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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스트림의 정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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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필자는 비몽사몽간에 '메인스트림 정치 전략실'이라는 곳에 들렀는데 거기서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전합니다. '메인스트림'이란 사회의 지배계층과 그 동조 세력을 의미합니다. 흔히 '보수'라고도 부르지만, 자유를 중시하고 시장경제를 신봉하는 본래 의미의 보수와는 다릅니다.]

이번 대선 판도는 어느 때보다 우리 즉 메인스트림 쪽에 불리하지만, 장기적으로 꼭 비관만할 상황은 아니다. 전통적 지지층이 쉽사리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우리를 지지하는 계층에는 사회경제적 약자도 많은데 이들이 왜 강자인 우리에게 표를 주는지 궁금하다는 사람들이 있지만 그 답은 간단하다.

선거에서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정하는 기준은 대체로 세 가지다. 이성, 이해관계, 그리고 감정이다. 이성은 당연히 우리에게 불리하다. 이성적으로 판단한다면, 강자에게 권력이 쏠릴 경우 정의가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이해관계는 우리에게 더 불리하다. 손익을 따지는 약자라면, 강자에게 힘을 실어줄 경우 약자가 더 손해라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그러나 감정은 우리의 보물창고다. 합리적인 이유도 없이 무조건 우리를 지지해주기 때문이다. 그럴 바에야 돈 들여서 선거를 할 필요가 없고 추첨으로 당선자를 정해도 그보다는 낫겠다는 사람도 있지만, 아무튼 감정의 영향이 가장 큰 현실에서는 우리의 전략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

후보의 공약이나 자질에 대한 검증은 뒤로 미루고 감정을 자극하면 된다. 지금까지는 지역감정을 잘 써먹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의 출신지역으로 볼 때 약효가 별로 없을 것 같다. 그래서 감정을 자극하는 쟁점을 부각시키려고 한다. 좋은 소재는 안보다. 안보는 나라와 개인의 생사가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그만큼 불안감을 자극하기 쉽다. 안보에는 대결을 전제하고 강력한 군비로 상대를 제압하는 강경안보도 있고, 긴장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외교를 중시하는 유연안보가 있다. 우리는 둘 다 일리가 있는 줄 알고 있지만, 득표를 위해서는 불안감을 자극하면서 유연안보를 '종북'으로 몰아가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런 '안보 장사'는 과거에 비해 재미가 많이 줄어들어 안타깝지만 요즘 보듯이 때맞춰 북한, 미국, 중국이 일제히 장단을 맞춰주면 또 모른다.

약자가 우리에게 동조하는 중요한 이유가 또 하나 있다. 약자가 생존하려면 강자가 형성한 질서에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처음에는 마음이 찜찜할 수도 있지만 점차 기성 질서와 자신의 처세를 합리화하게 된다. 또 우리는 끊임없이 '교육'의 이름으로 질서와 애국을 강조하여 세뇌를 촉진한다. 그러다보면 자기네와 우리를 동일시하기도 하고 자신에게 손해인 정책마저도 지지하게 된다. 쉽게 말해서 선거를 스포츠 응원처럼 만들면 된다.

그러나 아무리 해도 이번 대선의 판도는 뒤집기가 어려워 보인다. 그래서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벼르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게는 안 될 것이다. 유력후보라고 해도 득표 경쟁을 벌이다보면 불안감도 생기고 돈, 언론, 조직 등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럴 때 막강한 선거자원을 가진 우리가 신호를 보내서 은밀하게 손을 잡아놓으면 된다. 추운 겨우내 뜨겁게 타올랐던 촛불의 열기도 정치권이라는 프리즘을 통과하면서 온도가 내려가거나 슬며시 식도록 관리해나갈 수 있다.

아무튼 우리는 다음 총선에서라도 힘을 되찾아야 한다. 1등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는 큰 정당과 사회경제적 강자에게 유리하다. 반면 정당별 지지율과 국회의원 수를 연동시키는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다양한 지향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할 수 있게 되어 상황이 달라진다. 여/야라는 단순 구도가 깨지면서 흑백논리가 힘을 잃는다. 이성과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을 선택하는 유권자가 늘어나고 우리가 즐겨 써온 감정 전략의 힘이 줄어든다. 정당 설립의 문턱까지 낮아진다면 더 큰일이다. 현행 국회의원선거법과 정당법을 사수하는 게 대선 후 최우선 과제다.

* 이 글은 영남일보에도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