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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는 북한이 쳤는데, 왜 남한의 중소기업을 처벌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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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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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북한에 대한 제재보다 우리 중소기업에 대한 제재효과가 크다.

개성공단은 모든 원자재를 남쪽에서 조달한다. 개성에서 조립 생산을 해서 다시 남쪽으로 갖고 오는 방식이다. 물류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분계선에서 가장 가까운 개성에 공단을 만든 것이다. 북한에 주는 임금을 1이라 하면 생산액은 5이고, 직접 경제효과는 10이 넘는다. 개성공단을 닫으면 북한은 1의 손실을 보지만 우리는 최소 10의 손실을 본다.

북한은 얼마든지 개성을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위탁가공단지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개성공단에서 철수한 우리 중소기업은 갈 곳이 없다. 봉제, 신발과 같은 노동집약 업종으로 해외투자를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해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미 해외투자 경험이 있는 기업들이다. 갈 데까지 갔다가 최종적으로 개성으로 간 것이다. 개성을 닫으면 대안이 없이 그냥 망하는 수 밖에 없다.

2. 북한에 주는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쓰였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동안 통일부가 자세히 정리해 놓았다. 인터넷 검색하면 누구든지 읽을 수 있다. 개성공단 임금은 세 부분으로 나눈다. 먼저 북한 당국이 복지비용(주택이나 교육 혹은 의료, 북한은 이를 사회문화시책비라고 부른다)으로 일정 수준을 뗀다. 그 다음에 현물임금과 현금임금으로 나누어 노동자들에게 지급한다. 현물임금은 바우처 같은 것을 발행해서 전용상점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은 그동안 꾸준히 현물임금 비중을 높여달라고 요구해서 이 부분이 늘었다. 나머지는 달러를 북한 원화로 환전해서 직접 노동자들에게 지급된다.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이 대량살상무기 자금으로 전용됐다고 말했는데, 구체적인 근거를 밝혀야 할 것이다. 금강산 관광대금이 핵개발에 쓰였다는 얘기는 들어봤지만, 북한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는 임금이 어떻게 대량살상무기 자금으로 둔갑할 수 있는지, 지금까지 이런 주장을 들어본 적이 없다.

3. 과연 보상이 가능할까?

개성공단의 사회간접자본은 국민 세금으로 건설한 것이다. 전기는 문산에서 직접 송전한다. 오폐수 시설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프라도 남한 정부가 세금으로 건설한 것이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개성공단 중단조치를 발표했기 때문에 이른바 청산 과정에서 거의 대부분의 손해를 우리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세금을 이렇게 쉽게 포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기업들에게 과연 보상이 가능할까? 경협보험 등을 말하지만, 터무니없음은 이미 지난 개성공단 중단사태때 확인되었다. 남북협력기금은 쌓아 놓는 게 아니다. 어떻게 보상을 하겠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4. 더이상 중소기업, 일자리, 잠재 성장율 이런거 얘기하지 마라. 야당도 마찬가지다.

5. 정부가 계약 파기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

"남북한은 국가와 국가의 관계는 아니지만 남북 경제협력 합의 문건은 국제법상의 조약에 해당한다. 따라서 경제협력 합의(남북 4대 경제협력 합의서, 개성공업지구법, 개성공단 지구의 출입 체류에 관한 합의서 등)에 기반을 둔 개성공단 사업의 중단 조치는 조약의 일방적 파기 행위에 해당한다. 특히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56조 1항 및 제56조 2항에서 규정한 조약의 종료, 폐기, 탈퇴 절차를 위배한 것이 명백하다."

2013년 개성공단이 중단되었을 때, 통일부는 이렇게 말했다. 당시 북한의 인력 철수 때, 우리 정부가 검토했던 '개성공단 중단의 법적 타당성'이 비수가 되어 자기 목을 찌르고 있다.

6. 전혀 기업을 배려하지 않았다.

오전에 NSC 회의해서 결정하고, 엠바고로 보도자료를 뿌린 것이 1시 좀 넘어서고 입주기업 대표들과의 간담회가 2시에 이루어졌다.

며칠 전에라도 기업들에게 알려줬다면, 기업들은 설 쇠러 나올 때 최소한 창고에 쌓아놓은 완제품이라도 들고 나왔을 것이다.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기 때문에, 북한은 손해의 책임을 물어서 시설과 생산물을 확보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통일부가 아주 친절하게 정리해 놓았듯이 북한은 국제법적 조약파기에 대한 구상권을 행사할 것이다.

결국 우리 중소기업은 빈손으로 나와야 할 형편이다. 정부는 가동중단이라고 하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사실상의 폐쇄에 가깝다. 문제는 중단선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임금 문제부터 처리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다툼의 과정에서 일시적인 억류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너무 무책임하다. 가동을 중단한다고 하더라도 절차를 밟아서 책임을 나누고, 체류인원의 안전을 확보한다음, 재산상의 손해를 최소화하고 발표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7. 정부의 대책이 너무 빈약하다.

통일부는 제3국에 대체부지를 검토하겠다고 중소기업들에게 제시했다. 그런 말을 믿을 기업은 없다. 지구상 어디에서 한달 150달러로 노동력을 고용할 곳이 존재하는가? 러시아든 동남아든 대체 공단을 조성해도 정부가 임금을 대신 주지는 않을 것 아닌가?

개성공단, 그 어려운 상황에서도 왜 철수기업이 거의 없었을까? 정치군사적으로 불안해도 툭하면 통행제한을 받아도 그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 때문이다. 저임금이라는 매력이 모든 악조건을 상쇄했다. 임금변수를 제외한 어떤 대안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아마 한 두 기업이 앞으로 언론 방송에 나와서 개성공단의 문제점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개성공단 입주기업들 중에도 편차가 크다. 할말이 많지만 참는다. 다만 기업내부의 문제로 경영상의 문제를 겪은 기업들도 적지 않음을 밝혀둔다.)

8. 정부가 2013년처럼 제발 입주기업의 편을 갈라서 내분을 조장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른 것은 무능해도 그 방면에는 유능한 줄 알지만, 제발 그런 장난은 치지 마라.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