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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인 대화'가 변명이 안 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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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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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입으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고 얘기하지만 실상은 우리 모두 귀천이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직업의 귀천을 인정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만약 사회적 엘리트 주제에 직업에 귀천이 없음을 주장하고 믿고 있다면 그런 앞뒤가 안 맞는 주장은 그만하길 바란다. 엘리트의 시혜적인 시선이야말로 직업의 귀천이 존재한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기 때문이다.

입으로 좋은 말은 누구나 한다. 정작 행동이나 태도에서 그것이 아님이 드러날 뿐이다. 대표적인 것이 사회적 위상은 낮지만 그래도 소득은 꽤 괜찮은 직업이다. 그러나 그 누구도 이 일자리를 선택하려 들지 않는다. 물론 그 누구도 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노동 공급이 적어 소득이 높은 것이긴 하지만 진입 시도조차 없다는 점은 적어도 이러한 직업에 대해 사람들이 실제로는 굉장히 다르게 평가한다는 점이 드러난다. 따라서 '직업에 귀천이 없다'라는 말은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 아니라 우리의 도덕적 지향점을 반영한 말이라 보아야 한다.

SBS의 보도를 통해 드러난 이언주 의원의 행동을 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자신의 머리 속에서만 그렇게 생각했다면 누가 뭐라 하겠나? 그러나 대놓고 기자와 통화하는 가운데 그런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솔직히 잘 이해가 안된다. 기자는 분명히 기사화할 수 있는 능력, 즉 발언권력이라는 힘을 가졌다. 이것은 일반적인 시민들과는 차별화된 힘이자 권력이다. 만약 기자란 존재를 어렵게 느꼈다면 저런 발언을 그 어떤 상황에서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자 앞에서 그런 발언을 아무렇게나 할 수 있는 것은 자기가 더 우위에 있다고 여기기에 나오는 말이다. 작년의 나향욱 사건도 그랬고 말이다.

우리 모두 성인이다. 성인이라면 자기 말에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한다. 사적인 대화라도 마찬가지다. 올 초에 한참 이슈가 되었던 각 대학의 단톡방에서 벌어진 성희롱도 사적인 대화가 아니었던가? 그것을 무려 공인인 정당정치인이 자신의 입으로 떠벌렸다는 점에서 참으로 '유감'이다. (동일한 이유로 나는 청와대 행정관 탁씨를 이보다 더한 가장 최악으로 본다. 이쪽은 아예 사적 발언도 아니고 퍼블리싱이다. 여당 지지자이면서 탁씨를 옹호하고 이언주의 사퇴를 이야기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다.)

사적인 대화니 문제가 아니다, 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공인이 아닌 사인이 되어서 사적 대화를 하면 될 일이다. 적어도 이런 것들이 공인으로서 매우 부적절한 행동임은 분명하다. 속마음으로 그런 생각을 가진 것까진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말로 내뱉은 이상 책임을 져야 한다.

나는 이 세상이 짐승의 소굴이 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내가 꿈꾸는 세상이 아니다. 최소한, 겉으로나마 인간의 모습을 유지해야 하지 않겠는가?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