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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수레 인사청문회 고쳐 쓰기

2017년 06월 19일 14시 42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6월 19일 14시 42분 KST
뉴스1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사청문회는 우리 정치의 낙후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2000년 6월 도입된 이래 17년이나 지났건만 여전히 요란하기만 하지 실속이 없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없애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그러나 대통령이 임명하는 고위 공직 후보자의 국정수행 능력과 도덕성 등을 검증한다는 취지는 좋으므로 제대로 수리해서 재활용하는 방안을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

특히 도덕성 검증에서 실망이 크다. 각 정당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판단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일관성도 없어 자기네 처지가 여당이냐 야당이냐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 문재인 대선 공약에도 나오듯이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법 제정을 통한 인사의 투명화와 시스템화 구현"이 필요하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 등 야권 인사도 법이든 합의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사전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놓고 일정 점수, 예를 들면 80점 이상이면 통과, 60점 미만이면 탈락, 점수가 그 중간이거나 미처 예상하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생기면 구체적인 심사를 진행하는 방식을 도입하면 좋겠다. 아울러, 능력 검증은 공개적으로 하되, 도덕성 검증은 인재를 아끼고 사생활을 보호하는 의미에서 비공개로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또 과거의 잘못을 용서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위 공직자의 도덕 수준은 일반 국민보다 높아야 하겠지만, 사람이 날 때부터 성인군자가 될 수도 없고 나름대로 성실하게 산다고 해도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실수할 수도 있다. 또 오래 전 젊은 시절의 일시적 행위에 대해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도 지나치다. 유능한 인재의 경우 도덕적 원죄를 탕감해줄 수 있는 패자부활전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물론 당사자가 진심으로 뉘우쳐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자기희생을 감수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역대 청문회에서 지적되어온 비리는 위법행위와 위법 아닌 행위로 나눌 수 있는데, 각 경우에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기희생은 어느 수준일까?

먼저, 위법행위는 공소시효 경과 여부에 따라 다를 것이다.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은 비리가 밝혀졌다면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공무원이 될 수 없다고 법에 정해져 있다. 공소시효가 지난 경우에는, 당해 범죄로 재판을 받았다고 할 때 내려질 형량에 상당하는 불이익을 부담한다. 예를 들어 후보자의 과거 비리가 벌금형에 해당된다면 그 액수를 사회에 환원한다. 1년 징역형을 받을 행위라면 1년간 (아래에서 설명할) 병역 면제자처럼 대체복무를 하고 자기 인생의 1년간 평균 소득을 사회에 환원한다. 형량은 법원의 자문을 받으면 된다. 위법행위로 인해 경제적 이익을 얻었다면 그 금액도 당연히 내놓아야 한다.

한편, 위법은 아니지만 국민이 곱게 보지 않는 문제도 있다. 병역 면제와 부동산 투기가 대표적이다. 문재인 공약에는 병역 '기피'를 문제 삼았지만 일반 국민의 눈에는 '면제'도 문제다. 병역 면제자는 대체복무를 해야 한다. 대체복무는 소위 '양심적 병역 거부'와 관련해서도 논의가 되고 있는데, 현역복무와 비교하여 기간과 강도 면에서 뒤지지 않는 내용이어야 한다. 당해 공직에 취임하기 전에 대체복무부터 하면 좋겠지만 적어도 퇴임 후에 반드시 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 병역을 면제받은 자녀에 대해서도 유사한 대체복무를 시킨다. 또 현역 복무를 하지 않음으로써 얻은 가외소득이 있으면 역시 사회에 환원한다.

부동산 투기의 경우에는 투기이익을 확실하게 포기해야 한다. 과거에 본인과 가족이 부동산을 통해 얻는 불로소득은 사회에 환원한다. 현재 본인과 가족이 소유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실수요 부분을 제외한 부동산은 백지신탁하고 퇴임 후에 취득가격과 그 이자만 돌려받는다. 부동산 백지신탁제는 공직을 재산 증식에 활용할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주식에 대해서는 백지신탁제를 이미 실시하고 있다.

각 정당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볼썽사나운 광경을 되풀이하지 말고 이 기회에 인사검증 기준을 확실하게 마련하기 바란다. 그 필요성에 다들 공감한다는 점에서 '협치'의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다.

* 이 글은 〈영남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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