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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최저임금 미준수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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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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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미준수율 : 최저임금 상승이 소득상승으로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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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의 댓글에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평균임금이 거기에 크게 반응하지 않으면 최저임금을 아무리 올려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이 들어왔다. 확실히 이것은 의문점이긴 하다. 최저임금의 상승이 평균임금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확실히 최저임금이 연평균 7% 이상 오르는 것에 반해 평균임금의 상승율은 연간 1%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것만 보면 최저임금을 올려봤자 평균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으니 최저임금을 올려도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 한국노동연구원의 최저임금효과분석(2011)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소득 상위 50%이하의 계층의 임금 수준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면 왜 저렇게 평균임금이 별달리 오르지 않는 것인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의심해볼 수 있는 것은 최저임금 미준수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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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타 국가들의 3배에 이르는 수준이며 이 미준수율은 계속 상승 중이다. 전반적으로 이 최저임금 미준수율은 최저임금 인상율과 어느 정도 연관성을 갖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율이 가파라질수록 미준수율도 올라가며 최저임금 상승율이 낮아질수록 미준수율은 낮아진다. 물론 여기에 다른 경제적 외부 요인들도 영향을 미치긴 한다.

이걸 어떻게 보아야 할까? 한국은 헬조선이라 탐욕스러운 고용주들이 타국보다 많아서 최저임금 만큼의 돈도 주지 않으려 드는 악독한 사람들의 천국일까? 그렇진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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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최저임금 미준수의 70% 정도가 10인 미만 사업장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즉, 영세한 곳일 수록 최저임금을 지급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강자를 악, 약자를 선의 구도에 놓는 것을 좋아하는데 그런 시각대로라면 이 자료에서 가치 충돌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작은 사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큰 사업규모를 운영하는 사람들보다 악독하다는 것이 되는가? 그렇다면 대기업일 수록 선하고 영세업자일 수록 악하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즉, 이건 그렇게 보아서 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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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의 변화가 제조업과 서비스업에 미치는 영향 및 시사점, 산업연구원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전체 산업을 제조업과 서비스업으로 나누었을 때 제조업은 미준수율 자체가 서비스업에 비해 낮으며 그다지 큰 변동이 없다. 반면 서비스업의 경우는 미준수율이 제조업에 비해 훨씬 높으며 변동성이 크고 제조업과의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제조업의 생산성이 서비스업보다 높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결국 최저임금의 미준수는 악독한 사업자 때문이 아니라 생산성이 낮은 사업자들이 최저임금을 지급할 여력이 없기 때문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그런 악독한 사람들이 최저임금 미준수의 원인이었다면 최저임금 상승률이 낮아질 때 미준수율은 큰 변화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상승률이 떨어질 때 미준수율이 낮아지는 것은 임금상승이 사업주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면 준수하려고 한다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즉, 최저임금의 미준수율이 서비스업과 10인 미만 사업자에게서 높게 나타나는 것은 이 사업주들이 최저임금을 폭리를 얻기 위해 안 지키는 것이 아니라 지킬 만한 수익성이 나지 않아서라고 봐야 한다. 수익성이 증가하는 속도보다 최저임금이 오르는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면 그것을 미준수하게 된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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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한가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원래 최저임금 이상을 지급했던 기업들이 최저임금 상승 속도가 빨라 최저임금 미만을 기업이 되는 경우다. 위의 그림으로 그 현상을 표시해 보았다.

최초에 일정 수준의 최저임금이 정해져 있고 기업 A와 B와 C가 있다고 하자. 이 중에서 기업 A는 딱 임금으로 최저임금을 지불하는 기업이며 B와 C는 그보다 많은 임금을 지불하는 기업이다. 그런데 새로이 논의되는 최저임금의 상승폭이 꽤 높아서 기존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 되자 기업 A가 먼저 최저임금 미만 지불기업이 된 것은 물론 기업 B 또한 최저임금 미만 지불 기업이 되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이상으로 임금을 지불하는 기업은 이제 C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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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 A와 B의 수익성이 최저임금만큼 오르지 못한다면 이 두 기업은 최저임금을 준수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선택이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먼저 1) 고용을 줄이거나 2) 최저임금을 미준수하는 것이다.

