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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기업만 울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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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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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벌써 100일이 넘었다. 개성공단 폐쇄를 바라보는 눈은 여러 개다. 기업의 눈, 정부의 눈, 정당의 눈, 시민의 눈이 있을 수 있다. 정부는 눈을 감았고, 기업들만 눈물을 흘리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당이나 시민들이 이렇게 팔짱을 끼고 구경만 해도 될까? 피해의 직접 당사자인 입주기업이 개성공단의 주인공이지만, 개성공단의 공공적 가치는 기업의 이해관계를 넘어선다.

입주기업의 이해도 하나가 아니다. 이미 해외에 대체 생산지를 마련한 기업은 폐쇄를 전제로 한 보상을 원한다. 개성공단 말고 갈 곳이 없는 입주기업과 협력업체들은 재가동을 원한다. 보상과 재가동 사이에서 기업들이 갈라지고 있다. 형편이 좋은 기업들은 정부가 쥐여줄 보상금을 챙겨 떠날 것이고, 힘없고 돈 없고 갈 곳 없는 기업들만 거리로 나설 것이다.

개성공단은 입주기업만의 것이 아니다. 개성은 물건만 만든 곳이 아니라 통일을 만든 공장이었다. 개성을 닫고 어디에서 통일실험을 할 것인가? 개성은 남북한의 충돌을 예방하는 완충공간이었으며, 동시에 거대한 접촉지대였다. 개성이 열려 있을 때와 닫혀 있을 때의 한반도는 전혀 다르다. 다시 꽃게철이 왔고 서해는 불안의 바다로 변하고 있는데, 개성공단이 닫히면서 군 통신선도 끊겼다. 매년 어떻게 서해의 불안을 넘겨왔는지를 알아야 한다. 언제나 불통이 오해를 낳고 오판으로 이어진다. 개성이 닫힌 이후, 불안의 비용이 적지 않다.

개성에는 기업의 자산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정부의 자산도 적지 않다. 작은 음식점도 폐업을 하려면 정해진 정리절차를 밟는다. 부채를 청산하고, 폐기물을 치우고 계약을 말소해야 한다. 정부는 협력사업 취소에 대한 남북교류협력법을 지키지 않았고 자신이 만든 폐쇄 절차도 무시한 채 무조건 문을 닫는 데 급급했다. 경수로 사업을 종결할 때와 비교해보라. 정부는 각종 예민한 서류와 민감한 장비들을 회수하지 않았다. 폐수종말처리장에 방치한 폐수, 소각장에 쌓여 있는 산업폐기물, 정수장의 각종 화학물질을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는 기업의 임금과 퇴직금을 정산할 기회도 박탈했다. 결국 임금과 퇴직금의 체불로 북한에 채권만 안겨줬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개성공단은 죽는다. 기계 설비가 녹슬고 관련 장비가 고장 나면 공단은 거대한 고철덩어리로 변해갈 것이다. 기업들은 장마철이 오면 공단이 침수될 것이라고 걱정한다. 왜 기업들만 그런 걱정을 해야 하는가? 정부와 공기업들은 자신의 자산을 그냥 버려도 되는가?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뒤에도 상당기간 시설관리를 위해 관련 인원들이 체류했다. 개성공단을 이렇게 방치하면 차기 정부가 재가동하고 싶어도 재가동하기 어렵다. 정리절차를 밟지 않아 법적으로 불리해졌고 모든 인프라 시설을 다시 사용할 수 없고, 결국 폐기물 처리 의무만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개성공단 재가동의 조건으로 내세운다. 비핵화는 하나의 과정이고 박근혜 정부 임기 안에 완료되지도 않는다. 그냥 개성공단의 문을 닫겠다는 말이다. 북한의 7차 당대회가 끝나면서, 국제사회는 유엔안보리 결의안의 합의대로 한반도의 평화안정과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시작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외교 국면이 시작되면 한국의 무능한 외교만 돋보일 것이다. 정부는 북핵문제 해결에 기여하지 못한 채 개성공단의 문만 닫았다. 열린 성 개성이 닫힌 성이 되면 한반도의 미래도 닫힌다. 지금 해결하지 않으면 영원히 해결할 수 없다. 입주기업만 눈물을 흘릴 문제가 아니다.

* 이 글은 <한겨레>에 게재된 글입니다.