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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리크스는 아무 이유 없이 터키 여성들을 위험에 빠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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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LEAKS
WikiLeaks founder Julian Assange appears on screen via video link during his participation as a guest panelist in an International Seminar on the 60th anniversary of the college of Journalists of Chile in Santiago, Chile, July 12, 2016. REUTERS/Rodrigo Garrido | Rodrigo Garrido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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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비린내 나는 쿠데타 시도가 터키를 뒤흔든지 불과 며칠이 지난 시점에서 위키리크스는 '에르도안 이메일' 30만 통 가량을 공개했다. 터키의 인터넷 담당 관청에서는 즉시 위키리크스 접속을 차단했다.

위키리크스 차단은 이메일들에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정부에 해가 되는, 부패 등의 잘못을 드러내는 내용이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다. '검열'에 대한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미국 국가안보국(NSA)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도 위키리크스 차단 소식에 대해 '정보 유출이 진짜임을 증명하는 법'이라는 언급을 트위터에 올렸다.

그러나 스노든의 말은 틀렸다. 위키리크스의 행동은 무책임하고 공익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으며 평범하고 죄없는 사람 수백만 명, 특히 터키의 여성 수백만 명을 위험하게 만든 일이었다.

그런데 로이터와이어드 등 서방 매체와 내가 알고 존경하는 일부 언론인들도 스노든과 같은 가정을 하고 있다. 그들은 차단을 검열 행위로 보도했고, 형식적인 확인조차 없이 이메일 내용에 대한 위키리크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적은 것으로 보인다.

내가 연락하고 지내는 터키의 언론인들과 검열 반대 활동가들은 유출된 문서들을 꼼꼼하게 훑었는데, 나는 '뉴스 가치'가 있는 내용이 발견되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터키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활동가들과 언론인들이 찾아 본 바에 의하면 '에르도안 이메일' 중 실제로 에르도안이나 내부 관련자가 보낸 메일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권력과 책임이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의 잘못을 보여주는 증거를 찾은 사람은 없다. 무언가 나타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며칠에 걸친 철저한 검색의 결과가 그렇다.

그러나 위키리크스는 수백만이 팔로우하는 소셜 미디어에 다양한 경로를 통해 유출된 데이터베이스를 올렸다. 이것은 평범한 사람들 수백만 명의 민감한 개인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터키의 성인 여성 거의 전부에 대한 특별 데이터베이스도 있다.

이번 '유출'은 터키 81개 주 중 79개 주의 모든 여성 유권자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개인적이고 민감한 정보가 든 스프레드시트를 포함하고 있다. 집 주소 등의 개인 정보가 들어있고, 휴대전화 번호가 있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 여성들이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AKP) 당원인 경우 터키 신분증도 들어있는데, 이 신분증은 여러 기본 인권과 서비스 이용에 사용되기 때문에 위험이 더 크다. 이스탄불 파일 하나에만 1백만 명이 넘는 여성들의 개인 정보가 있다. 총 79개의 파일이 있고, 대부분 수십만 명의 여성의 정보를 담고 있다.

수백만 명의 여성들의 사적인 개인 정보가 온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모든 스토커와 옛 파트너, 사이 좋지 않은 친척, 광인들이 마음껏 읽어 볼 수 있게 주소가 공개되었다. 터키에서 매년 수백 명의 여성들이 살해 당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대부분 범인은 남편이나 전 남편, 남자 친구이며, 수천 명의 여성이 안전을 찾아 집을 떠나거나 숨어산다.

나는 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 있는 여러 도시에 사는 내 친구와 가족들 수십 명의 개인 정보를 보고 이런 파일들이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 공포에 질렸다. 이 파일에는 여성들이 AKP 당원인지도 나와 있다. AKP를 전복하려는 피비린내 나는 쿠데타 시도가 일어난 직후인데 말이다.

