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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무너지면 늑대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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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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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가 온다고, 양치기 소년은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이 반복되자 사람들은 '소년의 경고'를 무시했다. 불신의 대가는 컸다. 신뢰가 사라지면 안보도 무너진다는 것이 이솝우화의 교훈이다. 외교안보 분야는 정부가 정보를 독점하기 때문에 정부의 결정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과도한 음모론이 등장하거나 유언비어가 난무할 것이다. 그리고 진짜 늑대가 올 때 당할 수밖에 없다. 사드 정국에서 다시 괴담이 불안의 배후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괴담은 불신의 결과다. 정부가 근거를 밝혀서 의혹을 해소하면 안개가 걷히듯이 괴담은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괴담이라고 하면서도 왜 괴담인지를 증명하지 않은 채 정부의 말만 믿으라고 한다. 정책이 종교가 아닌데 무조건 믿으라 하면 믿겠는가? 외교안보 현안을 국내 정치로 활용하다 보니 언제나 진영논리로 둔갑하는 것도 문제다. 이성이 마비되면 남는 것은 믿음과 괴담의 대립뿐이다. 그리고 왜 장관들은 국회에서 계속 거짓말을 하는가?

사드 배치에 관한 국회의 대정부 질문을 보면서 착잡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자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연일 경고와 보복을 강조하는데도 외교부 장관은 국회에서 한-중, 한-러 관계가 '이상 없다'고 강변한다. 그의 기대를 믿고 싶다. 중국의 지도자가, 외교부장이, 국방부 대변인이 협박해도 그냥 말뿐이라면 얼마나 다행일까? 두려움에 떨고 있는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다만 이상이 있는데 이상이 없다고 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국방부도 마찬가지다. 북한이 미사일 각도를 높여 발사하면 패트리엇으로 막을 수 없기 때문에 사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드 배치 지역을 성주로 발표한 후 말이 달라졌다. 수도권이 사드의 요격 범위에서 벗어나자, 국방부는 다시 패트리엇으로 수도권 방어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다르다. 국방부가 신뢰를 회복하려면 둘 중 하나는 사실이 아니라고 고백해야 한다. 외교안보 현안들의 특성 때문에 투명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기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래도 며칠 사이에 정반대의 논리를 주장하면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까?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성과를 과장하거나 부정적 측면을 축소하려 하기 때문이다. 다만 거짓말의 수준은 민주주의 수준에 따라 다르다. 언론이 살아 있고 정상적인 야당이 존재하면 정부가 노골적인 거짓말을 할 수 없다. 정부가 거짓말을 반복하는 이유 중에는 '무능한 야당'도 한몫한다. 상식이 있는 사람들은 사드 국면을 엄중하게 본다.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가의 앞날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런데도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는 나라가 어떻게 되든 상관 않겠다는 태도다. 왜 정치를 시작했는지 초심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공적 의무를 잊어버리면 사적 이익만 남을 뿐이다. 언제부터인가 야당은 정부의 무능을 덮어주는 존재로 전락했다. 여소야대에 대한 기대가 컸기에, 재현된 '무능의 연대'가 절망적이다.

군비경쟁의 악순환으로 흘러가면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사드 말고 왜 대안이 없겠는가?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해법을 제대로 지속적으로 펼쳐본 적이 없지 않은가? 안보의 목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독립 언론인 이지 스톤이 말했다. "모든 정부는 거짓말을 한다. 하지만 관료들이 거짓을 말하면서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는다면 그 나라에 곧 재앙이 닥친다"고.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