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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임대료가 아니라 권리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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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가격 논란은 매년마다 나오는 연례 행사다. 그런데 링크의 내용을 보면 한국 스타벅스의 커피가 전세계 기준 매우 비싼 수준이긴 하나 임대료 때문에 사실 수익은 높지 않다고 나온다. 그리고 이렇게 과도하게 비싼 임대료가 문제라는 주장이고 임대료 상승에 대한 제약이 필요하다는 내용으로 귀결된다.

일단 경제학에서는 임대료 상한 정책과 같은 것은 '바보 같은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이것을 이야기하면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임대료가 마음대로 오르는 것을 왜 제한하지 않냐며 '경제학자 이 사기꾼 놈들'이라고 거품을 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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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링크는 월세 통제 제도가 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에 대한 글이다. 해당 글은 주거 임대료만을 다루고는 있으나 임대료 통제는 건물 공급이 줄어버리게 만든다는 이야기다. 즉, 건물 공급이 줄어드나 월세는 통제되어 있으므로 수요는 초과상태. 이 경우에 사람들은 통제된 월세가 아닌 대체 임대료를 추가하게 되어 있다. 세상사는 그렇게 선의대로만 돌아가지 않는다. 임대료 제한 정책이 겉보기엔 좋으나 위험한 이유다.

그렇다면 끝도 모르고 오르는 임대료 문제는 그냥 손 놓고 바라보아야 하는가? 내 생각에는 상가의 경우는 포커스가 잘못 맞춰져 있다고 생각한다. 왜 유독 한국의 임대인들은 엄청나게 임대료를 높여서 임차인의 수익을 착취하는 걸까? 한국의 임대인들이 유독 사악하고 다른 나라의 임대인들은 매우 선량하기 때문일까? 그 원인이 무엇인지를 보아야 한다. 문제는 임대료가 아니라 권리금이다.

일단 주거 임대와 상가 임대의 차이부터 알아보자. 주거 건물의 가치를 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교통, 치안과 프라이버시, 교육 접근성, 쇼핑/문화 공간과의 접근성 등 주거 건물 자체보단 주거 건물의 외적인 요소가 큰 영향을 끼친다. 여기서 주거 건물의 가치를 깎아 먹는 요소는 주택의 노후도 등이다. 따라서 이 건물의 가치를 손실시키지 않고 제 가치를 유지하여 임대인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선 제대로 된 건물 관리가 필수다. 이 건물의 가치에서 임차인이 기여하는 부분은 없다. 생각해보자. 어떤 건물에 A란 사람이 들어간다고 건물 가치가 더 올라가고 B란 사람이 들어간다 해서 건물 가치가 떨어지는 변동이 생기겠는가?

그러나 상가의 경우엔 조금 다르다. 역시나 상가 건물의 가치는 유동인구와 그 유동인구의 소비력에 달려있는데 이것을 좌우하는 요소에는 교통과 치안 등과 같은 외부요인이 있긴 하나 여기에 +a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상가 임차인의 역량이다. 상가 임차인의 역량에 따라 유동인구가 극히 드문 곳도 유동 인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상가 건물의 특징이다. 더군다나 이 역량에 따라 해당 상가뿐만 아니라 주변지역의 상권 가치를 전부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두기도 한다. 그래서 초기 상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역량 있는 임차인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탄생하는 것이 바로 영업권이다. 임차인이 창출하고 유지한 가치가 바로 영업권이며 이것이 바로 임차인이 해당 건물과 상권에 기여한 부가가치라 보아도 무방하다. 이 영업권이 우리나라에선 권리금이란 이름으로 거래가 된다. 물론 권리금=영업권은 아니며 모든 임차인들이 새로운 상권을 만들어내는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니 권리금=영업권+시설투자비 라고 보면 무방할 것이다. 보통 권리금이라 하면 해외에는 이런 게 없는 걸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해외 국가들에도 존재하는 것으로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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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의 해당 기사를 보면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도 각각 'sales of business'와 'goodwill'이라 해서 우리나라의 권리금에 해당하는 개념이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이 국가들의 경우는 이러한 영업권에 대한 보호를 강력하게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이 영업권에 해당하는 권리금에 대한 보호가 매우 취약하다.

작년에 상가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이 개정되면서 상황이 나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권리금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 상임법 개정으로 임차인은 계약기간 5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일단 5년을 넘어가면 임대인은 계약의 갱신을 거부할 수 있다. 새로이 개정된 상임법에서는 계약 종료 3개월 전부터 종료시점까지 임대인이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행위를 방해하는 것에 대해 보호를 한다지만 기간이 짧을뿐더러 빈틈을 우회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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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군다나 보호기간 5년 내라 하더라도 재건축을 하는 경우에는 임차인의 연장 계약을 거부할 수 있다. 그래서 상가 임차인은 늘 제한시간을 두고 사업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제한시간이 걸리면 절대적 열세에 빠질 수 밖에 없다. 과거의 글에서 쓴 바 있지만 상가를 빌려 하는 자영업에서 이러한 여유 시간은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낸다. 시간에 쫓기는 상황에서 생존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임차인은 권리금을 잃기가 매우 쉬운 반면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빼앗는 데에 별다른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특히나 빈 공간의 경우는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에게 바닥권리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임대인은 임차인의 영업권을 빼앗아 지대를 누릴 경제적 유인이 매우 많다. 사실상 건물의 가치 상승에 임대인이 기여를 하는 요소는 단기적으로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임차인이 만들어낸 건물의 가치 상승분을 빼앗을 수 있는 기회는 열려 있는 셈이다. 이러한 초과이윤을 경제학에서 지대(rent)라고 한다. 이렇게 초과이윤을 손쉽게 탈취할 기회가 열려 있는데 그것을 취하지 않을 사람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임차인이 키운 상권의 가치를 빼앗는 것이 지대 추구에 도움이 된다면 임대인의 입장에서는 최대한 임차인을 내보내게 만드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 임대인을 내보내는 가장 좋은 첫 번째 수단은 임대료의 폭등이다. 임차인이 감당할 수 없는 임대료를 제시하면 임차인은 그것을 받아들이거나 혹은 나가야 한다. 어느 쪽도 임대인에게 별다른 손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안 나가고 버티는 소송전이 있기야 하다만 자신의 사업을 오롯이 유지하기에도 바쁜 임차인이 소송까지 감당하는 것은 심신이 굉장히 고달픈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는 이 소송을 피하고 싶어한다.