먼저 1) 고용을 줄이는 방안은 과거 경제학자들이 수도 없이 갖은 증거를 보여준 상태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라는 명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합의가 되었고 여기에 이견을 보이는 경우는 적어도 주류경제학 내에서는 없다. 다만 그 부정적인 영향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서는 다양한 이견이 있는데 현재는 적당한 선의 상승이라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이 매우 작거나 없다는 데에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임금이 과도하게 상승하면 고용을 줄일 가능성은 존재한다.

만약 고용을 줄일 수 없는 경우라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은 2) 최저임금 미준수다. 최저임금 준수와 이 강제성에 초점을 두는 주요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 관리가 느슨하다. 관리감독 인력의 부족도 있으며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 또한 많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고용을 줄일 수가 없는 상황일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이 최저임금 미준수가 훨씬 매력적인 선택이 된다.

이처럼 법정 최저임금이 생산성과 수익성을 초과하여 오르는 경우엔 영세/저생산성 사업체들의 경우는 최저임금이 오른 만큼 지급할 여력이 없어서 최저임금을 미준수하게 되며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불해온 사업체라도 최저임금 상승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면 어느 순간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체가 되어버린다.

이 때문에 최저임금의 상승율이 높아지면 최저임금 미준수율도 높아지는데 이는 우리나라가 최저임금 미준수에 대해 강력하게 처벌하지 않고 단속하지 않기에 고용을 줄이는 것보다 임금 미준수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은 방안이 되는 이유 또한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상승률을 높일 경우 최저임금 미준수 사업체가 늘어나면서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는데 이렇게 될 경우 이러한 미준수율 증가로 인해 생각보다 평균임금이 상승하지 않아서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저임금이 6-8%씩 올랐는데도 평균임금의 상승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고 CPI 또한 크게 늘지 않은 것에는 이러한 우리나라 특유의 높은 미준수에도 이유가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최저임금을 지금의 수준보다도 더 높이 올리는 것보다 준수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최저임금만 무작정 많이 올리는 방향으로 가면 미준수율이 올라가고 결국 그렇게 높아진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는 사람만 받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미준수율이 높아서 최저임금인상효과가 반감되니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확률이 낮으므로 최저임금을 크게 올리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라는 주장에 반대하는 이유가 일단 그 경우엔 최저임금을 많이 올리는 목적을 상실하게 되는 것이라 명분이 없을뿐더러 그간의 7%의 최저임금 상승률은 1.5%-2%초반의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4.5-5.4%의 실질상승률이 되는데 실질GDP 성장률이 2%후반-3%초반인 걸 감안하면 아주 과하지는 않은 수준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만약 실질성장률을 훨씬 초과하는 상승률이 될 경우는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며 인플레이션이 기대로 움직인다는 것을 감안할 때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으나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것은 명확해 보인다.

정리하자면 최저임금을 이야기 할 때 이 최저임금 미준수율 또한 매우 중요하다. 최저임금 미준수는 사업체의 생산성이 낮아 최저임금의 상승을 따라가기 힘들기 때문에 벌어지며 이 때문에 생산성을 초과한 최저임금의 상승은 소득의 상승으로 이어지기 보단 미준수율의 증가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에 제대로 효과를 보기가 어렵다. 따라서 법정 최저임금을 더 많이 올리는 것보단 최저임금 준수를 감독하는 것이 오히려 소득 상승에 긍정적일 수 있으며 그렇다고 생산성을 지나치게 앞지르는 임금상승을 시도했다간 미준수율도 높아지고 인플레이션도 발생하는 최악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으니 현행 수준의 상승률에 준수율을 높이는 정책을 쓰자는 것이 이 기나긴 글을 쓰는 내 나름대로의 결론이 되겠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