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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의 살해모의 방송과 범칙금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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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WON MONEY
ma-no via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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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 보고 나서 정말로 경악했다.

인터넷 방송의 특성상 콘텐츠는 언제나 자극성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자극에 무뎌질수록 더 큰 자극을 선택하게 되어 있으니 그것이 콘텐츠의 막장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진작에 규제가 필요함에도 너무 오래 손 놓은 결과가 이거다.

남성 BJ가 자기 얼굴을 공개하면서 버젓이 특정 여성 BJ를 살해하러 가겠다라며 얼마가 들어오는 대로 간다고 결제를 요구하는 방송이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걸 수천명이 실시간으로 보며 열광했다.

경찰이 이 BJ에 대해 물린 벌금은 겨우 5만원에 불과했다. 매우 심각하다. 공공연하게 살인을 입에 올리며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방송을 한 것에 대한 대가가 겨우 5만원이다. 종종 우리나라의 법을 집행하는 경찰들의 도덕 관념이 너무 낮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 일로 조금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그 살해협박을 받은 BJ의 방송도 보았다. 내가 정말로 싫어하는 쪽이다. 장애인 비하와 성소수자 비하. 그러나 그쪽의 잘못과 살인 모의와 실행의 타깃이 되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그런 짓을 얼굴을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해도 된다는 사고와 그 기저에 깔린 생각은 정말 경악스럽다. 이 미친 짓을 막아야 한다.

예전에 은행의 회식 때는 블루스 타임이란 게 있었다. 나이 많이 먹고 직급 높고 연차 오래된 분들이 참 좋아하시던 거였다. 2차 혹은 3차로 찾은 노래방에서 직원들과 춤을 추는 거다. 경악했다. 어떻게 보아도 비정상적이고 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그걸 정상적이고 당연한 걸로 여기는 사람들이 분명 있었다.

그 문제는, 직장 내 성추행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크게 진전이 되고 인사부에서 그런 일에 대해서 징계를 내리겠다고 한 이후에야 완전히 사라질 수 있었다. 잃는 게 생기니까 그제서야 그만둔 것이다. 이에 대해 그 비정상을 정상으로 여기던 분들이 남긴 말은 "요새 사람들 무서워서 이런 것도 못하겠어."였다.

BJ들이 자극적인 방송을 넘어 경범죄로 그 범위를 넓히고 이번에 대담하게 방송으로 살인 모의까지 한 것은(본인들은 장난이라 하겠지만) 다 그것으로 얻는 경제적 이득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런 일이 자신의 인생을 걸어야 하는 일이란 것이 명확하게 인지가 되어 있다면 함부로 입 밖에도 못 꺼냈을 것이며 거기에 수천명의 시청자가 환호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5만원의 범칙금은 너무나도 처참하다.

허탈하고 답답하고 처참한 일들이다. 할 말이 너무나도 많지만 뭐부터 얘기해야 할지 몰라 말문이 막히고 지친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