두 번째 수단은 재건축이다. 재건축은 임차인이 가지고 있는 계약의 보호권을 무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따라서 상권 자체가 충분히 성장하고 성숙 단계로 가는 경우 재건축을 통해 기존 임차인을 내보내고 새 건물에서 좀 더 높은 임대료와 바닥권리를 받는 것이 확실한 이익이 되기에 오래된 건물을 가진 임대인은 건물을 유지/보수할 유인보다는 그러지 않을 유인을 가진다. 과거 대부분의 뜨는 상권에서 몇 년 지나지 않아 신축 건물들이 쑥쑥 들어서는 것에는 이러한 요인도 있다. 주택 쪽에서는 주거 건물의 공급이 늘어나는 것이 임차인에게도 유리하지만 상가 건물쪽에서는 썩 유리하다고 보기도 힘든 것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위의 머니투데이 기사에서도 볼 수 있듯이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의 영업권이란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보낼 때 지급하는 상권의 성장과 임대료 증대에 따른 보상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기에 위의 국가들은 임대인들이 좋은 임차인을 받아 상권 자체를 키우고 그런 식으로 자신의 건물과 상권 가치를 키우는 말 그대로 '동반성장'을 선택할 유인이 많다. 하지만 한국의 권리금 제도는 여기에서 임대인의 책임은 빠져 있다. 책임은 없는데 이익이 눈 앞에 펼쳐져 있다면 그 이익을 약탈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그렇기에 임대인은 무조건 수익 극대화를 추구하게 되고 그것이 제한 없는 높은 임대료 상승과 임차인 내몰기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상가임대료의 상승을 제한하는데 초점을 둔다. 그러나 이것은 초점이 잘못 맞춰진 시각이다. 지금 현재의 상임법과 권리금 제도는 임대인의 지대추구와 임차인이 만들어낸 가치의 착취를 극대화하도록 짜여져 있다. 이렇게 판이 벌어져 있는데 그러한 환경 하에서 사익의 극대화를 추구하지 않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임대차제도에 많은 영향을 준 일본의 경우는 차지차가법으로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 법은 구조상 임대인과 임차인이 장기계약을 할 유인을 만들고 있으며 특별한 예외가 없는 이상 계약의 갱신이나 해지를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러한 타당한 이유의 적정성은 법원이 판단한다.

임대료 또한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임대인의 일방적인 통보를 임차인이 받아들이느냐 나가냐로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반면 일본의 경우 임대인이 제안한 새로운 임대료를 임차인이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조정절차를 밟도록 되어 있다. 만약 조정을 수긍할 수 없다면 법적 절차로 돌입하는데 여기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당 건물의 적정임대료를 산출하여 그 적정임대료를 지키게 하고 있다.

또한 계약 해지나 재계약 거부 시 퇴거료를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점이 우리나라와 큰 차이다. 먼저 얘기했다시피 한국의 권리금에는 시설투자비용의 성격이 있다고 한 바 있다. 일본은 임대인이 임차인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내보내려면 충분한 퇴거료를 지급해야 하는 게 퇴거 적정사유의 판단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임차인은 시설 투자비 회수와 그간의 사업 유지에 대한 비용은 이 퇴거료를 통해 회수하기 때문에 한국만큼 임차인들이 권리금을 날릴 위험에 처해있지 않다.

매너가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도가 사람을 만든다. 임차인이 만들어낸 건물과 상권의 가치 상승 분을 인정하고 이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임대인이 지급하도록 만든다면 임차인들도 이 구조 하에서 손해를 보지 않아도 될 것이며 임대인들도 장기적으로 더 나은 상권을 지키고 유지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형태보단 단기적인 수익은 좀 못할 수 있겠으나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에 득이 되지 않겠는가. 기여 이상의 과도한 지대추구는 문제가 있다.

초반에 이야기 했듯이 문제는 임대료가 아닌 권리금에 대한 미보호다. 지나친 임대료 상승은 이로 인해 벌어진 현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임대료에 제한에 초점을 둔다면 또 다른 비극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본다.

[덧붙임]

이 글은 임차인과 임대인 사이의 관점에서 본 권리금에 관한 글이므로 임차인과 임차인 사이의 권리금에 대한 성격은 다루지 않았다. 임차인의 시각에서 쓴 글이므로 내용이 다소 편협할 수 있다.

관련 글 | 타국의 상가 임대제도와 퇴거료 제도 (1) - 일본

* 이 글은 필자의 홈페이지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