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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러 부작용을 피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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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러 매체에서 필러시술로 인한 부작용 - 그 중에서도 실명이나 괴사 같은 심각한 - 에 대해서 보도했다. 지난 6월, 한국망막학회가 지난 6월 미국의학협회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그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그 논문은 여태까지 우리나라에서 필러 시술로 인한 실명사례 44건에 대한 내용이다. 논문 url)

그리고 이번에 새정치민주연합 최동익 의원이 식약처 대상 국정감사에서 발언을 하면서 이슈가 되었다.
일부 보도내용을 보면, 마치 눈가나 미간에 주입해도 되는 필러가 따로 있고, 주입하면 안 되는(금지된) 필러가 있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는 틀린 내용이다.

결론을 먼저 말하면, 식약처(KFDA)에서 미간에 사용해도 된다고 허가를 받았다 하더라도, 시술을 잘 못 하면 실명될 수 있다. 반대로, 미간 주입을 목적으로 허가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시술을 잘 하면 문제가 안 생긴다.


필러로 인한 실명의 메커니즘

얼굴에는 수많은 혈관이 있다. 혈관은 강처럼 흐름이 있다.
그 중 눈으로 가는 혈관을 막으면, 혈액순환이 안 되어 제기능을 못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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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대 옆에서 올라오는 혈관이 Angular artery라고 하며, 눈썹 위로 올라가는 혈관들이 각각 Supratrochlear a., Supraorbital a.이다.

Supratrochlear a.는 미간주름과 가깝고, Angluar a.는 팔자주름에서 시작해서 코뿌리 정도까지 연결된다.
필러가 이 혈관들에 직접 주입되면서 혈관이 막히거나, 많은 양의 필러가 혈관 주변에서 압박을 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혈관들은 눈으로 가는 혈관들과 이어져 있는데, 따라서 이 혈관들이 막히면 눈으로 가는 혈류에 문제가 생기고, 심하게는 실명에 이르는 것이다. 그래서 실명 사례는 미간, 코뿌리, 팔자주름 주변에 대한 시술에서 나타난다. 오히려 눈과 가까운 애굣살, 눈밑고랑 등은 상관이 없다.

이는 필러종류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다. 어떤 종류의 입자라도 혈관에 주입하면 문제가 된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유럽 등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참으로 무섭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인 점은 의사들이 진작에 이런 부작용에 대해서 경각심을 가지고 그 예방과 처치에 대한 많은 연구를 했다는 점이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기본적인 시술 가이드라인은 다음과 같다.

1.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필러시술은 젤리 같은 입자를 피부 속으로 넣는 것이다. 그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대체로) 많이 넣게 되면 혈관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팔자주름이나 미간주름이 심한 경우에는 한 번에 완전히 채운다고 하기보다는 적정한 정도로 시술하는 것이 좋고, 부족한 부분은 경과를 보고 보충한다고 생각하는 게 안전하다. 90%의 사고는 한 번에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려고 시술했을 때 생겼다고 본다.

2. 캐뉼라의 적절한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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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 있는 것이 캐뉼라이며, 오른쪽에 있는 것이 바늘(needle)이다. 두 가지는 끝이 뭉툭하고, 뾰족한 차이가 있다. 캐뉼라는 뾰족하지 않기 때문에 혈관이나 내부조직을 손상시킬 우려가 매우 적다. 물론 니들로 시술을 안전하게 잘 할 수도 있고, 캐뉼라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3. 시술받는 사람의 증상을 잘 캐치하고 재빠르게 대응할 것

필러로 인한 부작용 - 특히 실명 - 등은 시술받으면서 전조증상이 생길 수 있다. 시술부위가 갑자기 하얘지거나, 두통, 갑작스런 통증, 구역 등을 호소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당장 시술을 중단하고 녹여야 한다. '괜찮아요, 참으세요'하고 진행하면 안 된다. 요즘은 대학병원에서 필러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 응급처치도 잘 이루어지는 편이다.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 시술받는 이의 역할도 중요하다.

1. 시술은 컨디션이 좋을 때 받아야 한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컨디션이 안 좋을 때 시술을 받으면 통증이 심할 수 있고, 멍이나 붓기가 더 잘 생긴다.

2. 피해야 할 약물

아스피린, 항우울제, 이뇨제(비만약으로도 많이 처방합니다.) 피임약 등 복용시 출혈이 더 심할 수 있다.
건강식품으로 복용하는 소팔메토, 은행나무추출물, 인삼 등도 혈액응고시간을 느리게 하여 출혈을 더 심하게 할 수 있다.


2. 억지로 참지 말자

시술 도중 느껴지는 통증 및 이상한 감각은 억지로 참지 말고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 정상적인 느낌도 있지만, 만에 하나 비정상적인 증상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시술 후 이상한 느낌이 있으면 바로 시술받은 병원에 연락하자

어떤 시술이든지 마찬가지지만, 이상한 느낌이 있으면 바로 연락을 하거나 방문하시는 게 좋다. 괴사 혹은 염증 등의 부작용은 조기에 처치하면 예방할 수 있다.


미국 FDA에서도 필러의 미용목적 시술에 대해서는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이는 학계의 전문가들이 권고목적으로 만든 것이다.(규제가 아니다) 미용목적의 오프라벨 시술은 의사의 재량이다.

매체의 보도를 보면, 모든 문제의 원인과 대책을 정부의 규제로 몰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 문제의 원인은 식약처에서 규제를 안 해서 그런 게 아니다. 그러므로, 식약처에서 규제한다고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물론 부작용을 줄이고자 하는 취지에는 동감한다.

하지만 국정감사나 보도내용을 보면 현장에서 직접 환자를 대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도외시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원인 분석과 대책에 많은 허점이 있다.

필자만 해도 1년에 수천건의 필러시술을 한다. 필자 같은 의사들이 수천명이라고 보면, 연간 필러시술 건수는 수백만건에 달할 것이다. 매 시술마다 최대한 집중하고, 문제가 생기지 않고, 시술이 잘 될 수 있도록 노력한다. 문제가 생기면 그것은 시술자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슈에 대해서는 탁상공론과 규제를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보다 현장과 학계의 전문가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국회의원이나 식약처 공무원들이 시술하는 것도 아니고, 문제가 생길 때 책임지는 것도 아니며, 치료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자정노력을 꾸준히 해야 한다. 매출을 목적으로 지나치게 미용시술을 권하거나, 미용시술을 만만하고 쉽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목적이 어떻든 사람의 몸과 마음을 대하는 일이기에 사명을 가지고 신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