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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후 한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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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UMP XI
Carlos Barria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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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외교·안보 참모들은 지난해 11월 대선 기간 이래 북한에 대해 강경 발언을 있는 대로 다 쏟아내 왔다. 대표적인 수사(rhetoric)가 "대북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 "북한에 할 말은 다 했다" "테이블 위에 모든 옵션이 올라 있다"였다. '모든 옵션'의 으뜸자리에 북한 핵·미사일 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이 있다.

북한에 대한 경고는 말로 끝나지 않았다. 한·미 연합 키리졸브와 독수리 군사연습을 전후해 최신예 전투기들과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에 전개했다.

트럼프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이 만난 것도 이런 불안한 분위기에서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서 트럼프가 가장 자주 한 말은 "중국이 북한을 충분히 견제하지 않는다" "중국이 안 하면 미국이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회담이 세상의 주목을 받았고, 특히 우리는 두 정상이 북한 문제에 어떤 합의를 볼 것인가를 주목했다.

결과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시진핑을 플로리다 별장으로 불러놓고 지중해의 미 해군 구축함 로스호에 시리아 공군기지 공격 명령을 내렸다. 59발의 순항미사일이 발사되었다. 그것은 민간인을 상대로 화학무기를 쓴 시리아 아사드 정부에 대한 보복공격이었지만 중국과 북한에 대한 경고를 겸한 것이었다.

트럼프·시진핑 회담은 공동기자회견도 공동성명도 없이 싱겁게 끝났다. 그들이 북한 문제를 얼마나 깊이, 구체적으로 논의했는가는 알려진 것이 없다. 북핵 불용과 북한 강력 제재의 기존 원칙만 확인했다.

트럼프는 준비 없이 시진핑을 만났다. 정상회담이 끝난 뒤 틸러슨 국무장관이 텔레비전 인터뷰에서 미국과 중국의 목표는 북한 정권 교체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라고 말한 것이 그 증거다.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는 북한과 중국의 입장이다. 트럼프와 틸러슨은 사과와 오렌지도 구분 못하는 무지를 드러냈다.

북한 대량살상무기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입장은 분명하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은 용납할 수가 없다. 미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ICBM의 마지막 남은 핵심기술인 대기권 진입 시험에 성공하는 것은 한계선(red line)을 넘는 것이다. 그럴 경우 트럼프 정부는 선제타격이나 예방타격을 진지하게 검토할 것이다. 미국의 거의 모든 군사안보 전문가들이 말하는 대로 선제타격은 제2의 한국전쟁을 의미한다. 한국의 차기 정부는 미국의 대북 선제타격을 저지하거나, 실제로 북한에 의한 선제타격의 징후가 확실하면 선제타격을 미국과 함께 결정해야 하는 쉽지 않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한반도에서 치러질 전쟁을 미국 단독으로 결정하게 내버려둘 수는 없는 것이다.

거칠고 즉흥적인 트럼프는 통상과 환율 문제를 지렛대로 시진핑에게 북한 견제를 압박했지만 노회한 시진핑은 중국의 기존 원칙을 방어하고 북한 견제에 대한 확실한 약속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문제는 지금부터다. 미국이 한반도에 최강의 전략자산을 전개하고 국무장관과 부통령 같은 인적자산을 동원해도 김정은은 전혀 자제할 기색이 없다. ICBM으로 이어질 중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성공하고 6차 핵실험까지 강행하면 트럼프는 어떤 수준, 어떤 종류든 행동을 하지 않으면 미국의 확장억지력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은 선제공격에 대한 입장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다.

트럼프와 시진핑이 김정은을 해외로 망명시키자는 데 합의했다는 찌라시 수준의 괴담은 위험할 만큼 자신만만한 오늘의 김정은을 모르는 데서 나온 것이다. 한반도에서 남중국해까지의 서태평양에서 미국과 대결하고 있는 중국에 완충지대로서의 북한은 전략적인 핵심이해의 지역이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북한의 생명줄, 가령 석유 공급을 끊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금 미국에서 소리 없이 완만하게 고개를 드는 방안이 핵 동결과 불가역적비핵화(CVID)의 중간형인 덮기(cap) 방식이다. 동결(freeze)은 동결해제(defreeze)의 가능성을 열어 둔다. 완전비핵화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생각이 없는 현재로서는 현실성이 없다. 덮기는 뚜껑을 열지 않는다는 확실한 장치를 전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덮기라고 북한이 두껑을 열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점에서는 동결과 같은 취약성을 갖는다. 그래서 덮기 방식은 북·미 수교 및 평화협정과 병행 추진하자는 것이 이 방식을 제안하는 사람들의 논리다. 그러나 아직은 탁상공론이다.

미국의 강력한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북·미 대화의 수순 밟기일 수도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선제타격은 한반도 전쟁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 미국 안에서도 반대론이 높은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북한이 중국도 불신하고 대화는 미국하고만 하겠다는 것이다.

1994년 제네바 합의 때처럼 우리는 북·미 대화를 지켜만 보다가 그들이 내미는 청구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우리 자신의 남북대화→평화정착→통일의 로드맵을 확정해 주변 4강, 특히 미국과 중국의 대북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새 정부의 대북정책과 평화·통일 외교의 중심에 둬야 한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