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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이후, 아르멜 독트린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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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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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는 이제 뒤집을 수 없는 불가역적(Irreversible) 결정이 되어버렸다. 따라서 국민, 국회, 성주 군민의 사드 논의는 (1)사드의 효용성에 현미경과 확대경을 들이대고 (2)배치 결정의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사체 해부(postmortem) 수준의 점검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춰 진행돼야 한다. 지금처럼 객관적 사실에서 멀리 벗어난 찬반의 아우성은 우리 모두에게 짜증나는 스트레스만 준다.

두 번째의 사드 배치 과정부터 보자. 정부는 미국이 사드 배치 가능성을 거론할 때마다 "사드 배치는 논의되고 있지 않다"고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사드 배치를 처음으로 언급한 것은 2014년 6월 3일이다. 2013년 4월 방사청과 공군 관계자들이 사드 제작사 록히드마틴을 방문해 사드에 관한 비밀 브리핑까지 받은 뒤의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배치 결정을 발표한 것은 2016년 7월이다. 정부는 꼬박 2년이나 국민을 속여 온 셈이다. 그래서 국회가 할 일은 사드 배치 결정의 절차에 문제가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국민과 국회와의 논의 과정을 생략한 책임을 추궁하는 것이다. 기밀 유지를 위해서라지만 사드 배치의 어디가 군사기밀이란 말인가.

사드의 효용성은 사드 문제의 본질이다. 북한발 미사일을 PAC-2나 PAC-3로 하층 종말단계에서 한 번 요격하는 것보다는 중층 고도에서 먼저 요격할 기회를 갖는 중첩 요격체제가 필요하다는 설명은 정당하다. 그러나 사드의 요격 범위에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이 제외되는 것은 사드의 치명적인 약점이다. PAC-2나 PAC-3로는 북한 미사일을 잡을 수 없어 사드를 들여온다는 논리와 정면 배치된다. 그래서 사드는 미군기지 보호를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는다. 국방부는 서울은 내년이나 내후년에 도입할 PAC-3로 방어한다지만 휴전선 북방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 1000여 발이 우박처럼 쏟아지면 서울시민의 몇%나 보호받을 수 있을까.

사드 배치로 한·중 관계가 긴장되고 동북아시아에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가 형성돼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에서 벗어날 구멍을 찾을 수 있다는 자명한 사실은 더 말하지 않겠다. 사드 포대의 X밴드 레이더가 중국 미사일 기지의 뒤쪽까지 들여다보는 것을 못 참겠다는 중국의 주장은 정당하지도 않고 과장된 것이다. 중국도 동북 지역에 한반도뿐 아니라 일본의 미군기지까지 커버하는 강력한 레이더망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사드가 미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구축한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될 것이라는 중국의 의혹은 일언지하에 물리칠 수가 없다. 왜 그런가.

유럽~중동~동아시아까지 미국의 21세기 군사전략은 정보통신기술(IT)과 컴퓨터를 활용한 GIG(Global Intelligence Grid·글로벌 정보통신망)를 바탕으로 동맹국과 우방 군대를 통합 운용하는 방식으로 개편되고 있다. 넷센트릭 오퍼레이션(netcentric operations)이라는 것이다. 48개국 군대 9만 명이 참가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주도의 아프가니스탄 국제치안지원군(ISAF)이 전형적인 사례다. 각국 군대는 자체의 군사 정보를 유지하면서도 ISAF라는 연결고리(Interface)를 통해 사이버협력시스템에 편입된 것이다. 지금 알려지고 있는 대로 사드 2.0이 개발되면 내년에 주한미군에 배치될 사드는 퇴물이 될 수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라 사드 2.0은 GIG의 일환으로 미군을 중심으로 MD를 포함한 사이버협력시스템에 편입되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사이버 무기와 시스템 개발에 혈안이 된 중국은 거기까지 내다보고 사드를 경계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은 미사일 시험발사를 계속하면서 정신없이 빈국강병(貧國强兵)의 길을 질주한다. 우리의 선택은 무엇인가. 나토의 '아르멜 독트린(Harmel Doctrine)'에 답이 있다. 1967년 벨기에 외교장관 피에르 아르멜은 나토 외교장관회의에서 나토군 억지력의 강화와 바르샤바조약 회원국과의 데탕트를 병행 추진하자고 제안해 '아르멜 독트린'이라는 이름으로 채택되었다. 거기서 발전된 것이 헬싱키 프로세스요, 유럽 통합이다.

불장난을 즐기는 북한을 우리 기준으로 판단해 전쟁은 '절대' 못 일으킨다는 속단은 위험하다. 남북의 강 대 강 대립은 우발적 충돌을 부를 수 있다. 아르멜 독트린을 벤치마킹한 평화 지향적 분단관리가 필수적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고 네바다 사막의 어디서 원격지휘할 제2의 한국전쟁에서는 우리 모두가 패자가 된다. 새 첨단무기의 실전 실험장을 찾는 미국 군산복합체의 꼭두각시 노릇은 "노 생큐"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