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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켓몬' 증강현실이라 흥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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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GO(이하 고켓몬)로 전 세계가 난리다. 이미 미국에선 이것이 하나의 사회현상이 되었으며 정식 서비스를 지원하지도 않고 아직 할 예정도 없는 우리나라 마저 이 고켓몬 때문에 속초 여행이 뜨는 등 난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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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켓몬이 대단한 열풍을 일으키자 사람들이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기술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그래서인지 관련 게임주들이 급등하는 현상도 보인다. 심지어는 어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직장인 두 명이 게임주를 미리 사지 못해 한탄하는 소리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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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고켓몬 열풍에서 AR/VR과 같은 기술에 초점을 두고 있는 시각은 개인적으로는 이 열풍을 잘못 이해했다고 생각한다. 내가 관련 전문가가 아니라 어느 정도는 걸러 들어야 겠지만 개인적으로는 25년 이상 게임을 해온 게임 유저 입장에서 볼 때 고켓몬 열풍은 컨텐츠가 가진 막강한 축적의 힘이 드러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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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가 등장한 것은 무려 20년 전인 1996년이다. 육성과 수집, 모험의 특성을 가진 이 게임은 애초에 타겟으로 저연령층을 노렸지만 복잡하지 않고 캐릭터가 귀여웠기 때문에 누구나 할 수 있는 게임이 되어 세대 불문하고 큰 인기를 끌었다. 그 때문에 포켓몬스터는 20년의 기간 동안 여러 휴대용 기기에서 수십개의 시리즈로 발매되었을 뿐만 아니라 캐릭터와 애니메이션의 미디어믹스로까지 발전한 대단한 브랜드이자 초대형 컨텐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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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고켓몬은 독립적인 게임이 아니라 포켓몬 시리즈 중의 하나로 이해를 해야 한다. 포켓몬이라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얻어온 20년된 브랜드와 컨텐츠가 스마트폰용 게임으로 첫 발매를 한 것이 바로 고켓몬이다. 이게 중요하다. 고켓몬은 스마트폰으로 처음 발매된 포켓몬 시리즈다. 이것이 정말 중요한 이유는 이전까지 포켓몬을 플레이할 수 있는 기기는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와 게임보이 어드벤스, 그리고 2000년대 후반에 열풍을 일으킨 닌텐도DS(NDS) 등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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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nintendo.co.jp/ir/library/historical_data/pdf/consolidated_sales_e1603.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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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idc.com/getdoc.jsp?containerId=prUS40980416

이러한 휴대용 게임기들의 판매량이 아무리 많다 해도 스마트폰의 보급수에는 절대 미치지 못한다. 실제로 닌텐도 3DS의 월드와이드 '누적 판매수'는 현재까지 5천만을 조금 돌파할 뿐이지만 아이폰의 2015년 한 해 판매량만 해도 2억 31백만대에 이른다. 여기에 삼성의 스마트폰 판매량까지 포함하면 2015년에 팔린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5억 5천만대에 이른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겨우 작년 한 해 판매량, 그것도 상위 2개사만 보았을 때 이 정도다. 즉, 이전까지 출시하던 시리즈와는 시장의 규모가 차원을 달리한다. 20년간 쌓아온 막강한 브랜드와 컨텐츠가 넓은 시장을 만나서 크게 확산된 것이 지금의 엄청난 고켓몬 열풍이다.

단순하게 생각해보자. 고켓몬이 만약 포켓몬스터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 인기와 관심을 얻을 수 있었을까? 개인적인 시각으로는 '부정적'이다. 포켓몬 시리즈가 갖춘 모험/수집/육성의 탄탄한 컨텐츠와 시스템이 AR이라는 기술을 접목해서 새로이 버무린게 지금의 결과물이다. 결코 AR이라는 기술 때문에 고켓몬이 흥한 것이 아니란 얘기다.

이런 점에서 비춰보자면 결국 기술이 문제가 아니라 브랜드와 컨텐츠가 가진 축적의 힘이 지금의 고켓몬 열풍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AR/VR 기술을 도입한 게임이 아무리 등장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열풍이나 인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런 이유로 근간에 이 고켓몬으로 인해 관련 게임주들이 급등세를 타는 것은 전형적인 과열양상이자 버블현상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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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되물어보자. 우리나라에 닌텐도가 가진 저 20년간 축적된 브랜드와 컨텐츠 파워가 있는가? 게임시장으로 한정해 놓고 보아도 이러한 컨텐츠에 역량을 갖춘 기업은 도통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신기술이 등장하면 무얼하겠는가. 그 기술을 살릴 컨텐츠와 파워가 뒷받침 되지 않고 있는데. 우리에겐 컨텐츠에 관한 이러한 경험의 축적도, 축적의 경험도 없다. 위에 링크한 한경의 기사는 우리에게 저러한 컨텐츠를 만들 축적이 왜 없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마당에 AR/VR이 관심을 갖는다 한들 이것을 제대로 활용하고 사람들의 사랑을 받을 컨텐츠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절대 안 나온다는 얘기가 아니다.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일 뿐. 그래서 게임주들의 급등이 더더욱 헛된 기대로 보인다.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