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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2일 17시 11분 KST

동네서점 10년 새 1258곳 폐업...

책만 팔아서는 폐업 못면해

매장 한쪽서 휴대전화 판매

최근 2년동안 246곳 문닫아

인구 16만명인 경기도 의왕시에 서점은 단 한곳뿐이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59배인 인천시 옹진군에는 한곳도 없다. 2013년 말 기준으로 의왕시처럼 시·군·구 단위에 서점이 단 한곳뿐인 지역이 36곳, 인천 옹진군처럼 아예 없는 지역이 4곳에 달한다. 지난 10년 새 서점 1258곳이 문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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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12일 전국의 서점 운영 실태를 발표하며 ‘전국 서점, 멸종 초읽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2014 한국 서점 편람>을 분석해보니, 2011년 2577개였던 국내 서점은 2013년 2331개로 9.6% 줄어들었다. 사라진 서점의 96.7%가 전용면적 165㎡ 미만인 소형 서점이다. 동네서점이 사라진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지만 그 수치는 ‘처참’할 정도다.

버티고 있는 서점들도 책 판매만으론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다. 문구류라도 갖다 팔지 않는 ‘순수 서점’의 수는 2013년 현재 1625곳으로 2년 전보다 7.2% 감소했다. 학교 앞에도 서점이 사라졌다. 서점당 학교 수는 8.7개에 이른다. 1개 서점당 인구는 2만1939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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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찾은 서울 금호동의 도원서점 입구에는 스마트폰 광고가 커다랗게 붙어 있다. 지난해 지독한 적자에 시달려 문을 닫으려다 일단 한켠에 휴대폰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 서점을 운영하는 이창연(62) 대표는 15년 동안 한국서점조합연합회의 회장직을 맡았던 이다.

1980년 서점을 차릴 때만 해도 수익이 괜찮았다. “임대료는 지금의 4분의 1인데 매출은 지금의 2~3배 이상이었으니까요.” 같은 동네에서 꼬박 34년째다. 아직도 이 대표는 “우리 서점에 와서 소설책을 들추던 어른들, 책 구경하던 아이들 얼굴이 생각난다”고 했다. 이제 임대료는 치솟았고 손님들은 온라인으로 싸고 편하게 책을 산다. 탈출구가 없다. “이대로 서점이 모두 망해도 된다고 생각하는지 우리 사회에 정말 묻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외환위기 때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졌죠. 도서대여점이 생겨나며 다시 30%, 온라인 서점이 등장해 할인에 마일리지, 당일배송까지 하면서 완전히 손님이 끊겼습니다.” 온라인 서점을 상대로 소송까지 해봤다는 그는 최근 ‘가격 할인 10%+마일리지 등 경제적 혜택 5%’로 잠정 합의된 도서정가제에 대해서도 울분을 참지 못했다. “동네서점은 25% 정도 되는 마진으로 먹고삽니다. 임대료 같은 고정비를 생각하면 그보다도 못하지요. 여기에 2~3%의 신용카드 수수료도 냅니다. 15% 할인을 ‘도서정가제’라 부르며 동네서점들이 알아서 살아남길 바라는 것은 말도 안 됩니다.”

박대춘 한국서점조합연합회장은 “지역문화의 실핏줄이자 거리의 도서관인 서점들이 멸종에 임박한 만큼 도서정가제 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특히 동네서점의 존립과 확산을 위한 ‘지역서점 상품권’ 제도나 서점인 지원 프로그램을 신설해야 한다”며 “책과 서점이 없는 ‘문화융성’은 가당치 않은 궤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