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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계곡과 합의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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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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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가 침몰 중이다. 조선 산업의 중심지인 울산이나 거제는 벌써 '눈물의 계곡'에 접어들었다. 식당이 문을 닫고 구조조정의 바람이 분다. 얼마나 길고 어두운 계곡을 지나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우리를 기다리는 위기는 산업의 쇠퇴뿐만이 아니다. 조만간 우리는 '인구절벽'에 직면한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든다. 불평등과 양극화의 구조를 안고서 우리는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해법을 찾으려면 위기의 수준을 인식해야 한다. 누구나 위기라고 말하지만, 내놓은 처방을 보면 위기의 실상을 모르는 것 같다. 돈을 풀어야 한다는 엉뚱한 처방이나 재벌체제를 그대로 둬야 한다는 철지난 생각은 막상막하다. 위기 그 자체보다 위기극복의 지도력이 부재한다는 점이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심각한 위기다. 하필이면 이 중요한 시기에 청와대와 야당 지도자가 흔치 않은 불통의 인물일까? 국민은 변화를 바라는데, 언제까지 불통의 대연정을 지켜봐야 하는가? 지금은 한가로운 시기가 아니다.

경제위기의 출구는 정치다. 성공적인 노사정 대타협을 위해서는 합의의 정치가 필요하다. 1977년 스페인의 '몽클로아 협약'에서 노조는 임금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정부는 사회보장제도를 제도화하고 기업은 조세체계의 개혁을 수용했다. 국왕부터 공산당까지 모두 합의에 참여했다. 배제하지 않고 포용했고, 대립하지 않고 타협했으며, 내세우지 않고 양보했다. 독재자 프랑코의 사망 후, 정치경제 위기의 심각성에 누구나 공감했기에 가능했다.

대책의 수준은 위기의 정도를 반영한다. 약만 먹으면 나을 가벼운 병이 있고, 수술을 해야 사는 중한 병도 있다. 한국 경제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과감하게 낡은 혁신체제를 개혁해야 할 때가 왔다. 몰라서 안 한 것도 아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논의들이 적지 않다. 위기극복의 진정성을 가진 정치인이 등장한다면 개혁방안을 정리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다.

'위기극복을 위한 대타협'은 다양한 분야에서 동시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두 가지만 지적하고자 한다. 하나는 분단문제에 대한 합의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분단을 분열의 도구로 삼았다. 최근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분열의 정치가 낳은 비극적 결말이다. 위기극복을 위해서는 남북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필요하고, 대내와 대외에서 치유의 정치가 필요하다. 우선적으로 대북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추진해야 한다. 추상적인 이념의 타협이나 정체 모를 중도를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이 시대 우리에게 필요한 남북관계의 방향이 무엇인지를 실용적으로 묻는다면 국민 다수의 합의를 모으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방경제다. 구조적인 내부 문제를 그대로 둔 채 외부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자는 말이 아니다. 당연히 새로운 혁신체제를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노동자들에게만 뼈를 깎는 고통을 강요하지 말고 기업, 정부, 정치권 모두 함께 고통을 나누어야 한다. 다만 거대한 전환은 시간이 필요하다. 북방경제로 산업구조의 전환 시간을 벌고 조금이라도 전환비용을 마련해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북방경제 말고 어디서 해외수요를 늘릴 수 있겠는가?

언제나 불통의 끝은 무능이고, 무능한 자들은 증오를 동원한다. 여소야대가 이루어지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야당이 하루빨리 민주정당으로 돌아와 대외 환경의 악화와 대내적인 분열의 악순환 을 끊어야 한다. 무능한 정부는 분열을 조장하지만, 유능한 정치는 합의를 추구한다. 두려움이 아니라 용기가 필요하다. 눈물의 계곡 앞에서 합의의 정치를 기다린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