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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풍과 무책임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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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SOCIATED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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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가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흔들거린다. 위험은 커지는데,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주체가 없다. 미국 대선은 이제 20여일 후로 다가왔지만, 차기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모습을 드러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 차기 정부의 한반도 정책에 어떤 요소가 가장 중요할까? 당사자인 한국의 입장이다. 한-미 관계에서 대북정책을 논의할 때 확실히 한국의 역할이 커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한국은 운전석에 앉았다. 미국은 조수석에 앉아 중국을 견제하고 경제적 이익을 챙기고 무기를 팔았다. 오바마 집권 8년, 운전석에 앉은 한국이 직진을 했으면 얼마나 달라졌을까? 보수정부는 불법유턴을 하더니 전속력으로 역주행을 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당사자임을 잊었다. 한반도 정세를 관리해야 할 책임감도 없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도 경시한다. 오로지 단 하나만 생각한다. '남북관계'를 국내정치적 목적으로만 활용하는 '북풍' 말이다. '관계'를 생각할 필요가 없기에 아무렇지도 않게 북한붕괴론을 주장하고 흡수통일을 말하고 전쟁불사를 외친다. 작전통제권도 없는 이승만 정부가 북진통일론을 주장하던 1950년대를 보는 듯하다.

북한이 도발을 했는데, 왜 정부를 비판하냐는 반론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남북관계가 북한에 달려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남북관계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이 결정한다. 언제나 북한은 소극적이고 남한이 적극적이었다. 1970년대 7·4 남북공동성명이나 1980년대 북방정책을 추진할 때 남한이 먼저 다가갔다. 정부처럼 북한을 따라하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북한이 도발을 하면 문제를 해결해야지, 북한보다 더 무모해지면 어쩌란 말인가?

남북관계의 역사에서 '북한을 향한 욕'과 '정세관리의 무책임'은 상관관계가 있다. 책임감이 없기에 욕만 하는 것이다. 이산가족의 한을 풀고 중소기업의 활로를 모색하고 북핵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으면 그러겠는가? '이게 다 북한 때문이야'라고만 말했지, 정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 적이 있는가?

박근혜 정부는 북풍으로 집권했다.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대선에 활용하고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했다. 집권 이후에도 일관되게 '민족문제'를 국내정치적으로 이용했다. 그런데 또다시 10년 전의 '북한인권 결의안' 문제를 정쟁으로 몰고 간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한다. 지겹지도 않은가? 과연 당신들이 인권을 말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북풍의 정치적 효과는 없다. 국민 다수는 상식이 있고, 정치적 노림을 간파할 지혜가 있다. 이제 북풍은 선거에서 역풍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북풍의 의도는 다른 곳에 있다. 부패와 실정을 덮는 가면 말이다. 언제나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들이 북풍의 칼춤을 추려 한다. 북풍은 타락한 언론환경을 반영한다. 북풍이 언론을 덮으면, 시대적 과제를 논의할 공간이 사라진다. 북풍은 언제나 희망의 출구를 막고 절망을 퍼뜨린다.

무책임한 사람들이 북풍을 말할 때, 한반도의 운명을 책임질 사람들은 평화를 말해야 한다. 무능을 타파하고 무모를 제압하며 무지를 일깨워야 한다. 뚜벅뚜벅 걸어가 평화의 문을 여는 것, 그것이 시대의 요구다. 미국은 정권교체의 시간이고, 한국은 정세관리의 책임을 느끼지 못하는 불안한 과도기다. 차기를 책임질 사람들이 평화 전략을 제시해야 한다. 북핵문제를 해결할 골든타임을 '소모적인 북풍'으로 허무하게 날릴 수 없다. 북풍의 소음을 뚫고 평화의 화음이 울리기를 바란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