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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에서 무너지는 북한 붕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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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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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대통령으로는 16년 만에 베트남을 방문해 베트남에 대한 미국의 무기 수출 금수조치를 해제했다.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갈등 중인 베트남을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샹그릴라 대화에서 언급한 미국 중심의 안보네트워크에 편입시키는 구체적이고 확실한 조치다. 중국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만큼 중국에 대한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올라간다.

그런 절묘한 시기에 북한 외교담당 정치국위원 이수용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을 만났다. 시진핑이 이수용에게 한 말은 두루뭉수리다. "유관 당사국들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대화와 소통을 강화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바란다." 유관 당사국들에는 한국도 미국도 포함된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말로는 북한에 대한 안보리 제재에 철저히 동참한다면서도 언제 제재의 대열에서 한 걸음 발을 뺄지 모른다.

미국 상무부도 북한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으로 북한을 "주요 자금 세탁 우려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제3국 금융기관의 달러 기반 외환거래까지 막는 조치다. 그건 북한의 최대 교역국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상무부는 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華爲)에 북한 등 제재 대상국과의 거래내역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기술이 들어간 화웨이 제품이 북한에 수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이런 조치를 오바마의 방문과 같은 그릇에 담으면 미국은 중국 압박의 강도를 부쩍 높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럴수록 북한의 몸값이 올라 제재하의 숨통이 조금씩 트인다.

싱가포르에서 지난 5일 열린 연례 샹그릴라 대화에서도 미국과 중국은 격돌했다. 미 국방장관 애슈턴 카터는 동남북 아시아 국가들을 두 나라, 세 나라씩 묶어 "원칙에 기반한 안보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싱가포르로 가는 전용기 안에서 기자들에게 자신은 "원칙에 기반한 안보 네트워크"라는 말을 38번 썼다고 말해 안보 네트워크라는 이름의 중국 포위망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카터는 남중국해에서 국제법이 허락하는 한 군사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살벌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샹그릴라 대화에서 한국에 사드를 배치하는 문제에 관한 발언은 한민구 국방장관이 했다. 한 장관은 한국이 사드 배치의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확실히 말했다. "한국군과 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 방어능력은 종말 하층 단계다. 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방어하는 사드가 배치되면 군사적으로 훨씬 유용하다고 본다."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 쑨젠궈(孫建國)는 남중국해는 중국이 발견해 이름을 붙였고, 1940년 중국 정부가 남중국해에 점선(9단선)을 그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은 중국의 영해라고 주장했다. 그런 뒤 쑨은 사드에 확실한 반대 의견을 밝혔다. "나는 군인이기 때문에 사드 시스템를 잘 안다. 미국이 한반도에 사드를 전개하는 건 그들이 가지고 있는 방어망을 훨씬 능가하는, 필요 이상의 조치다." 남중국해와 사드 문제로 미국과 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태는 한국에 대한 심각한 경고음이다. 첫째, 중국의 대북 제재가 느슨해질 가능성이 커진다. 둘째, 중국이 대한 무역 보복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최악의 경우 중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해 버릴 수도 있다.

왜 사드를 배치해야 하는가. 정부가 설명하는 이유는 이렇다. 지금 한·미군이 가진 미사일 방어능력은 패트리엇 미사일 Pac-2와 Pac-3다. 패트리엇의 고도는 15~20㎞ 정도다. 최고 250㎞의 고도로 날아오는 북한의 스커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것은 종말 하층 단계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고도 40~150㎞인 사드로 중고층 방어체제를 구축해 적 미사일 요격의 기회를 한 번 더 갖추자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북한이 스커드나 노동미사일로 한국을 공격하는 사태를 가상해 보자. 영국 시사잡지 이코노미스트는 북한이 20kt(킬로톤) 핵탄두 두 개만 쏘면 서울에선 42만 명의 사상자가 난다고 분석했다. 휴전선 북쪽에 수도권을 겨냥하여 배치되어 있는 600문 이상의 장사포는 계산에 넣지 않아도 그렇다. 사드를 포기하고 중국으로 하여금 북한을 제재하게 하는 것과, 사드를 배치해 중국의 북한 견제 의지를 꺾고 북한에 핵·미사일로 남한을 공격할 프리핸드를 주는 것 사이의 선택을 더 포괄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전쟁 방지가 최우선이다. 남중국해에서 사드까지, 다시 두 강대국의 파워게임에 휘둘리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북한 붕괴론이 베이징에서 무너지고 있다. 사드 배치는 북한 붕괴론의 붕괴를 더욱 재촉할 수도 있다. 사드에 관한 한민구 장관의 싱가포르 발언은 성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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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5차 아시아안보회의에 참석중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4일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 이 글은 중앙일보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