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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벌은 중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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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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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네. 오늘이 수능이구나.

28살 때를 마지막으로 이제 더 이상 주변에서 수능 보는 사람도 없고 실제 지인들도 이제 겨우 아이를 가지거나 키우는 마당이라 수능과 거리가 멀다 보니 몰랐다. 거리가 멀어지면 관심사에서도 잊혀지는 법이다.

수능 때면 종종 보곤 하는 글이 '학벌 별로 중요하지 않다'라는 글이다. 그런데 보통 보면 그런 말 하시는 분들의 학벌이 좋은 경우가 많았다. 가져본 자로서 어드벤티지를 못 누렸다는 얘긴데 원래 어드벤티지는 누리는 사람은 막상 그게 애초부터 주어진 것이라 그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원래 어드벤티지란 그렇다.

학벌은 중요하다. 어떤 학교를 나왔는지가 나라는 개인을 정의하진 않으나 어울릴 수 있는 인맥풀과 그룹의 범위를 정의해준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어드벤티지다.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명문대를 다닌 경우 그 자체만으로 스토리가 된다. 보통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엘리트 코스를 밟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엘리트 코스에서 벗어난 삶을 사는 경우 그 자체로 스토리가 되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이슈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시도 자체가 이슈가 되는 케이스다.

반면 학벌이 좋지 못할 경우엔 스토리화가 쉽지 않다. 지방의 이름도 없는 대학 출신이 스토리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예상을 뚫고 엘리트 코스를 착착 밟아 나가거나 사회적으로 꽤나 성공을 거둔 경우에 한한다. 그래서 결과물을 내야만 이슈가 된다.

한 쪽은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시도만으로 이슈를 얻을 순 있지만 한 쪽은 명확하고 큰 결과물을 내야 이슈를 얻을 수 있다. 이건 엄청난 차이이자 어드벤티지다. 아마 이것은 학벌을 얻은 후에 학벌에 따라 주어지는 삶의 확률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학벌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각자의 학벌로 할 수 있는 시도가 있을 것이며 삶이 있을 것이다. 최상위 명문대에 비할 바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학벌로 얻는 어드벤티지 또한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것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한다.

누군가는 얘기할 것이다. 19살까지 쌓아온 것으로 그 이후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너무한 것이 아니냐고. 과거 주변인들을 돌이켜보면 첫 해에 아주 운이 없었던 것이 아닌 이상 2번, 3번의 시도는 첫 해의 결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적이 대부분이었던 거 같다. 그 기간 동안 쌓아오고 낼 수 있는 결과의 차이가 그러한데 차등을 두지 않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그 안에서 새로운 삶을 찾아나가면 된다. 19년의 누적 결과가 그렇다면 다음 19년은 더 많은 것을 누적 시켜서 다른 결과를 얻으면 된다.

'내가 얼마나 노력했는데'라는 말은 중요하지 않다. 요즘 세상에 노력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 학벌에 따른 어드벤티지가 주어진 세상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축구장이다. 남들과 똑같이 노력하는 것은 그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똑같은 룰로 경기하는 거나 다름없다. 이길 확률이 낮다. 그래서 뛰어나지 않은 학벌이라면 그 경기장을 바꿀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물론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한데 확률을 거스르는 게, 그리고 평균에서 이탈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생각한다면 그 정도의 비용은 치러야 한다. 학벌이 좋지 않은 사람의 노력은 그쪽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