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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술, 소주는 괜찮은 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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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기 교수(62)는 '우리 술의 아버지'다. 가업을 이어 우리 술만 파고든 것이 아니라 세상 모든 종류의 술, 특히 유럽의 위스키같은 증류주를 연구한 후, 다시 우리 술에 대한 고민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 두산 씨그램에서 국산 위스키의 기틀을 잡았고, 세계적인 주류회사인 디아지오의 한국 부사장을 거쳤다. 국내 대학에 양조학과를 연 것도 그가 처음이다. 그래서 더욱 믿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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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여러모로 일본 '위스키의 대부'라는 다케츠루 마사타카(竹鶴政孝)와 비견할 만하다. 다케츠루는 100여년 전 스코틀랜드에서 위스키 제조법을 들여온(혹은 훔쳐온) 이다. 그후 산토리 위스키와 니카 위스키을 키웠다. 그리고는 오늘날 저패니즈 위스키가 세계적인 수준이 되는 밑거름이 됐다. 그러나 이 교수를 다케츠루에 비교하는 것은 마뜩찮은 면이 있다.

그럴만도 한 이유가 있다. 그는 단순히 서양술을 들여와 국내 최고를 만드는 데만 골몰하지 않는다. 세계적 수준의 양조 기술과 우리 전통 재료와 양조법을 접목시키는 데 더 관심이 많다. 수년간 문경에 머물며 오미자로 스파클링 와인과 스틸 와인은 만들어온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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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우리 술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데 온 힘을 쏟아붓고 있다. '고운달(사진)'은 그가 오미자로 만든 증류주로, 전통주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병당 50만원을 넘는 가격으로 우리 술로는 최고가를 기록해 우리 술로는 처음으로 프리미엄 증류주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런 이 교수가 요즘 필생의 숙제로 여기는 프로젝트가 있다. 그것은 바로 서민의 술이라는 소주에 대하여 바로 알리는 것이다. 우리가 마시는 소주는 수입산 주정과 같은 재료에 물을 탄 후 활성탄으로 냄새를 없앤 후 인공감미료를 탄 희석식 소주(제재주)로, 진정한 의미의 증류식 소주(燒酒)와는 다르다. 이 점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대중주로 엄청난 장점이 있었다. 싼 가격에 적당히 취하게 해주는데 소주만한 술도 없었다. 가성비라는 이 매력이 다른 모든 약점을 메워주고도 남음이었다.

그런데 소주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특히 일본이라는 존재와의 그들과의 관계가 무겁게 다가오는 요즘에는, 명백히 찜찜한 구석이 있다. 일제 강점기 일본이 이 땅에서 왜 소주를 만들어 널리 보급했을까 하는 점이다. 당시 일본 군대의 필수 보급품이었던 희석식 소주는 1938년에서 1949년까지 일본 주류 배급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기록들이 있다. (근거자료 링크 http://beefheart.sakura.ne.jp/tankentai/10dai/10dai.html,
http://blogs.yahoo.co.jp/naomoe3/61026577.html)

어느 나라나 서민의 술이 있다. 우리 소주도 그런 장르로 손색이 없다. 그러나 탄생과 생산, 유통 취지가 낯부끄러운 술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술이라고 자부할 수는 없다. 이교수는 이 시장의 일부라도 자랑스러운 우리 술로 대체하는 것이 일생의 목표다. 그것도 순수 우리 재료로 잘 만든 술이라야 한다. 애주가 겸 외식업자로서, 서민주 분야의 독립을 이루겠다는 이종기 교수의 꿈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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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참이*, 처음처*과 같은 희석식 소주가 일제시대에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술이라면 국민주라고 부를 수는 없겠군요.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한번에 없애버릴 수는 없습니다. 싼 술의 존재를 부정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다만 역사적 사실을 정확하게 알고 이런 술을 우리 국주(國酒)라고 여기며 자랑스러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는 거죠. 저는 뭐가 나쁘다, 좋다의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 자체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교수님께서는 현재 사과와 오미자를 증류한 술을 만드셨는데요. 쌀로 만든 술이 우리 전통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쌀로 만든 술만이 전통주라고 한다면 현재의 한국인을 한국인이 아니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에서 나는 재료로 한국인이 만든 술이 전통주입니다. 그 술의 재료가 이 나라에서 난 것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것이 전통주에 대한 정의를 바로 세우는 길입니다. 전통주를 만드는 방법을 논하기 전에 어떤 재료로 누가 만들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입니다. 만든 이의 정신이 또한 중요하고요. 쌀이라는 것도 조선시대의 품종이 지금의 것과 같지 않습니다. 제가 지금 만들고 있는 술은 굳이 전통주라기보다는 지역특산주라고 부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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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지역 사과를 증류해 만든 '문경바람'.)

-우리 농산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지요? 프랑스 와인이 프랑스 포도로, 일본 사케가 일본 쌀로 만들듯이. 수입쌀로 막걸리를 만들고 수입 주정으로 소주를 만드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술은 농작물이 가장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중의 하나입니다. 농작물을 가공한 제품이죠. 유독 한국에서만 농업과 분리된 분야로 여겨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술을 농업분야와 연결시켜 관리해야 세계적인 술을 만들고 또 팔 수 있습니다."


글 | 이여영 (주)월향 대표 (yiyoyong11@iclou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