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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와 도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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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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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에 [나는 돼지농장으로 출근한다]의 리뷰를 올렸더니 새벽에 어떤 비건 분이 와서 댓글을 남겼다.

내용인 즉, 자신도 원래는 고기를 좋아했지만 어떤 영화를 보고 난 후 축산업의 잔인한 사육과정을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 계란, 우유, 생선까지 다 끊었으며 인간이 약자인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 나에게 당신 자식도 그렇게 거세하고 반복된 강제 임신을 시킬 수 있겠냐고 물으며 인간이 대체 무엇이기에 다른 생명을 좌지우지하냐며 생각해보란 말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비건인 분들을 존중한다. 계기야 어찌되었건 자신의 신념으로 동물과 동물에서 비롯된 모든 식재료와 음식을 끊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정도로 동물의 맛은 강렬하다. 그렇기에 나는 신념만으로 그러한 행동을 실천하는 분들의 행동을 존중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도덕을 내세우고 또한 도덕적 우월감을 바탕으로 남을 가르치려 하는 것은 존중하지 않으며 존중할 생각도 없다.

인간이 무엇이기에 생명을 좌지우지하냐는 질문은 똑같이 되돌려줄 수 있다. 식물보다 동물이 우선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그저 인간과 교감이 잘 된다는 이유로? 인간이 공감하기 쉽단 이유로 동물이 식물보다 우선된다면 그거야 말로 인간이 자신의 멀고 가까움을 기준으로 생명의 경중을 판단한다는 것 아니겠는가.

동물의 생산을 극대화하는 공장형 축산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라면 그러한 축산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해야하지 고기를 먹는 것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그렇게 따지면 왜 식물의 생산성을 극대화 하는 농업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없는가? 인간을 위해 가장 많이 유전자를 조작 당하는(혹시나 해서 하는 얘기지만 GMO가 아니라 이미 인간이 농업 시작부터 행해온 품종/종자 개량 자체가 유전자 조작이다) 식물에 대한 얘기는 왜 빠져있는가.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게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농업'이란 것은 없다. 농업 자체가 지극히 환경 파괴적이다. 농업을 하기 위해서는 경작지가 필요한데 이 경작지란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있는 환경을 파괴하고 그것을 경작지로 바꿔야 한다. 여기서 만약 생산량을 극대화 하기 위한 수단을 쓰지 않는다면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낮아지므로 더 많은 경작지를 필요하게 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더 많은 환경파괴와 동물들이 살 공간을 빼앗는 결과를 낳는다.

이처럼 생산량을 극대화하기 위한 생산시스템은 좁게 보자면 환경 파괴적으로 보일 수 있으나 넓게 보자면 오히려 친환경적인 것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아니 애초에 모두가 비건의 길을 걷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축사에서 사육당하는 동물들은 환경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도덕성을 내세우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 게다. 그러나 그렇게 하자면 지금보다도 훨씬 많은 경작지를 필요로 한다. 이는 결국 위에서 이야기한 환경파괴로 이어지고 전보다 더 넓은 공간을 인간이 점유함으로서 동물들이 살 공간을 잃고 죽게 된다. 혹은 종 자체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뒤집어 이야기하자면 비건의 식생활은 더 많은 사람들이 생산성을 극대화한 육류를 소비함으로 인해 가능한 것이고 그 도덕적 우월감도 많은 사람들이 육류를 소비하기에 얻을 수 있는 것이란 얘기다.

친환경/윤리적 생산에 대해 얘기하자면 모든 친환경 재배와 윤리적 사육은 생산단가를 높인다. 이것은 곧 식료품 가격의 상승을 의미하기에 가난한 사람들은 이것을 택할 수 없다. 결국 친환경/윤리적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사람들은 고소득자이기에 이러한 소비가 부르주아 계층의 도덕적 우월감 획득에 불과한 소비라는 비판도 많다.

비건의 신념을 바탕으로 그 신념대로 행동하는 것은 존중한다. 그러나 그 신념으로 타인의 삶을 간섭하고 마음대로 평가 내리는 행동은 사양한다. 특히나 본인의 그 신념에서 도덕적 우월감을 느끼고 있다면 더더욱 사양한다. 그 도덕적 우월감은 본인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남들이 그렇게 하지 않고 살기에 얻을 수 있는 알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각자의 길을 가자. 그러면 될 일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