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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철 Headshot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꽃게잡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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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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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어민들이 참고 참다가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했다는 기사를 봤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고, 남북관계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7월로 가면 꽃게의 산란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6월이면 서해앞바다에 꽃게 전쟁이 벌어진다. 실제로 1999년과 2002년의 서해교전은 모두 6월에 일어났고, 공통적으로 꽃게를 잡다가 벌어진 충돌이다.

당시 북한 배들은 대부분 네비게이션이 없었기 때문에 꽃게를 정신없이 잡다보면 북방한계선 근처까지 온다. 그때마다 북한 경비정이 내려오고 우리 군은 넘지말라고 경고하고, 그러다가 충돌이 벌어진 것이다.

2004년 남북한은 서해에서의 우발적 충돌방지를 합의했다. 알고 보면 별거 아니다. 남북한이 국제상선망을 통해 통신을 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북한 경비정이 내려올 때, 우리에게 "어선이 내려가니 그 배 인도하러 좀 내려갈게" 하면 우리는 "알았다. 빨리 데려가라."하는 것이다. 왜 내려오는지를 알면 대처하기가 그만큼 쉽다.

한창 남북관계가 좋을 때는 남북 군이 서로 통신을 하면서, 인당수 앞에서 아예 중국어선을 공동으로 단속한 적도 있다. 우리 해양경찰이 중국 어선을 쫓으면 북한이 예인해서 왕창 벌금매기고 배 압수하고 선장 구속한 적도 있다. (중국 어선에 대해 북한은 우리보다 훨씬 강경하게 처리한다. 우리는 한중 관계가 있으니 중국 눈치를 보지만, 북한은 그야말로 눈치 안 보고 국제법 무시하고 처리한다. 그래서 중국 어선들이 북한을 훨씬 두려워한다) 남북이 공조하면 확실히 중국 어선들이 준다.

서해 5도의 어민들이 중국 어선에 분통을 터뜨리는 이유는 반칙을 하기 때문이다. 저인망으로 훑어버리니 꽃게의 씨가 마르고 금어기나 산란기를 가리지 않기 때문에 해양생태계 자체가 황폐해진다.

중국어선들이 살판이 난 것은 남북관계 악화로 북방한계선 근처에 긴장이 조성되고부터다. 그야말로 새까맣게 떼를 지어 인당수 앞바다를 거쳐 장산곶을 지나 연평도 북쪽 바다로 몰려온다. 그런데 이 배들이 어디로 오냐 하면 바로 북방한계선을 걸쳐서 온다. 남과 북이 싸울까봐 근처로 가지 못하는 틈을 노려서 싹쓸이 어업을 하는 것이다.

연평도 어민들이 그 광경을 보고 얼마나 속이 탔겠는가? 평화의 바다 서해가 긴장의 바다로 변한 지 오래고, 해양 생태계의 파괴로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의 시름만 깊어간다. 몇 년 전 송영길 인천시장이 있을 때, 연평도에 실태조사를 간 적이 있다. 어민들의 고단한 현실을 접하면서 정말 가슴이 아팠다.

서해에서 남과 북이 실선을 두고 다투는 동안 중국 어선만 만선의 노래를 부르는 풍경이 현재의 한반도 정세를 대변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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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인천시 옹진군 연평도 인근 해상에 중국어선들이 불법조업을 하고 있다.

* 이 글은 필자의 페이스북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