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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사업 접겠다는 기업가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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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의 여파가 만만치 않습니다. 기업가와 자영업자들이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보수 언론은 우리 전통 기업의 대표격인 두 섬유업체의 예나 그 회사 오너의 입을 빌려 맹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전방과 경방이라는 두 회사 사례가 최저임금 인상 반대의 논거로 쓰일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두 오너의 눈물이 혹여 악어의 눈물은 아닌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초대기업이나 초고소득자 증세 등 현 정부의 소득이나 분배를 통한 성장 정책을 타격하기 위해 피해자 놀음을 과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됩니다.

저는 정확히 말하자면, 자영업과 중소기업의 중간 어디쯤에 있는 외식업을 하고 있는 사업가입니다. 최저 임금 인상의 득실을 당장 숫자로만 따져보면 직격탄을 맞는 대상입니다. 게다가 영세 자영업자들처럼 추가 부담을 정부 지원으로 벌충할 수도 없습니다. 3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니까요. 온전히 원가 상승과 이익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사업을 접을 생각이 없습니다. 사업 의욕이 꺾이지도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 조치를 수용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10여년 가까이 악화일로를 걷던 국내 소비가 약간이나 늘지 않을까 기대가 생기기까지 했습니다. 적어도 소비 둔화 추세에 다소나마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2년 전 15달러 나우(15%NOW)운동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애틀에(2017년까지 최저 임금을 15$로 올리자는 시민운동) 들른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만난 푸드트럭 운영자들은, 반대로 일관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찬성론이 우세했습니다. 젊은 세대의 소득이 늘면 자신들의 수입도 늘 것이란 예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곳뿐만 아니라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 등 시애틀의 예를 따르는 도시 대부분이 그런 기대를 현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운영하는 외식업체들 대부분도 고비용 저수익 구조라 젊은이들이 언제나 맘 편히 이용할 수만은 없습니다.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대학생들은 가끔 비싸다는 불평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음식과 서비스의 질을 유지하려면 더 이상 저가를 고집할 수도 없습니다. 소득이 조금이나마 늘어 젊은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늘기를 바랄 뿐입니다. 어느 세월에 얼마나 소비가 늘겠느냐는 자조론이 있다는 것도 잘 압니다. 적어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낫습니다. 말라버린 우물 펌프에 조금이라도 마중물을 부어보는 것, 굳어버린 다리 반사신경에 나무 망치를 대보는 것이 무기력하게 앉아 있는 것보다 좋습니다. 당장 소득과 소비, 성장 증가의 선순환이 시작되지야 않겠지만, 한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저로서도 2020년 최저 시급 1만원이라는 제약요인에 맞게 경영관리 계획을 짜야 합니다. 그러자면 단순히 가격을 올려 고객을 잃을 것이 아니라, 부단한 혁신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고객을 늘려나가야 합니다.

전방이나 경방이라는 회사는 몇 년 전에 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해놓고 있었고, 경영 상황도 진작부터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이를 두고 이번 최저 임금 인상과 결부짓는 것이 논란거리입니다. 저는 오너들의 태도에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불만은 한마디로 인건비 상승으로 사업을 못해먹겠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간 '인건비 따먹기'식 사업을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 그러고 싶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이런 식의 사업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국제 분업의 원리나 경쟁 우위를 들먹이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입니다. 외환위기 이후 이는 중소기업들 사이에서도 상식으로 통합니다. 인건비가 올라 섬유산업에서 손 떼야겠다면 이탈리아나 스페인, 일본은 아예 이 분야에 기웃거리지도 말아야 할 겁니다.

고부가가치의 패션산업으로 발전시키지 못한 자신의 혁신 부재를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계와 시민운동계 최저임금 인상 요구 탓으로 돌려서는 안됩니다. 평소에는 맹렬하게 경제 원리를 들먹이는 보수 언론도 최저 임금 인상을 경제 위기의 주범으로 몰고 가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합니다. 차라리 약자를 위하는 이번 정부가 자신들과 같은 기득권의 눈에 거슬린다고 이실직고 하십시오.

글 | 이여영 (주)월향 대표 yiyoyo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