다른 파일에는 AKP 당원으로 보이는 수백만 명의 터키 신분증 등의 민감한 정보가 들어있다. 생존해있는지 사망했는지도 나온다. 또 다른 파일에는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당원인 AKP 선거 모니터 요원 수십만 명의 이름, 신분증, 휴대전화 번호가 들어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AKP의 검열을 비판해 왔으며 계속해서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많은 남녀를 신원 도용과 괴롭힘, 그리고 더 나쁜 일을 당할 위험에 몰아넣을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특히 AKP를 겨냥한 폭력적 쿠데타 직후에 말이다. 또한 이렇게 위험한 시기에 이러한 민감한 개인 정보가 유출되었는데 비판하는 기사가 왜 없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위키리크스가 유출한 이메일들은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 형태이다. 에르도안이 'FROM: AKP'라고 쓰여진 나는 양탄자를 타고 민주주의의 기둥을 쓰러뜨리는 캐리커처가 들어있다. 이런 오리엔탈리즘적 이미지는 그저 멍청할 뿐이라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이게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이 이메일들은 AKP에서 보낸 게 아니다. 대부분은 AKP로 보낸 메일들인데, 구글 그룹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저기 gov.tr와 akp.org.tr 도메인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 내부자 이메일은 발견되지 않았다.

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메일들이다. 체인 메일, 레시피, 명절 인사, 스팸 메일, 구직 메일, 도로의 구멍 같은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메일들이다. 이 중에는 그룹으로 포워드된 것들도 있다. 수정되지 않았으며 개인 정보를 담은 것들이 많다.

터키 언론 대부분은 이번 유출을 무시해왔다. 쿠데타 시도가 매체의 관심을 다 빼앗아 갔기 때문이기도 하고, 터키 언론은 수사를 잘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터키 소셜 미디어에서 이 파일들의 링크가 널리 퍼졌다. 나는 이미 늦은 게 아닌가 우려된다. 위키리크스는 최대한 빨리 모든 개인 정보 링크를 다 내려야 한다.

서방 언론인들은 파일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보도는 했다. 가장 매의 눈을 하고 살펴야 할 매체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그저 이름 검색 결과만 보도했다. 예를 들어 전 하원 의장 데니 하스터트가 '언급되었다'는 한 언론인의 트윗은 마치 중요한 정보라도 되는 듯이 500번 가까이 리트윗되었다. 그 이메일에 나온 말을 구글에서 검색만 해보면 미국을 방문한 터키 사업가에 대한 2014년 기사 내용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식의 잘못된 보도는 널리 퍼져 있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위키리크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이메일 중 1,400통이 페툴라 귈렌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귈렌은 비밀리에 전세계 네트워크를 이끄는 성직자로, 터키 정부는 쿠데타의 배후가 귈렌이라 주장한다. 이 1,400통은 'Gulen'이라는 단어로 검색했을 때 걸리는 메일들로, 'Gulen'은 터키에서 '미소', '미소짓는'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그래서 이 '1,400통의 이메일' 중에는 귈렌의 이름이 언급된 뉴스 기사를 복사해서 붙인 이메일들 뿐 아니라 지중해 여행 상품 광고('체스메의 미소짓는 얼굴!') 메일들도 포함되었다.

요약해 보자.

지난 주에 터키는 피비린내 나는 쿠데타를 경험했으며, (여성을 포함한) 시민들이 탱크와 저격수에 맞서서 총에 맞아 죽어가며 쿠데타를 막았다. 그런데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조직이 쿠데타의 표적이 된 당의 당원들과 여성들 수백만 명의 개인 정보를 손에 넣었다. 그런데 (내가 발견한) 어떤 뉴스에서도 이 사실을 언급하거나, 이메일 내용에 공익에 도움되는 것은 없다는 걸 밝히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이 해당 국가의 언어를 할 줄 아는 사람과 확인해 보지 않고 어느 나라에 대한 기사를 쓸 때 이번 일을 기억하길 바란다. 책임을 질 수 있는 언론인과 윤리적 활동가들과 손을 잡지 않고 저지른 무책임하고 방대한 무차별 유출을 지지할 때, 전세계 사람들이 무차별적 피해자 생산과 무의미한 사생활 침해를 의미하는 '인터넷 자유'를 경계할 때 이번 일을 기억하길 바란다. 신중함은 검열이 아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 US에 게재된 글을 번역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