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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연봉제, 논리와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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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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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이 은행원이었던 관계로 지난달 회사 동기들의 파업 소식을 카톡이나 SNS를 통해 전해 듣곤 했다. 외부에서 보기엔 돈 많이 버는 은행원놈들이 웬 파업이냐 하겠지만 세상에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는 법이고 각자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밥그릇 지키기에 대한 비난을 많이 하는데 세상에 자기 밥그릇 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그런 사람들은 과연 평소에 얼마나 고결한 행동을 하는지 궁금하다. 실제로는 '내 밥그릇만 아니면 된다'라는 저급한 마인드겠지만 말이다.

세상에는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시나리오란 게 있다. 이치로도 타당하고 합리적이어서 잘만 굴러간다면 그것보다 좋은 것은 없어 보이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굴려보면 기본 가정에서부터 어긋난 것들이 많아서 무척이나 덜그럭 거리거나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고 주저 앉는 경우가 많다. 성과연봉제가 바로 그 대표적인 겉으로 보기에 완벽한 시나리오라 하겠다.

일을 잘 하고 성과를 내는 직원에겐 인센티브를, 일도 못하고 안하고 성과도 못 내는 직원에게는 처벌을 내리는 성과연봉제는 제법 논리적이다. 왜 같은 일을 하지만 다른 결과물을 내는 직원에게 동일한 급여를 줘야 하는가? 이것은 형평성의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시장의 이론으로 보아도 더 잘하는 쪽에 인센티브를 지급하여 동기를 부여하는 게 타당하다.

호봉제에 대한 비판지점이 '일을 잘해도 못해도 동일한 급여를 받으니 전부 단체로 자리만 뭉개고 있다'고 관리직만 올라가도 실무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서 실무능력을 천천히 상실하게 되는 한국 직장의 구조상 나이 많은 직원은 업무능력은 없고 급여만 많이 받는 생산성 떨어지는 직원이 된다. 결국 이러한 직장의 구조는 나이가 젊고 실무를 하는 직원들이 구르고 구르는 젊은 실무진의 희생으로 돌아가는 형태가 된다.

더군다나 호봉제의 구조는 직원들의, 특히 관리직 이상이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분위기에도 기여를 한다고 본다. 호봉제는 성과연봉제와 달리 능력과 성과가 아닌 순서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에 결국 내 순서는 내가 기다린 결과가 된다. 이렇게 온 내 차례에서 문제가 터지는 것을 누가 원하겠는가? 더럽게 운이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최대한 그 책임을 내 뒤로 미루거나 결재 도장 찍는 곳을 더 만들어서 내 책임을 줄여야지.


성과연봉제가 잘 굴러가려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 측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성과 측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성과연봉제는 이 문제에 대해 '인센티브'라는 해법으로 카운터를 치기 때문에 성과연봉제야말로 모두가 나가야 할 길인 것으로 보인다. 근데 모든 것이 계획대로만 굴러가면 전쟁은 왜 나고 기근은 왜 일어나겠는가?

성과연봉제의 가장 큰 문제는 근본 가정에 있다. 그래서 성과연봉제가 잘 굴러가려면 다음의 두 가지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1)성과 측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 2) 성과 측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

어느 것이나 마찬가지로 성과측정은 정량과 정성으로 나눌 수 있다. 정량은 결국 숫자인데 이것은 숫자가 나오는 사업부일수록 유리하다. 예를 들어 지금의 내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영업 분야가 바로 그렇다. 세일즈는 숫자가 가장 명확하게 나오는 업무 분야 중 하나다. 무엇을 하나 팔거나 여러 개를 팔거나 계약을 따내거나. 전부 금액으로 명확하게 나온다. 그래서 측정이 가장 쉽다. 증권사 보험사 등의 자산 운용파트도 매일매일 수익률이 나오고 그것이 월 수익률과 연간 수익률을 바로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측정하기가 쉽다.

그런데 업무가 수치화되지 않는 파트는 대체 어떻게 그 성과를 측정할 것인가? 이러한 파트의 성과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결국 숫자를 새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만들어낸 숫자가 실제로 얼마나 해당 파트의 성과를 반영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이 숫자가 파트의 업무 성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면 결국 해당 파트는 본업은 내버려두고 이 숫자 만들기에만 골몰하게 된다. 많은 공공기관들이 너도나도 나서서 이상한 사업을 벌이고 돈을 낭비하는 경우가 보통 이 숫자 만들려고 하는 일들인 경우가 많다.

