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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人터뷰] '부산행'의 감독 연상호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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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라는 이름을 부지런히 쫓아온 이들에게도, 연상호라는 이름 자체가 생소한 이들에게도, <부산행>의 감독 연상호란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름이었을 것이다. 국내에서 보기 드문 애니메이션 장르의 대가로 꼽히는 감독이자 사회파 작가로도 분류되는 연상호의 <부산행>은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보기 드물게 대중적인 오락물이면서도 쉽게 접하기 힘들었던 좀비를 위시한 한국형 장르물이자 한국사회를 정통으로 가로지르는 문제작이기도 하다. 그리고 개봉 첫 주말에 이미 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흥행작으로 단숨에 내달린 시점에서 연상호 감독을 만났고, 그를 만난 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벌써 800만 명의 관객이 <부산행>을 봤다는 소식을 접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있다. 첫 실사영화로, 어쩌면 올해 가장 뜨겁게 기억될지도 모를 작품을 만든 연상호 감독에게선 그 열기와는 거리가 있는 차분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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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연출한 실사영화가 100억이 넘는 블록버스터 영화인데 개봉 첫 주에만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전작들을 꾸준히 봐온 입장에선 벼락부자를 보는 느낌이다. (웃음)
- 아무래도 의아하게 생각한 분들이 많았을 거다. <부산행>을 연출한다는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때엔 독립 애니메이션 감독에게 이런 대작을 맡겨도 되냐는 의견도 있었던 걸로 안다. 심지어 기존에 내 작품을 좋아했던 관계자 분들도 그런 얘기를 했다니까.

구체적으로 제안을 받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 투자배급사인 '뉴(New)'에서 <사이비>를 제작했는데 뉴의 장경익 대표가 <사이비>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실사영화 연출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100억대 예산의 영화를 맡길 수도 있다고. 그 당시엔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싶기도 했고, 솔직히 나름대로 애니메이션 작업에 만족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제안이 크게 당기진 않았다. 어쨌든 그때 워낙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인지 정작 <부산행>에 들어가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실사영화 연출 제안을 받은 건 그때가 처음이었나?
- 그전에도 시나리오를 보여주면서 실사영화를 연출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긴 했지만 마음에 드는 시나리오가 없었다. 그래서 좋은 시나리오가 들어오지 않는 이상 실사영화를 할 일은 없겠구나 생각했다.

아무래도 애니메이션 연출과는 다른 일인데, 두렵진 않았나?
- 사실 애니메이션 연출과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사실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이 제작되는 경우가 드물고, 산업도 체계화돼 있지 않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게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서 즐기며 작업해왔다. 하지만 <부산행>을 만들면서 느낀 건 역시 실사영화 제작 체계가 잘 잡혀있다는 것이다. 애니메이션보단 확실히 편했다. 프로들이 모여 있고, 분업화도 잘돼있고. 애니메이션은 산업 자체가 구체적이지 않아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 수밖에 없다.

애니메이션을 만들 땐 혼자서 다양한 영역을 도맡아야 했던 걸로 안다.
- 아무래도 예산이 없으니까. (웃음)

그런 면에서 다양한 스태프와 상의하며 협업해 나가는 과정이 중요했을 텐데, 낯설진 않았을까?
- 어차피 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옛날에 외주 일을 많이 해봐서 스태프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지점을 잘 안다. 감독의 방향성이 없으면 정말 피곤하다. 이렇게 했다가, 저렇게 했다가, 덕분에 다들 죽어나가는 거지. (웃음) 그런 걸 아는 덕분인지 스태프들과 소통하는 건 편했다.

KTX의 홍보효과가 상당할 것 같은데 코레일로부터 도움을 받진 않았나?
- 사실 KTX 설계도를 받고 싶었는데 관련 보안이 철저했다. 그래서 받지 못했다. KTX 열차칸을 똑같이 구현하는 게 정말 힘들었다. 미술팀이 KTX를 타고 다니면서 일일이 열차칸의 치수를 쟀다. KTX 열차의 의자와 비슷한 의자를 구하기 위해 발품도 많이 팔았다. 폐차된 무궁화호 한 칸 정도의 의자를 수거해 와서 천갈이를 하는 식이었다. 스크린으로 봤을 땐 크게 티가 나지 않았겠지만 실물에선 차이가 많았다. 예를 들면 KTX는 선반을 앞으로 펼 수 있는데 우리 세트에선 불가능했다. 실제로 KTX에서 쓰는 의자가 아니라서 선반은 형태만 흉내 낸 모형이었으니까. 정말 미술팀에서 고생이 많았다. 순제작비가 80억 정도이니 큰 예산이지만 마냥 넉넉한 예산은 아니었다. 어떤 면에서 <부산행>을 이 정도 예산으로 찍었다는 건 효율적인 결과라고 생각한다.

