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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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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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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40일이 되었다. 가계자산의 80% 정도가 부동산인 우리나라에서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4일 국회 교섭단체대표 연설에서 "지대 개혁을 해내야 양극화 해소와 불평등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다"고 하면서 더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였다. 반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직후 당시 바른정당 대표였던 이혜훈 의원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고 하면서 정부를 비판하였다. 자칭 '시장주의자'들이 이 의원과 비슷한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한 번 다루어 볼 만하다.

도둑을 완전히 막을 방법이 없는 현실에서 '도둑을 이기는 경찰은 없다'고 하면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경찰이 손 놓고 가만히 있으라는 뜻은 아니다. 이 의원이 인용한 표현도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지 말라'가 아니라 '정부가 시장을 대체할 수는 없다'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필자도 시장의 역할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시장주의자다. 신체에 비유하자면 정부는 의식적 조절 기능을 가진 대뇌와 같고 시장은 대뇌의 직접적인 영향에서 떨어져 기능하는 자율신경계와 같다. 그렇지만 자율신경계의 작동에 영향을 주는 영양, 위생, 운동, 휴식, 마음 다스리기 등에는 대뇌의 판단과 의지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정부가 시장을 방해해서도 안 되지만 방치해서도 안 된다.

또 이혜훈 의원은 "투기수요라고 억누르기만 해서는 안 된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말 역시 투기를 용인하자는 취지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부동산투기는 부당한 빈부격차를 야기한다. 뿐만 아니라 실수요 외에 투기적 가수요까지 충족시키기 위해 공급을 확대하다보면 공급 과잉으로 이어져 부동산 활황과 불황이 교차하는 소위 '붐-버스트'의 악순환을 야기한다. 그 진폭이 큰 경우에는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불거진다. 경제학자 출신인 이 의원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꿀 냄새를 맡고 몰려드는 개미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꿀을 치우면 되듯이, 부동산투기를 근본적으로 막으려면 토지 불로소득을 없애면 된다. 부동산은 건물과 토지의 합성체이지만 거의 모든 건물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투기 대책에서는 토지 불로소득에만 신경 쓰면 된다.

시장 참가자들이 거래 대상에 대한 완전한 정보를 가지는 완전경쟁시장에서는 투기적 가수요가 발생하지 않는다. 단지 토지를 소유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이익을 얻을 수 없고 토지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를 본다. 그러나 현실 토지시장은 그렇지 않으므로, 정부가 나서서 완전경쟁시장과 같은 결과가 나타나도록 보완할 필요가 있다. 최선의 수단은 (토지의 임대가치 -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를 매년 토지보유세로 징수하는 것이다. 토지소유자는 매입지가에 대한 이자 이상의 소득을 얻을 수 없으므로 투기의 이유가 사라진다. 시장은 정부 덕에 더 잘 작동하고 정부는 시장 덕에 개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

대부분의 세금과는 달리 토지보유세가 시장친화적이라는 사실은 경제학의 상식이다. 교과서에 따르면, 토지는 존재량이 일정하므로 보유세를 부과하더라도 공급이 변하지 않으며 토지소유자가 세금을 전가할 수도 없다. 추미애 더민주당 대표가 19세기 미국의 토지사상가 헨리 조지를 거론하면서 토지보유세 강화를 제안한 것도, 이 세금이 정의로운 동시에 시장친화적임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2008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당선된 이혜훈 의원은 종합부동산세를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었다. 그것도 18대 국회가 시작되는 6월 1일, 이른 새벽부터 기다려서 1호로 접수시켰다. 그래서 이번 8.2 대책 비판에 대해서도 지역구인 강남의 노른자위 서초갑 주민의 표심을 의식한 것은 아닌가라는 의구심이 있다. 이 의원이 의구심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 있다. 추미애 대표처럼 토지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면 된다. 그러면 종부세 반대와 8.2대책 비판이, 시장친화적이고 더 세련된 부동산정책을 추구하는 충정의 표현이었다고 이해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영남일보에도 기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