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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가 비도덕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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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ttyimage/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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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해 도덕적 잣대를 기준으로 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렇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은 해당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외부인이며 문제 당사자들에 대한 관심보다 자신의 도덕적 신념의 달성과 그에 따르는 만족을 더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낙태의 경우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낙태 반대자들은 '태아는 생명이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생명을 해쳐선 안 된다'라는 입장이다. 타당한 근거다. 그러나 낙태를 해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한 번이라도 귀를 기울여 본 적이 있는가 모르겠다.

낙태를 선택해야 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원치 않는 임신'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으며 사회적인 것 때문일 수도 있다. 임신을 한 그 당사자는 그 임신을 원치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 왜 당사자도 아닌 외부인이 당사자의 의사 따위는 고려하지도 않고 마음대로 결정을 하는가?

그렇지 않아도 여성에게 있어 출산과 육아가 막대한 패널티로 작용하는 한국의 사회환경을 고려하면 원치 않는 임신은 곧 아이를 낳는 여성과 태어날 아이 둘 다 사회의 바닥으로 추락할 원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생명이 그렇게나 소중하다면 그 생명이 살아갈 환경 또한 고려치 않을 수 없다. 낳기만 하면 다 해결될 거라고 믿었던 과거와 달리 현대에서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애착과 육아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강조하고 있다. 그렇기에 준비되지 않은 출산과 육아는 태어날 생명이 진흙탕에서 살 운명을 부여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생각한다.

실제로 미국의 강력범죄율은 90년대 들어서 매우 드라마틱하게 하락했는데 스티븐 레빗은 그의 대표저서인 [괴짜 경제학]에서 로-웨이드 판결로 낙태가 합법화 된 결과라고 이야기한다. 낙태가 합법화 되고 원치 않는 임신과 출산이 줄어들면서 아기들은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랄 확률이 높아졌고 그것이 낙태 합법화 이후 태어난 아이들이 10대가 된 시점에서 낮은 범죄율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스티븐 레빗의 말대로 분명 범죄율 감소는 낙태의 의도치 않은 혜택이었지만 이는 달리 얘기하면 낙태 반대론자들이 말하는 '생명'이 최악의 인생을 경험하게 하는 것을 막았다고 설명할 수 있다.

생명은 존엄하다. 그러나 그 존엄한 생명이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는 삶을 살게 해줘야 할 것이 아닌가? 언제부터 애가 낳으면 끝이었나? 낙태 반대론자들은 자신의 자녀에게는 더 좋은 환경과 교육, 자본을 투입하려 하면서 왜 이렇게 탄생한 사람들이 환경과 자본, 교육 등 모든 부분에서 빈곤하게 살 것이란 것엔 왜 눈을 돌리지 않는가?

또한 태아의 생명이 존엄하다 말하면서 왜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삶과 존엄성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는가? 그로 인해 받게 될 사회적 비난과 멸시의 눈길은? 그로 인해 망가질 커리어는? 그로 인해 변화될 개인의 삶은?

그러한 점에서 낙태 금지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에 대한 가장 강력한 징벌에 가깝다. 단지 임신을 했다는 이유로 이렇게 개인의 선택권을 박탈하며 비도덕적이란 딱지를 붙이고 개인의 삶을 박탈하는 징벌을 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도덕적 잣대를 내세워 남을 평가하고 비난하기는 참 쉽다. 그러나 정작 왜 타인이 그렇게 살지 못 하는지를 보지 않고 자신의 잣대를 강요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비도덕을 평가하는 것은 문제 해결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자신의 도덕적 만족감 획득이 목표라고 생각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을 해보자.

한 사람, 혹은 두 사람의 인생보다 개인의 도덕적 만족감이 더 중요한 것인가?

낙태가 비도덕적이라면 타인의 인생보다 자신의 도덕성이 더욱 중요한 사람은 얼마나 도덕적인가?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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