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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햇볕정책 때문이라고?

2016년 09월 23일 18시 30분 KST | 업데이트됨 2017년 09월 24일 18시 12분 KST
연합뉴스

북한의 핵개발이 퍼주기 때문이라고? 그럴듯하다. 알고 보면 퍼주기론은 보수 세력이 개발한 가장 강력한 선동이다. 근거 없는 거짓말이다. 하나하나 설명해 보자.

넓은 의미의 경제협력은 세 가지로 나뉜다. 인도적 지원, 민간차원의 경제협력, 그리고 정부차원의 협력.

인도적 지원을 퍼주기라고 하지 않는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데, 그걸 갖고 뭐라고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을 비롯한 모든 선진국은 인도적 지원을 일반적인 경제 제재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음으로 민간의 경제협력. 마찬가지로 퍼주기라고 하지 않는다. 남북경제협력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시작한 게 아니다. 노태우 정부의 1988년 7.7 선언으로 시작한 것이다. 남북경제협력 통계도 1989년부터 시작된다. 북핵문제도 그즈음부터 시작된 것이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처럼 말하면,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것이다. 북핵문제가 불거지고, 선제폭격론이 제기되던 1994년 그때 집권당이 누구였는가. 신한국당이다. 그때 남북교역이나 남북 위탁가공을 중단했나? 아니다. 경제협력이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중단된 적은 없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된다.

그리고 북한에 임금 주고 우리 기업이 수백 배 돈을 벌어 오는 것이다. 그 임금이라는 것도 핵개발 자금으로 전용되고, 그런 것이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주는 임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정부차원의 경제협력. 북한에 쌀을 줬다. 그런데 강연을 다녀보면, 이 쌀을 그냥 공짜로 줬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아니다. 그거 차관으로 준 것이다. 10년 거치, 20년 분할상환. 우리가 제3세계 국가에 공적개발원조(ODA)할 때 차관으로 줄 경우와 똑같은 조건이다.

빌려준 것은 받아야 한다. 이명박 정부 때 10년 거치 기간이 끝나고 분할상환 기간이 돌아왔다. 그래서 나도 칼럼을 썼다. 빌려준 돈 받는 것도 정부의 능력이라고. 통일부가 그냥 독촉을 하긴 했다. 팩스 한 장 덜렁 보내서 돈 갚으라고. 그렇게 해서 어떻게 받나? 상담을 하고, 상환능력이 있는지 알아보고, 기간을 재조정하든지, 아니면 광물로 받든지 해야지.

우리가 2007년에 경공업 원자재를 차관으로 북한에 준 적이 있는데, 그때는 광물로 2번 상환을 받았다. 북한이 준 아연괴를 시장에 팔아서, 그 대금을 국고에 납입했다. 쌀 차관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공짜가 아니란 말이다.

철도나 도로연결, 개성공단의 인프라투자. 그건 다 우리 기업들 때문에 하는 것이다. 이때도 돈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는다. 현물로 간다. 철도 레일, 침목, 아니면 도로포장재 같은 것을 물건이 들어가서 실제로 공사에 사용되는 것이다. 그걸 어떻게 핵개발에 쓸 수 있겠나.

지금까지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현금을 북한에 준 적이 없다. 딱 한번 예외가 있다. 이산가족들이 더 많이 상봉하기 위해 화상상봉을 하기로 했을 때 영상장비를 우리가 제공해야 하는데(이산가족상봉을 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 이걸 전략물자로 줄 수가 없다. 그래서 야당인 한나라당에 양해를 구하고, 영상장비를 중국에서 구입할 수 있게 현금을 줬다. 한나라당도 당연히 동의했다. 이산가족 상봉을 못하게 할 수는 없으니까.

이게 퍼주기론의 실체다. 아무런 근거가 없다. 그냥 거짓말이다. 악의적인 선동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저쪽은 단순한데, 우리는 길게 설명해야 하니, 설득력에서 떨어진다고. 그래서 '퍼주기' 같은 쉬운 말을 만들어야 한다고.

난 다르게 생각한다. 선동과 이성의 대결이다. 선동이 통하는 사회는 어딘가 고장이 난 것이다. 언론이나 의회나 혹은 공론의 장에서 걸러지지 않고 선동이 반복되는 것은 논리의 문제가 아니다.

언젠가 칼럼을 쓰면서, '어둠이 내리면 늑대가 울부짖는다'고 쓴 적이 있다. 다시 선동이 판을 친다. 병이 깊은 것이다. 치료가 필요하다.

*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을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