비좁은 공간에서 2시간 여의 이야기를 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있었을 거 같다.
- 아무래도 기차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펼쳐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그런 고민이 더욱 절실했는데 촬영감독님과 미술팀이 잘 해결해 줬다. 보통 현장에선 '덴깡'이라고 하는, 세트를 분리하거나 연장하는 작업이 용이하게 이뤄졌고,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영화적으로 다양한 앵글을 구현했다.

공간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편집의 리듬감도 중요했을 것 같다.
-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어느 정도 리듬감을 설계했고, 그렇게 설계된 리듬에 맞춰 촬영과 편집을 감행했다. 사실 후반 편집보단 현장 편집에 많은 공을 들였는데 현장에서 촬영본을 바로 확인하면서 호흡이 떨어지는 신을 수정하고, 경우에 따라 신을 날리기도 했다.

현장편집을 치열하게 가져간 이유는?
- 아무래도 영화가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제일 빠르게 확인하려면 그때마다 완성된 신을 확인하는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면에선 현장편집본을 디테일하게 확인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현장편집본과 최종편집본의 분량 차이가 별로 없을 정도였다. 한 3~4분 정도?

최종 편집은 편했겠다.
- 거의 이틀 정도? 별로 할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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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장르영화에선 다이내믹한 감상을 주기 위해 핸드헬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부산행>에선 핸드헬드가 거의 없더라.
- 맞다. <부산행>에선 인물의 동선이나 공간감에 집중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핸드헬드를 쓰면 공간감이 깨진다고 느꼈다. 열차칸이란 게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인물의 동선에 몰입하고 점진적인 긴장감이 조성되려면 그런 공간감이 무너져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KTX 의자는 칸마다 절반씩 마주보는 구조라 의자의 방향만으론 머리칸으로 가는 건지, 꼬리칸으로 가는 건지, 동선이 명확하게 파악되질 않는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단순한 합을 맞춰서 정보를 명확히 주고자 했다. 편집의 컷 수도 최대한 줄이고.

사실 애니메이션에선 핸드헬드를 활용하지 않기 때문에 실사에서도 그런 특성이 이어진 것인가 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애니메이션으로 구현할 수 있는 앵글에 비해 실사영화에서 포착할 수 있는 앵글이 제한적이라 느끼진 않았을까?
- 사실 실사영화에서 쉽게 구현할 수 있는 앵글이 오히려 애니메이션에선 구현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부산행> 이전에 제작했던 애니메이션들은 콘티 단계에서 모두 3D로 모델링을 해서 앵글을 만들었다. 가상공간에 카메라를 두고 다양한 렌즈를 활용해서 앵글을 정한다. 카메라가 들어갈 수 없는 자리에선 벽을 무시하고 조금 넓게 빼는 정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거의 실사와 비슷했다. 그런 면에선 오히려 실사영화가 더 편했다. 그냥 바로 들어가면 되니까.

석우(공유)와 수안(김수안)을 제외한 캐릭터 대부분은 KTX에 탑승하기 전에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사람인지, 거의 알 길이 없다.
-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부산행>은 '좀비가 탄 열차'라는 강력한 설정으로 끝까지 달려가는 영화였기에 캐릭터의 전사에 집착하는 순간 영화가 너무 늘어지고, 몰입도가 떨어질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설명이 필요 없는 전형적인 캐릭터들로 영화를 채웠고, 장르의 특성을 납득시키기 위한 작업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그래서 결국 액션 중심의 영화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반대로 <돼지의 왕>과 <사이비>에서는 세계관보단 캐릭터를 납득시킬 필요성이 강했기 때문에 캐릭터에 할애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도 상화(마동석)의 정체는 정말 궁금하다. 대체 뭐 하는 사람일까?
- 글쎄, 농담 삼아 전직 깡패나 전직 격투기 선수인데 지금은 동대문에서 옷을 파는 일을 하는 사람이란 식으로 얘기한 적은 있었다. (웃음)