올 여름에 한전 때문에 다들 말이 많았는데 이 한전만 해도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 이익률로? 한전이 이익을 잘 내려면 전기료를 올리면 되는데 이게 공기업의 목적에 부합하는 일인가? 반대로 낮은 가격에 전기를 공급해서 손해를 보는 경우엔? 늘상 기사에 실리지만 방만한 경영이라고 욕을 먹질 않던가?

또한 성과가 숫자로 나오는 파트의 경우에도 이 숫자가 진짜 얼마나 성과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는지가 골치 아픈 문제다. 단적인 예로 증권시장이 활황기일 땐 너도 나도 돈을 싸들고 투자를 하러 은행과 증권사로 몰려간다. 반대로 불황일 때는 권해도 사람들이 하질 않는다. 외부 환경과 운의 요소는 어떻게 제거를 할 수 있을까? 이건 생각보다 많이 복잡한 문제다. 이 말은 정말 제대로 성과를 측정하려면 숫자로 나오는 파트조차 엄청나게 정교한 모델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리고 부서빨이나 점포빨도 무시 못하는 요소 중의 하나다. 탄탄대로를 밟는 사람과 구석으로 박히는 사람은 시작을 같이해도 코스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다 알고 있지 않은가?


이번에 승진했으니까 이번 평가가 좀 낮게 나오는 것을 감수하라든지,여자 직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상사가 의도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는 것이라든지...


두번째 문제점은 성과 측정이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가이다. 이 점이 가장 걱정스러운 점이기도 한데 성과제에서는 정교한 성과 평가시스템이 가장 중요한데 그것이 없으면 정성적으로 대충대충이 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얼마나 합리적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하는가? 매우매우 부정적이다.

이번에 승진했으니까 이번 평가가 좀 낮게 나오는 것을 감수하라든지, 곧 승진 대상자이니 의도적으로 높은 평점을 부여하는 것이라든지, 여자 직원에 대한 편견을 가진 상사가 의도적으로 낮은 평가를 내리고 인사부에서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이라든지, 결혼을 하고 이번에 애도 생기니 좋은 고과를 줘야겠다든지. 이게 어디 영세기업의 성과평가가 아니라 대기업과 대형 금융기관에서 종종 벌어지는 평가의 실제 사례들이다.

이러한 시스템 하에서 얼마나 공정하고 합리적인 성과 측정이 이루어질 것이라 생각하는가? 적어도 서구식의 그것은 아닐 것이다. 거기에 더해 호봉제를 경험하고 조직에 대한 충성과 의전, 액션을 중요시 하는 사람이 평가의 결정권자라면 이것이 얼마나 나이스하게 돌아갈 수 있을 것인가?

이 두 가지가 잘 된다해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성과 자체를 위한 모럴 해저드다. 성과 자체가 중요해지면서 조직 간에 서로 벽을 치고 이기주의를 발현하거나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는 경우다. 일단 성과를 내고 그곳을 벗어날 수만 있다면 당장 내가 일할 때는 드러나지 않는 성과를 위한 부정적인 모든 행동을 다 하고 뒷사람에게 시한폭탄을 넘기려고 할 것이다. 또한 하는 모든 것을 실적으로 포장하려 하게 된다. 이런 사례의 극단을 보였던 회사가 하나 있다. 엔론이라고.

이러한 모든 문제점들 때문에 성과제를 도입만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행운의 버튼 정도로 봐선 곤란하다. 오히려 이러한 점들 때문에 극도의 비효율과 권한을 가진 소수에 의해 좌지우지될 경우가 더 크다 봐야겠다. 특히나 조직에 대한 충성과 복종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관리자가 많은 기업이라면 이것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보지 않아도 뻔할 것이다. 기업의 구성원들이 개인주의자로 모두 물갈이가 된다면 몰라도 말이다.

[덧붙임]

장기적으로는 성과제가 제대로 자리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15-20년 정도는 지나야 하지 않을까 라는게 개인적인 생각. 그러나 이것도 성과제를 도입할 수 있는 기업과 기관에만 해당이다. 미국 기업들 또한 성과제에 일부 회의감을 품기 시작한 단계다. 뭐든 단칼에 해결되는 좋은 해결책이란 없는 법이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