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허핑턴포스트 블로거의 분석과 의견이 담긴 생생한 글을 만날 수 있습니다.

김연철 Headshot

최대의 관여

게시됨: 업데이트됨:
1
뉴스1
인쇄

북한은 왜 미사일을 계속 쏠까? 문재인 정부를 길들이려는 의도일까, 아니면 대미 협상을 앞두고 몸값을 올리려는 것일까? '관계의 시선'에서 북한의 의도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거울 앞에 서 봐라. 내가 웃어야 거울 속의 상대도 웃는다. 북한의 전략은 '최대의 억지'다.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최대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압박을 지속하면 북한은 미사일을 또 발사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핵실험도 할 것이다. 최대의 압박과 최대의 억지가 부딪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최대의 압박과 관여' 정책의 치명적 오류는 압박과 관여 사이를 연결하는 전략이 없다는 점이다. 과연 압박에서 관여로 어떻게 전환할까? 압력을 행사하고 기다리면 대화가 될까? 그것은 과거의 '전략적 인내' 정책과 다르지 않다. 실패한 과거의 정책을 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다. 압박은 저절로 관여로 전환하지 않고, 억지를 재촉할 뿐이다.

또한 최대의 압박도 약점이 있다. 바로 '최대'가 최대가 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미 미국은 군사적 해결이나 정권교체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압박의 최대는 알고 보면 정해져 있다. 군사적 해결 근처의 봉쇄까지 가기 어렵다면 압박의 강도는 제한적이다. 현재 추진하는 외교 고립이나 제재 대상의 확대, 과연 효과가 있을까? 그 정도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없음은 지난 10년의 경험으로 증명되었다.

여전히 최대의 압박에서 핵심은 중국이다. 북한의 대외무역 자체가 북-중 무역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제재에 동참하지만, 유엔 제재결의 이상을 추진할 의사가 없다. 중국이 찬성해야 통과되는 제재결의안은 정상적인 무역을 허용한다. 올해 4월까지 북-중 무역을 보면, 중국의 대북 수입은 줄었지만 북한으로 가는 수출은 오히려 늘었다. 북-러 무역도 줄지 않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생각하는 제재의 최대는 분명히 미국과 다르다.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압력을 행사할 만큼의 최대에 이르는 것이 정말 어렵다.

최대의 억지를 어떻게 중단시킬 것인가? 최대의 압박은 답이 아니다. 이제 실패한 정책을 반복할 만큼 여유가 없다. 북핵문제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변수는 바로 시간이다. 북한은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를 완성하고 탄두 설계를 재촉하고 있다. 운반수단 분야에서도 종류를 다양화하고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실험하고 있다. 분명히 핵 보유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고, 현재의 수준을 동결시킬 과감한 협상이 필요하다. 문제가 비상하면 해답도 비상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시간의 제한'을 고려하고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서 '담대한 협상'을 준비해야 한다. 국내적으로 혹은 한-미 관계에서 민주적 협의의 과정으로 창의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좀 시끄러우면 어떤가? 한-미 정상회담에서 '최대의 관여'를 합의하기 바란다. 미국에 가기 전에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를 남북관계에서 마련했으면 좋겠다.

역사는 기차역과 다르다. 아주 외딴 기차역이라도 기차를 놓치면 기다리면 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차는 또 온다. 그러나 역사는 다르다. 역사의 기차는 자주 오지도 않지만 한번 놓치면 그것으로 끝이다. 북핵문제가 문턱을 넘어서려는 현재, 여론의 눈치를 볼 만큼 한가하지 않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황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최대의 관여'다. 다른 그림은 그다음에 그려도 늦지 않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