애니메이션에선 작가가 완전히 캐릭터를 창조하지만 실사영화에서는 배우와의 소통을 통해 캐릭터를 조율하는 과정이 요구된다.
-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완벽한 캐릭터다. 그러니까 어느 날 <사이비>의 민철이가 양복을 입고 나타나서 '저는 민철 역할을 하는' 이럴 리는 없지 않나. (웃음) 그런데 영화에선 유명한 배우가 등장하고, 그 배우를 어떤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일종의 합의다. 저 배우를 알지만 다른 캐릭터로 생각하겠다는 합의. 그래서 배우의 이미지를 그대로 끌어와 캐릭터에 응용하거나 정반대로 역전시킬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의도가 스토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마동석 선배 같은 경우가 그런 케이스다. 마동석이란 배우가 가진 본래의 이미지가 어떤 스토리를 만들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지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자 했다. 공유도, 안소희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부산행> 시나리오는 기존에 써온 시나리오보단 배우들이 편하게 느낄 수 있는 뉘앙스를 고려하며 썼다. 그런 면에서 영화 산업이나 영화 미학을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

석우와 용석(김의성)은 극 초반만 해도 이기적인 캐릭터로 그려지지만 끝내 다른 선택을 한다. 그런 면에서 두 캐릭터의 변화와 대립 자체가 일종의 메시지처럼 읽힌다.
- 사실 석우와 용석은 한 사람의 캐릭터라 봐도 무방하다. 석우와 용석의 초반 설정을 바꿔보자. 석우가 혼자 부산으로 출장을 가고, 용석이 딸과 함께 기차를 탔다면 용석이 석우처럼 변하지 않았을까. 결국 비슷한 캐릭터가 우연한 계기로 인해 선악으로 갈릴 수 있다고 느끼길 바랬다. 실제로 재난이 닥쳤을 때 이기적으로 변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타적으로 변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그건 본성이 그래서라기 보단 그 짧은 상황에서 겪게 된 우연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물을 변화시키는 대단한 계기처럼 보일 만한 사연을 넣고 싶지 않았다. 결국 석우도, 용석도 은근히 변해간다. 물론 배우들의 이미지 때문에 누가 선하고, 악할지는 예상 가능한 부분이 있지만.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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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에서 가장 끔찍한 역할을 하는 건 결국 좀비보다 사람들이다. 좀비에게 고립된 일행을 구해 생존자들과 합류한 이들을 감염자로 몰고 윽박지르는 사람들로부터 약자의 치졸함 같은 것이 드러난다. <돼지의 왕>이나 <사이비> 같은 작품과 일관성 있는 주제의식을 이어가는 신이기도 한데, 결국 가장 '연상호다운 장면'이기도 하다.
- 그런 점을 잘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시나리오 개발 중에 용석이한테 권총이라도 하나 쥐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나왔다. 그렇지 않고서 저렇게 많은 사람이 용석에게 동조하는 게 말이 되냐고. 그런데 나는 용석이가 권총을 갖지 않고도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에게서 악마성 같은 기질이 관성처럼 터져 나오는 순간들이 있는데 그런 관성을 보여주고 싶었다. 후반부에서 느껴지는 처연함도 거기서부터 출발하는 감정이라 생각했고. 방금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 윽박을 지르는 보통 사람들이란 우리가 평소에 인간적이라 생각하는 모습이 아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그런 순간이 피해자나 피해자의 가족들 입장에선 굉장히 슬프게 다가올 거라 생각했다.

권총 얘기가 나왔는데 사실 용석 자체가 권총이다. 그가 장전하면 사람들이 죽어나가니까. 그리고 그렇게 가혹하게 캐릭터를 죽일 수 있는 단호함이란 결국 감독의 의지일 테고. 결국 방아쇠를 당기는 건 감독 본인이란 말인데 그런 면에서 이렇게 많은 인물을 주저하지 않고 죽이다니, 정말 가혹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웃음)
- 블라인드 시사회를 비롯한 여타의 시사회에서의 설문조사나 감상평을 보고 재미있게 느꼈던 부분이 있다. 용석이로 인해 여러 사람이 죽게 되는데 사람들이 그 숱한 죽음에서 가장 큰 충격을 느끼는 건 10대 커플인 영국(최우식)과 진희(안소희)의 죽음이었다. 개인적으로 그런 감상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10대 커플은 장난스럽고 철없게 보인다. 예를 들면 둘이 울면서 통화하는 장면에선 슬퍼 보인다기 보단 장난스럽게 보일 정도로 철부지 애들이란 거다. 사실 용석이 승무원인 기철(장혁진)의 등을 떠밀 때에는 관객들이 큰 충격을 받지 않는다. 그런데 영화를 보는 내내 우습게 생각했던 아이들이 쓰레기처럼 버려졌을 때 사람들은 큰 충격을 받더라. 어떻게 보면 관객들이 방심한 탓이라 생각한다. 그렇게 되진 않을 거라 생각했던 애들이 생각지도 못한 폭력에 내몰렸을 때 느껴지는 충격 같은 거랄까. 그때는 용석이란 인물이 끝까지 갔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기도 한데 그 이후부터는 그가 어떤 짓을 저질러도 이상하지 않게 느껴진다. 그런 측면에선 배우들의 연기가 괜찮았다. (김)의성 선배나 소희나 우식이나.

