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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ICBM 성공" 미국에 심리적 선전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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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4일 오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4형' 발사에 성공했다고 조선중앙TV 특별중대방송을 통해 발표했다.ⓒ조선중앙통신/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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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발사 승인서.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은 특유의 필체로 "당 중앙은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를 승인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다. 날짜는 7월 3일. 그리고 북한 국방과학원은 7월 4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로케트의 성공적인 발사를 발표했다. 국방과학원은 시험발사가 최대고각으로 이루어져 정점고도 2802㎞까지 상승해 933㎞를 39분간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김정은이 올 신년사에서 말한 대로다. "... 대륙간탄도로케트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른 것을 비롯하여..."라고 그는 말했다.

국제항공연맹은 지상 100㎞ 위의 공간을 우주로 정의한다. 그래서 화성-14형은 의심의 여지 없이 우주를 비행하는 대륙간탄도탄(ICBM)이다. 의도적으로 미국 독립기념일에 맞춰 미국이 핵무기보다 더 경계하는 ICBM을 발사한 것은 미국에 대한 심리적인 '선전포고'다.

그것은 한국과 미국에 보내는 심각한 메시지다. 미국과 국제사회가 제아무리 강력한 압박을 가해도 핵탄두를 미국 본토에 보내는 대륙간탄도탄 개발을 포기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기관(器官) 없는 신체는 없다. ICBM이라는 신체를 가지면 거기에 들어갈 기관인 소형 탄두를 만들기 위한 6차 핵실험도 멀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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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현장 참관 모습과 발사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미사일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평안북도 방현 지역에서 발사됐다. ⓒ조선중앙통신/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붕괴론자들의 아지트인 전략국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1) 북한 정권 교체를 원치 않는다, (2) 북한 공격 의도 없다, (3) 인위적으로 통일을 가속화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지 일주일도 안 돼 김정은이 최강의 펀치를 날렸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회담에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군사적으로 해결하지 않는다, 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을 한국이 쥔다는 동의를 받아냈다.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실시된 화성-14형의 발사는 문재인-트럼프 합의를 뿌리째 흔든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어렵사리 대북 선제·예방 타격론과 김정은 체제 붕괴론을 잠재웠다. 김정은의 도발은 워싱턴의 분위기를 180도 바꿀 것이다. 북한에 억류됐다 귀국한 대학생의 죽음에 부글부글 끓는 미국이다. 북한 선제타격론과 붕괴론이 다시 대두돼도 놀랄 일은 아니다. 그러나 전쟁 재발을 걱정해야 한다. 선제공격→북한의 보복→전쟁의 공식이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한·미 두 나라 정부는 원점에서 북한의 새로운 차원의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책을 최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에 모든 경제적 수단과 대만 카드까지 휘둘러 중국을 강하게 몰아붙여야 한다. 한국도 사드 보복 완화나 해제에만 매달릴 때가 아니다.

중국에 꼭 꼬집어서 요구하라. 북한에 대한 석유 공급을 끊으라고! 중국이 석유 공급만 중단하면 북한의 모든 시스템은 무너진다. 교활하고 무책임한 중국. 미국은 국제사회와 함께 중국이 북한에 실질적인 행동을 취하게 몰아붙여야 한다.

김정은이 저렇게 위험하고 무모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라는 숨 쉴 구멍(loop hole)을 믿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계산만 하는 시진핑이 김정은을 고무한다.

한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마땅한 대응전략이 없는 것이 불편한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 다음 정부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그때 ICBM도 언급했어야 한다. 한국에는 핵이 가장 큰 위협이지만 미국에는 ICBM이 더 심각한 실존적 위협이다. 미국을 실존적으로 위협하는 북한과의 관계는 개선되지 않는다.

이 두 가지 문제는 분리해 해결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한국과 미국이 핵과 미사일을 묶어 해결하는 공동의 방안을 만들어야 하는 급박한 이유다. 압박을 통한 북한 고립, 그것 신물나게 들었다. 이미 고립된 북한, 더 고립될 여지도 없다. 트럼프의 동의를 얻어 한반도 문제의 운전석에 앉은 한국을 향해 북한은 역주행으로 달려 온다.

괌과 오키나와의 미국의 모든 전략자산으로 북한을 포위하고 시진핑의 선택을 물어라. 거품이 많아 보이는 우리의 미사일 요격 능력도 실질적으로 점검·강화하라. 북한 도발의 평화적 해결이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다. 실낱같은 희망 하나는 김정은의 극단적인 행동이 미국과 유리한 입장에서 협상하고 싶은 열망의 표현이면 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한 체제의 본질상 그건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일 것 같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