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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교수의 책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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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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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교수의 책을 읽었다. 이미 사퇴했으니 이야기는 끝난 셈이지만, 또 문제시된 다른 여러가지도 있으니 변명의 여지는 없어 보이지만, 그럼에도 이 사태가 "책"에서 시작된 사태인 만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내 결론은 이렇다.

여성관에서 다소 문제가 없지는 않지만, 이 책은 여성 혐오 책이긴커녕 가부장적 남성들의 사고를 비판한 책이니 오히려 여성들의 편에 서서 쓰인 책이다.

어쩌면, 몰래 혼인신고를 하는 식의 "낭만주의적 남성성"이, 상대뿐 아니라 자신도 불행하게 만들었다는 뼈저린 회오가 이 책을 쓰게 만든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 책은 "기존 남성들의 사고 방식"을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기조 위에서 차세대 남성들에게 다른 길을 걷기를 권한다.

그렇게 이 책은 "젠더화"된 개체들의 불안과 불행에 대해 말하고 있는 책이고, 문재인 대통령이나 박원순 시장과 달리 동성애자 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명확히 지적한다.

여성혐오로 지적되었던 "명품" 운운은 다른 책에서 인용한 듯하니 안 교수 본인의 인식이 아닐 수 있고, 무엇보다 이 책은 메갈리아의 투쟁에 긍정적이다. 약간의 인식 한계는 있을 수 있지만, 쥬디스 버틀러의 책까지 인용되고 있는 이 책이 어떻게 여성혐오 책일 수 있겠는가.

후보사퇴 사태를 "적들의 음모이자 사냥"인 것처럼 간주하면서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선동성 글에도 찬성하기 어렵지만, 그렇다고 이 사태에 대한 문제제기를 무조건 "문빠"들의 맹목적인 옹호(물론 일부 그런 사람들이 없지 않아 보이지만)로만 간주하는 인식도 옳지만은 않아 보인다.

단 20 페이지를 올려보았다. 표시한 부분들만 읽어 보더라도 안 교수가 여성에게 "핵폐기물"이라거나 "치우느라 힘들었다" 소리를 들어야 할 분은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과녁을 잘못 맞춘 비판은 흉기가 된다. 상대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성급한 비난들이 사람을 죽이는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사퇴하라고 시위했던 자유한국당 의원들 중 이 책을 읽은 사람은 얼마나 있었을까. 부끄러운 시대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