사실 10대 커플의 죽음은 예상치 못한 순간이란 점에서 충격적이기도 한데, 용석의 비열함을 보여주기 위한 도구적인 죽음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낭비적으로 느껴지는 죽음이기도 하다.
- 결국 관객이 예상치 못한 순간이 돼서 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있길 바랐다. 철없고 한심해 보이는 어린 세대들이 내가 속한 세대에게 가혹하게 짓밟히는 꼴을 봤을 때의 참담함을 느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다.

어떤 의미에선 그만큼 애정이 있기 때문에 죽인 셈이랄까. 아이러니하다. (웃음)
- 아무래도 영화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었던 게 있었으니까. (웃음)

석우의 죽음은 그의 원죄를 생각한다면 명분이 있다. 다만 주인공을 죽인다는 점에서 망설임은 없었을까?
- 석우를 죽이는 건 시작부터 정해져 있던 거라. (웃음) 사실 용석과 석우는 그 세대를 책임지는 인물이란 점에서 이미 어떤 식으로든 운명이 정해져 있었다. 공멸 혹은 자멸하는 운명이랄까. 다만 그 과정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사람들이 등장하는 거고.

그래도 캐릭터들마다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낸다는 점에선 허투루 동원된 느낌은 아니다.
- 감독의 입으로 이런 얘길 하긴 조금 민망할 순 있지만 <부산행>에는 일종의 논리가 있었다. 보통 아포칼립스 영화들은 세대론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산행> 역시 캐릭터의 세대를 어떻게 설계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이데올로기가 느껴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유일하게 두 노인 여성을 상반된 이데올로기의 상징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그 분들의 시대 자체가 이데올로기의 시대였으니까. 그 다음 세대는 성장 중심의 사회에서 자랐으니 석우와 용석 같은 캐릭터가 떠올랐고, 그 다음 세대인 10대는 일종의 희생양 노릇을 하게 된다. 그리고 수안이나 성경(정유미)이 임신한 아이는 다음 세대에 대한 희망일 수도 있지만 나는 우리가 쥐어야 할 당위에 더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끔 인터뷰에서 마지막에 둘 다 쏴죽이는 게 연상호다운 거 아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었는데 그 정도의 당위는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당위가 뻔하게 느껴지는 사람도 있지만 당위는 항상 뻔한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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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에 수안이가 부르는 '알로하 오에(Aloha Oe)'라는 노래는 이별과 재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을까?
- 마지막에 어떤 노래를 불러야 할까 고민했는데 <송곳> 작가인 만화가 최규석으로부터 추천을 받았다. 일단 가사 자체가 감성적이고 비하인드 스토리가 괜찮았다. 원곡이 하와이 왕조가 무너졌을 때 마지막 여왕이 만든 민요라는데 그런 사연이 마음에 들었다. <부산행>이란 아포칼립스 영화를 개인의 감정에 실어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획 의도와도 맞아떨어졌다. 한 나라가 망해갈 때 재회를 약속하는 노래라는 점에서 종말론적인 상황을 다루는 이 영화의 엔딩톤과 어울리게 들렸다.

수안이가 아빠 앞에서 부르고 싶었던 노래를 결국 아빠가 죽으니까 부르게 된다는 점에서 페이소스가 형성된다.
- 개인적으로 엔딩 크레딧이 나오기 직전에 클로즈업된 수안의 표정이 힘있고 단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엉엉 우는 게 아니라 씩씩하게 노래를 끝까지 부르고 힘있는 표정을 보여주길 바랬다.

