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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Headshot

이게 다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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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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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개발이 퍼주기 때문이라고? 그럴듯하다. 알고 보면 퍼주기론은 보수 세력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선동이다.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하나하나 설명해 보자.

넓은 의미의 경제협력은 세 가지로 나뉜다. 인도적 지원, 민간차원의 경제협력, 그리고 정부차원의 협력.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하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그걸 갖고 뭐라고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은 인도적 지원을 일반적인 경제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음으로 민간의 경제협력. 마찬가지로 퍼주기라고 하지 않는다. 남북경제협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게 아니다. 노태우 정부의 1988년 7.7 선언으로 시작한 것이다. 남북경제협력 통계도 1989년부터 시작된다. 북핵문제도 그즈음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처럼 말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불거지고, 선제폭격론이 제기되던 1994년 그때 집권당이 누구였는가. 신한국당이다. 그때 남북교역이나 남북 위탁가공을 중단했나? 아니다. 경제협력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중단된 적은 없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그리고 북한에 임금 주고 우리 기업이 수백 배 돈을 벌어 오는 것이다. 그 임금이라는 것도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되고, 그런 것이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주는 임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정부차원의 경제협력. 북한에 쌀을 줬다. 그런데 강연을 다녀보면, 이 쌀을 그냥 공짜로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니다. 그거 차관으로 준 것이다.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우리가 제3세계 국가에 공적개발원조(ODA)할 때 차관으로 줄 경우와 똑같은 조건이다.

빌려준 것은 받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10년 거치 기간이 끝나고 분할상환 기간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도 칼럼을 썼다. 빌려준 돈 받는 것도 정부의 능력이라고. 통일부가 그냥 독촉을 하긴 했다. 팩스 한 장 덜렁 보내서 돈 갚으라고. 그렇게 해서 어떻게 받나? 상담을 하고, 상환능력이 있는지 알아보고, 기간을 재조정하든지, 아니면 광물로 받든지 해야지.

우리가 2007년에 경공업 원자재를 차관으로 북한에 준 적이 있는데, 그때는 광물로 2번 상환을 받았다. 북한이 준 아연괴를 시장에 팔아서, 그 대금을 국고에 납입했다. 쌀 차관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공짜가 아니란 말이다.

철도나 도로연결, 개성공단의 인프라투자. 그건 다 우리 기업들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때도 돈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는다. 현물로 간다. 철도 레일, 침목, 아니면 도로포장재 같은 것을 물건이 들어가서 실제로 공사에 사용되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핵개발에 쓸 수 있겠나.

지금까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현금을 북한에 준 적이 없다. 딱 한번 예외가 있다. 이산가족들이 더 많이 상봉하기 위해 화상상봉을 하기로 했을 때 영상장비를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데(이산가족상봉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걸 전략물자로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야당인 한나라당에 양해를 구하고, 영상장비를 중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현금을 줬다. 한나라당도 당연히 동의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이게 퍼주기론의 실체다.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냥 거짓말이다. 악의적인 선동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저쪽은 단순한데, 우리는 길게 설명해야 하니, 설득력에서 떨어진다고. 그래서 '퍼주기' 같은 쉬운 말을 만들어야 한다고.

난 다르게 생각한다. 선동과 이성의 대결이다. 선동이 통하는 사회는 어딘가 고장이 난 것이다. 언론이나 의회나 혹은 공론의 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선동이 반복되는 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칼럼을 쓰면서, '어둠이 내리면 늑대가 울부짖는다'고 쓴 적이 있다. 다시 선동이 판을 친다. 병이 깊은 것이다. 치료가 필요하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