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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무지, 핵무장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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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회나 돈키호테식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핵무장론은 대꾸를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어쩌구니없는 주장이다.

그러나 집권당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공개적으로 주장한다면, 그것은 차원이 다르다. 실제로 파급효과가 클 것이다. 국제사회의 의심과 의혹을 사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치러야 할 비용이 적지 않을 것이다.

관련기사 : 원유철 "북핵 맞서 자위권 차원 평화의 핵·미사일 갖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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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1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340회 국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우리는 2004년 북핵이 아니라, 남핵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 일부 연구원의 지적 호기심으로 국제사회의 규제범위를 넘은 실험을 했다가 IAEA 보고과정에서 불일치가 발견되어 문제가 발생했다.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해명하면 넘어갈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국제사회는 그렇게 판단하지 않았다.

당시 이 문제는 언론에 잘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입장에서 시끄러워지면 우리만 손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로 매우 아슬아슬하고 심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국내를 방문해서 정밀 조사를 했고, IAEA 이사회는 한국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 회부하려고 했다.

당시 청와대 NSC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지켜볼 수 있었다. 몇 주 동안 밤샘을 하면서 해명 자료를 작성했고, IAEA본부가 있는 오스트리아 빈에 NSC 관계자가 직접 가서 해명했다.

우리는 애를 태우며 국제원자력기구의 이사회에서 혹시나 불이익을 받을까 노심초사했다. 2004년의 '남핵문제'가 만약에 현재 박근혜 정부에서 터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특정국가의 핵확산 의사는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예를 들어 아르헨티나나 브라질의 집권당 대표가 핵무장을 하겠다고 국회에서 선언했다고 생각해 봐라. IAEA는 말할 것도 없고, NPT 체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국제기구에 경보가 발령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국제원자력 협력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의심과 의혹을 사는 것 자체로 절차와 보고과정이 까다로워질 수 있고, 기술이전이나 원전수주에 의심으로 인한 피해를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일 것이다. 집권당 원내대표의 발언은 당연히 대통령의 의사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정부의 정책결정과정은 상식을 벗어나버렸다. 더이상 실무부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 외교부나 통일부도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할 수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매우 당황스러울 것이다. 외교라인을 통해 협의하거나 입장을 전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떤 방식으로든 경고할 것이다. 아마도 며칠 내로 워싱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올 것이다.

사드배치로 중국과 충돌하고, 개성공단으로 북한과 싸우고, 마침내 핵무장론으로 미국과 갈등하게 생겼다.

나도 이 업계에서 먹고 산지가 20년이 넘었지만, 이런 총체적 파국은 처음이다. 이 나라가 어디로 갈지 정말 두렵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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