유사 좀비를 다룬 장르물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았는데 좀비에게 물린 부위에 따라 좀비가 되는 시간차가 있더라. 목을 물린 사람이 팔이나 다리를 물린 사람보단 확실히 빨리 변한다.
- 그래서 주인공은 절대 목을 물리지 않는다. (웃음)

하지만 주인공에겐 우대 쿠폰을 준 느낌도 든다. 특히 석우는 인저리 타임이 긴 느낌이기도 하고. (웃음)
- 그런데 석우는 고속촬영 부분이라 길게 느껴지는 거다. 실제론 되게 짧은 시간이다. (웃음)

사실 좀비는 나올 만큼 나와서 좀비를 묘사할 때 어떤 시도를 해도 참신하다는 말을 듣기란 어렵다. 그런 면에서 <부산행>은 차별적인 좀비를 보여주겠다는 야심보단 일반적인 좀비를 충실하게 묘사하고 합리적으로 활용하는 인상이다.
- 사실 요새는 별의별 좀비가 다 나오지 않았나. 생각하는 좀비도 있고, 뱀파이어와 좀비가 더해진 타입까지 나왔는데 나는 좀비물이 너무 많이 변형되는 게 싫었다. 그래서 되레 클래식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조지 로메로가 만든 좀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단순한 좀비 말이다. 물론 뛰느냐, 걷느냐, 라는 이슈가 있기도 했는데 뛰는 좀비도 이미 익숙한 편이다. 대신 어두울 때 앞이 잘 안 보인다는 설정은 아마 <부산행>을 통해 처음 가미된 부분일 거다.

구제역 사태를 언급하는 오프닝 시퀀스나 근래의 시위 진압 장면을 떠올리게 만드는 방송 장면 등이 요즘 세태와 직결된 느낌을 준다. 심지어 벨소리로 들려지는 '오 필승 코리아'도 예사롭지 않게 느껴지는데 아무래도 리얼리티를 위한 의도적 장치처럼 느껴진다.
- 아무래도 낯선 소재를 다루기 때문에 관객이 느끼는 진짜 사회와 영화 속의 사회가 다르다고 느끼면 몰입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재미있게 느낄 수 있는 뉘앙스를 뿌린 셈인데 생각보다 그런 부분을 크게 받아들이는 분들이 많았다. 아마 그런 인상이 영화의 흥행에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닐까 싶다.

오는 8월 18일엔 <부산행>의 프리퀄인 애니메이션 <서울역>이 개봉한다. <서울역>에서 목소리 연기로 참여한 심은경 씨가 <부산행>의 첫 번째 좀비로 등장하는데 이걸 복선이라고 봐도 될까?
- 연결고리라고 생각한다면 그렇게 잘 연결된다고 느끼긴 어려울 거다. 하지만 별개의 캐릭터라고 여기기엔 비슷한 점도 많을 거다.

미끼를 던지는 건가.
그렇다. (웃음)

<서울역>은 본래의 장기인 애니메이션인데 <부산행>이 흥행한 만큼 <서울역>으로 연상호의 애니메이션을 처음 접하는 관객이 많아질 수도 있다.
- 아무래도 15세 관람가가 나오기도 했으니까. 조금 기대는 되지만 아직 개봉일자가 많이 남아서 특별히 별다른 기분이 들진 않는다. 다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미리 상영하는 게 좋은 선택인지 모르겠다.

이유는?
- 스포일러라고 여겨질 만한 요소가 굉장히 세다. 사실 <부산행>은 스포일러가 그렇게 큰 영향을 끼치는 영화라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역>은 <식스센스>처럼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 란 식으로 말해 버리면 김이 샐 수도 있는 작품이라 이게 독이 될지, 득이 될지 잘 모르겠다. 사실 올해 프랑스 안시 국제애니메이션 페스티벌에 초청작으로 상영된 적이 있었는데 이동화 PD가 상영관에 가서 반응을 봤는데 관객들이 경악한다고 하더라. 나도 영화제 폐막식에 가서 반응을 보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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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장성용
<모닝 캄>을 비롯한 다양한 매거진에서 풍경과 인물 사진을 찍어 왔고, 현재는 색다른 콘셉트의 베이비 스튜디오 그린비(http://www.studiogreenbee.com)를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_민용준
영화웹진 '무비스트'에서 영화기자로 밥벌이를 시작하며 'beyond'와 'ELLE KOREA' 에디터로 잡지를 만들고 기사를 쓰고 다양한 취재원을 만나 인터뷰를 해왔습니다. 주로 영화에 참견하고, 대중문화와 갖은 이슈에 종종 말과 글을 보탭니다. 한량의 삶을 추구하며 끊임 없이 놀고 먹으며 즐길 수 있는 노하우를 탐색해 왔으나 이번 생은 망했다는 결론을 얻고 나름대로 게으르게 살아남는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