신들 바다만 소중했을까

영국계 BP는 멕시코만 사고로

미국에 370억달러를 지불했고

‘클린 워터법’ 소송에서 지면

160억달러를 더 물어야 할 판

미국 뉴욕법원은

비용 아끼려 아마존 훼손한

셰브론의 배상책임을 면해주고

되레 에콰도르 사법부 문제삼아

아마존 원주민들과 셰브론의 소송에서 에콰도르 정부의 책임 문제는 민감한 대목이다. 셰브론에 인수되기 전 에콰도르에서 원유를 시추한 텍사코는 1998년 오염 복구 비용으로 4000만달러를 지급하기로 에콰도르 정부와 합의했으니 더는 문제삼으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에콰도르 정부는 배상 소송은 민간인들과 기업의 소송이라 피해를 입은 개인들이 배상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본다.

셰브론은 16년 전 이미 합의를 끝낸 에콰도르 정부가 자꾸만 배상 소송에 개입하고 있으며, 특히 아마존 원주민 뒤엔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있다고 주장한다. 코레아 대통령은 2007년 취임 당시 원주민들의 이해를 대변하겠다고 약속했다. 메네세스는 “그러나 코레아 대통령은 원주민들과 단 한차례 간담회를 했을 뿐이다. 오히려 이전 정권에서 셰브론은 대통령·부통령·장관들과 11차례나 만났다”고 말했다. 셰브론은 과거 우파 에콰도르 정권에선 풍부한 자금력과 막강한 로비력이 먹히는 에콰도르에서 재판하기를 희망했으나, 좌파 성향의 코레아 정권이 들어서 분위기가 바뀌자 이젠 에콰도르 정부를 비난하고 사법부를 모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셰브론이 수십억달러의 배상액을 물지 않으려고 전방위로 에콰도르 정부를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셰브론은 에콰도르의 최혜국 대우를 취소하라고 미국 의회에 요청했다. 에콰도르 정부가 인권을 탄압한다며 부정·부패·폭력의 나쁜 이미지를 뒤집어씌우고 있다.”

메네세스는 2010년 미국 멕시코만에서 영국계 비피(BP)가 152일 동안 원유 78만㎥를 유출하는 사고가 났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비피를 향해 얼마나 강력하게 배상 책임을 강조했는지를 상기시켰다. 비피는 이 사고로 2200여개의 소송을 치러야 했고, 과징금·복구 비용 등으로 370억달러를 냈다.

미국의 ‘클린 워터법’에 따라 추가로 160억달러를 물라는 소송은 지금도 진행중이다. 그러나 셰브론은 그 위험성을 알면서도 비용을 절감하려 비피보다 10배 가까이 많은 양의 폐유·원유를 아마존에 일부러 버리고는 4000만달러로 ‘검은 손’을 씻으려고 한다. 메네세스는 “코레아 대통령은 이런 악덕 기업에 정의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