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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202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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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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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을 통한 북한 핵 동결, 가장 바람직하게는 비핵화가 성사되지 않고 맞은 202Q년의 한반도를 상상해 보자. 북한은 여섯 번의 핵실험으로 핵탄두의 소형화에 성공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뉴욕과 워싱턴을 타격할 능력을 갖췄다. ICBM이 마하 20의 속도로 대기권에 진입할 때 공기 마찰로 생기는 6000~7000도의 고열을 견디는 감삭(Ablation)이라는, 핵탄두가 균일하게 깎이게 하는 고난도의 기술을 확보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더욱 가공할 무기다. 북한은 2016년 4월 동해에서 SLBM을 시험발사했다. 목표한 사거리 300㎞에 못 미치는 30㎞를 날아갔다. 그래도 김정은은 그때 "남조선과 미 제국주의의 뒤통수에 아무때나 마음먹은 대로 멸적(滅敵)의 비수를 꽂을 수 있게 됐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SLBM은 사정거리는 목표 미달이었어도 물속에서 미사일을 튕겨 올리는 수중사출→엔진 점화→초기비행→정상비행→탄두 분리에 성공했다. 우리 국방부는 3~4년 안에 SLBM의 실전 배치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 예측이 맞았다.

김정은은 거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미국을 위협하기 위해 하와이는 물론이고 본토의 동·서해안까지 잠행할 수 있는 원자력추진잠수함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원자력추진잠수함에는 소형의 원자로가 필요하다. 참으로 어려운 기술이었지만 북한은 러시아인 기술자들의 도움으로 해냈다. 원자력추진잠수함은 재래식 잠수함과는 달리 하루나 이틀에 한 번씩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장거리 잠행이 가능하다. 북한의 잠수함은 이제 이론적으로는 타격목표 지점에서 300㎞까지 접근하여 미국 본토의 주요 군사기지와 대도시를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이렇게 미국을 눌러놓고 한국에 온갖 위협적 도발을 감행한다. 김정은의 말대로 언제 어디에 출몰할지 모르기 때문에 킬체인도 한국형미사일방어(KAMD) 체계도 충분한 억지력이 못 된다. 더 걱정되는 것은 미국 본토가 북한 ICBM과 핵잠수함에서 발사되는 핵미사일 공격에 노출될 경우 미국이 과연 자국의 주요 도시와 군사기지가 핵공격을 받을 것을 감수하면서까지 한국에 핵우산을 포함한 확장억지력을 제공할 것이냐는 것이다. 북한은 ICBM과 핵잠수함으로 한·미 동맹을 심각한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미국이 북한의 공격을 받으면 일본은 이지스함의 SM-3 요격 미사일과 아오모리와 교토에 배치돼 있는 PAC-3 요격 미사일로 북한 ICBM 요격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핵잠수함을 보유한 상황에서는 일본의 요격 능력도 심각한 제한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이 자랑하는 스텔스기들인 F-117A, F-22 랩터, B-2 전략폭격기도 전적으로 믿을 수가 없다. 1999년 코소보전쟁 때 세르비아 폭격을 위해 발진한 미군 F-117A가 세르비아군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었을 때 스텔스 신화가 깨졌다. 체코의 테슬라 발루드비체가 개발한 레이더 타마라와 콜추가가 올린 개가였다. 북한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재빨리 타마라와 콜추가를 개발한 체코 기술진을 거액으로 유인하여 북한판 대(對)스텔스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미국이 체코에 타마라와 콜추가 기술을 해외에 이전하지 말라고 압력을 넣었지만 한발 늦었다.

202Q년의 시점에서 본 한반도 상황, 북한의 첨단무기체계 개발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아니라 지옥의 시나리오다. 2016년의 오늘에서 202Q년까지 몇 년의 시차가 있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북한의 핵·미사일·잠수함 개발의 놀라운 속도로 보면 비현실적인 가정도 아니다.

202Q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답은 둘 중 하나다. 중국 외교부장 왕이가 지난 2월 제안한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병행 추진이 그 하나.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는 북·미, 북·일 수교, 북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이 포함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협상으로 북한 핵·미사일 동결이 안 되면 군사적 억지력과 한·미·일뿐만 아니라 한·미·중의 안보 공조를 강화하는 것이다. 미군이 동해에 핵잠수함을 상시 배치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미군 핵잠수함이 순환 배치로 상시 배치의 효과를 내면 한국의 핵무장론과 전술핵 재도입 요구를 침묵시킬 수 있다. 남북한 대화의 통로는 2018년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에는 열리지 않을 것이다. 미국도 2017년 새 정부의 외교진영이 짜여질 5~6월까지는 적극적인 대북정책은 동면에 들어간다. 이 권력교체기가 위험하다. 북한 붕괴론의 주문만 욀 때가 아니다.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향한 길고 긴 여정에서 대화의 길을 찾아 현실적 충돌방지의 정책과 전략이 필수적이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