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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10일 14시 03분 KST | 업데이트됨 2014년 03월 11일 09시 19분 KST

남재준 원장 명예를 지키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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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의 간첩 증거 조작 사건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남재준 국정원장이 사면초가에 몰렸다.

당장 새누리당 내부에서부터 사퇴 요구가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10일 트위터를 통해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사퇴하는 이 국민에 대한 공직자의 바른 자세"라고 남 원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조선일보마저 사설에서 “간첩이 아니라면 무고한 사람에게 엄청난 누명을 씌운 것”이라며 “검찰 수사 결과와 관계없이 남 국정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이날 전격적으로 국가정보원에 대한 압수수색에 들어갔다. 전날 김진태 검찰총장의 엄정 수사 방침에 이어 박근혜 대통령까지 "실체적 진실을 정확히, 조속히 밝혀 더 이상 국민적 의혹이 없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한 뒤의 일이다.

심지어 국정원 직원들의 혐의가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 실정법에는 문서위조에 직접 개입한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9일치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국가보안법 12조 1항은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국가보안법 위반죄에 대해 증거를 날조·인멸·은닉한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경우 간첩죄와 같은 형량인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다.

이런 상황임에도 남재준 국정원장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남 원장이 이끄는 국가정보원은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일요일 저녁 발표한 사과 성명은 잘못에 대한 반성보다는 면피용 변명에 가깝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9일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도 “중국의 협조자로부터 입수해 검찰에 제출한 문서들의 위조 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엄벌에 처해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다”고 했다.

그러나 국정원이 “몰랐다”며 잡아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정원 협력자는 “국정원이 공문서 위조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검찰조사에서 진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관련자 처벌이라는 말에 신빙성도 떨어진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중국 선양(瀋陽) 총영사관의 이모 영사는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우성(34)씨의 출입경 기록과 관련해 중국 허룽(和龍)시 공안국에 가보지도 않고 현지에 가서 확인을 한 것처럼 '가짜 영사확인서'를 만들어 검찰과 법원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소속인 이 영사는 검찰에서 "처음엔 확인서 작성을 거부했지만 본부 측의 거듭된 지시로 어쩔 수 없이 가짜 확인서를 만들어 보내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국가기관이 공문서를 위조해 증거를 조작한 사건은 관계자에 대한 처벌로 끝나기에는 너무나 무거운 사건이다. 그동안 남재준 국정원장은 군인시절 ‘참군인’이라고 스스로 칭해왔다. 2005년 5월 참모총장 재임 중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장성 진급비리 의혹이 터지자 “이번 사태는 자신의 부덕의 소치로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괴심을 갖는다”며 책임을 지고 40년간 몸담은 군을 떠났다.

그는 지난해 7월 국정원의 대선개입 증거들이 드러나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의 공개를 강행했다. “야당이 왜곡하니 국정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며 조직의 명예를 우선시 했다. 그러나 한 사람을 간첩으로 증명하기 위해 동원된 관련 기록이 ‘조작’으로 밝혀졌음에도 부실한 해명과 무책임한 대응을 하고 있다. 국가정보원이 ‘국가조작원’으로 조롱당할 만큼 조직의 명예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남 원장의 버티기는 박근혜 정부에서 낙마한 고위공직자 사례와 비교된다. 잇단 ‘말실수’로 물러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나 혼외자 의혹으로 옷을 벗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는 차원이 다른 ‘국기문란’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과연, 남재준 원장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이제 그가 답을 하고 책임을 져야 할 차례다.

다음은 국정원의 사과 성명 전문이다.

먼저 국정원은 최근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세간에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이 사건은 국정원이 2012년 10월 탈북자로 위장 입국한 화교 유가려(유우성의 여동생)를 통해 친오빠 유우성이 북 보위부 연계 간첩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에서 시작되었습니다.

2013년 1월까지 내사를 진행한 결과, 화교 유우성이 2004년 4월 위장탈북자로 국내에 정착해 탈북청년 회장과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등으로 공직활동의 토대를 구축하고 2006년부터 2012년까지 5회에 걸쳐 밀입북해 북 보위부로부터 간첩교육을 받아 공작원으로 활동하면서 탈북자 200여명의 성명과 주소 등 신원자료를 북한에 보고한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이런 증거와 증언들을 근거로 유우성을 2013년 2월 국가보안법과 북한이탈주민보호법 등의 위반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1심 법원은 동생 유가려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유우성의 간첩혐의에 대해 기존에 진술한 것을 전면 부인, 번복함에 따라 증거부족을 이유로 2013년 8월 22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항소했으며 현재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에 국정원은 재판 진행과정에서 증거를 보강하기 위해 3건의 문서를 중국내 협조자로부터 입수하여 검찰에 제출하였습니다.

하지만 현재 이 문서들의 위조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저희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저희 국정원은 조속히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입니다.

검찰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한 협조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리고,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습니다.

다시 한 번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